[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에서는 매주 신문, 방송 등에서 주요 쟁점의 주역이 된 사람 또는 단체 등을 선정해 ‘베스트 & 워스트 피플’에 소개한다. 이번 주 ‘베스트 피플’ ‘워스트 피플’에는 6·25전쟁 유엔참전용사 고 윌리엄 스피크먼과 ‘5·18 망언’ 발언으로 자유한국당에서 제명 당한 이종명 국회의원이 각각 선정됐다.

유엔참전용사 고 윌리엄 스피크먼 [뉴시스]
유엔참전용사 고 윌리엄 스피크먼 [뉴시스]

베스트 피플   

6·25전쟁 유엔참전용사 고 윌리엄 스피크먼

 

6·25전쟁 당시 중공군에 수류탄을 투척하며 육탄전으로 맞서 전쟁영웅으로 불리는 유엔참전용사 고 윌리엄 스피크먼이 한국에서 영면에 든다. 지난해 6월 22일 90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한 그는 조국인 영국과 한국에서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15일 “6·25전쟁 유엔참전용사인 고 윌리엄 스피크먼의 유해봉환식과 안장식이 오는 18일과 19일 각각 인천국제공항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스피크먼의 유해는 18일 그의 아들과 딸 등 유족 4명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곧바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주관으로 유해 봉환식을 진행한다. 서울현충원 봉안당에 임시 안치된 그의 유해는 19일 오후 2시 유엔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안장식에는 스피크먼의 유족과 보훈처, 주한영국대사관 관계자, 유엔사 관계자, 참전용사 등 60여 명이 참석한다.

보훈처는 “이번 유해봉환식과 안장식은 사망 후 자신이 싸워 지켜 낸 한국 땅에 묻히고 싶어 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스피크먼은 유엔참전용사 중 역대 7번째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사후 개별 안장된다.

지난 2015년 5월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의 안장식이 처음 개최된 후 ▲영국 참전용사 로버트 맥카터(2015.11) ▲미국 참전용사 버나드 제임스 델라헌티(2016.2) ▲네덜란드 참전용사 니콜라스 프란스 웨셀(2016.5) ▲프랑스 참전용사 앙드레 벨라발(2016.10) ▲네덜란드 참전용사 요한 테오도르 알데베렐트(2017.9) 등이 차례로 영면에 들었다.

스피크먼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1월4일 임진강 유역 마량산 고지 전투에서 용맹을 떨쳤다. 스코틀랜드 수비대 1연대 소속이던 그는 파죽지세로 밀려드는 중공군을 상대로 동료들과 함께 수류탄 공격과 육탄전으로 맞섰다.

당시 아군의 탄약이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스피크먼은 전투 도중 다리에 심한 상처까지 입었지만 부대가 철수할 때까지 4시간 가까이 온몸으로 중공군을 저지했다.

1952년 1월 영국으로 후송됐지만 3개월 뒤 자진해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같은 해 8월까지 전장을 지키기도 했다. 스피크먼은 1952년 2월 27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영연방 최고 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6·25전쟁에서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수훈한 유일한 생존자였던 스피크먼은 종전 후 세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40여 년 동안 정부기념식 등에 착용했던 십자훈장(재발급분)과 영국정부로부터 받은 기념메달, 해외파병 메달 등 총 10점을 한국정부에 기증하기도 했다.

2015년 7월 ‘7·27 정전협정의 날’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최고 무공훈장(태극)을 수여받아 한국과 영국에서 전쟁영웅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2015년 한국 방문 당시 스피크먼은 “지금도 또다시 한국에 전쟁이 발생한다면 기꺼이 와서 한국을 지킬 것이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고 조국”이라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인의 안장이 결정된 후 “안장식 준비와 유가족 체류 일정에 소홀함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보훈처에 주문하기도 했다. 

스피크먼의 유가족들은 18일 입국해 유해봉환식과 기자회견을 한 뒤 19일 안장식 이후에는 유엔평화기념관을 둘러볼 예정이다.

20일 오전에는 스피크먼이 기증한 훈장 등이 전시된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창덕궁과 인사동을 찾아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한다. 21일에는 파주에 위치한 영국군 설마리전투 기념공원과 스피크먼의 전적지인 태풍전망대를 찾아 고인을 기릴 계획이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워스트 피플   

‘5.18 망언’으로 당에서 제명된 이종명 의원

 

‘5.18 망언’ 논란으로 자유한국당에서 제명 처분이 내려진 이종명 의원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그는 육군 대령 출신으로 지난 2000년 6월 경기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 수색작전 도중 부상을 당한 후임을 구하려다 지뢰를 밟아 두 다리가 모두 절단됐다. 당시 이 의원은 다른 부하들을 다가오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다친 부하를 포복자세로 부축해 탈출했다.

부상 후 2년 2개월간 재활 훈련한 뒤 다시 군에 돌아가 합동군사대학 지상 작전 교관 등을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 의원에 대해 “비무장지대 수색 작전 때 전우를 구하려다 두 다리를 잃은 참군인이자 살신성인의 표상”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지난해 2월 열린 5.18 진상규명 특별법과 관련한 공청회에서 북한군 개입 여부를 명확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는 극우논객 지만원 씨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과 공동 주최한 ‘5.18 진상규명공청회’에서 한 발언은 징계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5.18 사태는 10년 20년 후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라며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이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이 의원은 “5.18과 관련된 두 가지 큰 쟁점인 북한군 개입,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에 대해 이념논쟁이 아닌 승복력 있는 검증, 그리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가 즉각 이뤄지면 징계, 제명이 아닌 저 스스로 국회의원 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맞섰다. 

이 의원은 10일 이내에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만약 재심 청구를 하지 않고 열흘이 경과하면 당이 의원총회를 소집, 징계 처분에 대해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하면 제명이 확정된다.

5.18민주화운동 단체는 지난 14일 자유한국당이 ‘5.18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종명 의원을 제명하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 징계 유예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 “무책임한 정치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한국당은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 전당대회 후보자의 피선거권 보장이라는 당규를 들어 결정을 유예했다. 망언 당사자들에게 징계를 유예하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이자 그들과 한통속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명 의결을 받은 이종명 의원도 의원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내려진 주의 촉구도 당의 공식 징계에는 없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당은 더 이상 무책임한 정치쇼를 벌이지 말라. 전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과오를 인정하고 3명의 망언 의원들을 국회에서 퇴출시키는데 동참하는 것만이 한국당이 해야 할 최선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당은 당규를 이유로 국민적 요구를 회피하지 말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며 “5.18 왜곡 처벌법 제정·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오는 18일 국회에서 여야 3당 간사 회동을 갖고, 전체회의 개최 일정과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징계안건 등을 논의한다.

윤리위 위원장인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4일 “다음 주 월요일께 간사 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시간은 간사 간 일정 문제로 현재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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