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공 공간 미술관으로 바꾼다는데… 관리는 ‘글쎄’

3호선 동대입구역에 전시된 부조 미술품.
3호선 동대입구역에 전시된 부조 미술품.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서울 내 모든 지하철역에서 광고를 배제하고 ‘예술역’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지하철역에 미술품이 들어서게 됐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지하철역 광고 끊고 예술역으로 바꾸겠다”
오중석 서울시의원 “행정적 무관심이 관리 소홀 불러와… 지금까지 방치”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9월 17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2018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국제포럼’에 참석해 “성형 광고 같은 상업광고 때문에 시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느냐”며 “시민들을 위해 35억 원의 우이신설선 광고 수익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역의 광고를 끊고 예술역으로 바꾸려고 논의하고 있다”며 “모든 공공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역시 지난 2017년 상업광고 없는 지하철역을 2022년까지 40곳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전하고, 먼저 시청·성수·경복궁·안국역 등 10곳에서 상업광고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야심차게 발표된 ‘예술역’ 전환 방침과 달리 관리감독 등 실무 상황은 이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 어디 있나요?”
“미술품이요?” 반문

 

현재 서울도시철도 1~9호선과 우이신설역 282역사 내 미술작품은 121역 273개소에 설치돼 있다. ▲1호선(종로3가) 1점 ▲2호선(을지로입구·을지3~4가 등 7역) 7점 ▲3호선(구파발·독립문·경복궁등 17역) 51점 ▲4호선(명동·회현·서울역 등 20역) 74점 ▲5호선(김포공항·영등포구청·여의도 등 10역) 16점 ▲6호선(연신내·디지털미디어시티·월드컵경기장 등 11역) 14점 ▲7호선(노원·태릉입구·논현 등 18역) 34점 ▲8호선(잠실·단대오거리) 2점 ▲9호선 (공항시장·신방화·국회의사당 등 등 30역) 30점 ▲우이신설선(4.19민주묘지·성신여대입구·신설동 등 5개역) 5점으로 집계된다.

일요서울은 직접 지하철 역사 내 미술품을 보기 위해 이중 3호선 동대입구역을 방문했다. 현장에 도착한 기자는 미술품을 찾기 위해 역사 내 두 바퀴를 돌아야만 했다. 고가의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이에 대한 안내 표지판 등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는 역사 안 역무원을 찾아가 “지하철역에 전시된 미술품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에게서 “미술품이요?”라는 반문을 들을 수 있었다. 관리 실무자들도 예술역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후 “서울시에서 문화예술역을 만들기 위해…”라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역무원에게 문의한 후에야 역사 안 미술품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역무원에게 ‘미술품 관리에 대한 매뉴얼이 준비돼 있느냐’ ‘미술품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 등을 질문하자 “관리 매뉴얼은 따로 없고, 역무원들이 순찰을 돌며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라는 답변을 받았다. 미술품에 대한 관리감독은 실상 ‘방치’에 가까운 실정인 것이다.


역사 내 미술품
파이고, 금가고…



이 곳에 있는 미술품은 지하철 외벽 한쪽을 모두 채운 부조(浮彫·돋을새김) 형식의 작품으로, 화강석으로 만들어졌다.

미술품 앞에 어떠한 보호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우려가 됐다. 기자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작품 한쪽엔 무언가가 묻어 있기도 했고, 군데군데 파이거나 훼손된 흔적이 보였다.

현재 1~4호선에 비치된 미술품의 경우 작품 가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5~9호선의 역별 미술품 설치비가 1억750만~1억1200만 원 정도이고, 우이신설선 중 5개 역이 개당 8000만 원 상당의 미술품으로 채워져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고가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당초 1~4호선의 경우 정거장별 의장계획의 일부분으로 장식벽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예술역으로 탈바꿈해 왔다. 또 이 노선은 1기 지하철로 ‘노후 역사’에 속한다.

이러한 실정에 대해 오중석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동대문2)은 “최초 지하철역을 개설할 때 미술품 구입을 담당하는 도시기반본부와 이를 관리하는 관리 주체인 교통공사 간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은 노후 역사의 경우 기설 당시 미술품 가치에 관한 관심이 현재보다 적은 상황이었다”라며 “이 때문에 해당 미술품들을 외벽과 동일하게 취급해 온 방식이 고착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의원은 “그동안의 행정적인 무관심이 고가의 미술품에 대한 관리 소홀을 불러왔고, 지금까지 방치돼 왔다고 생각한다”고 표명했다.

문제 제기 이후 서울시의 개선 움직임 여부에 관련해 그는 “행정감독도 (이 문제에 대해) 지적을 했다. 이후 서울교통공사에서 행정 공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가 있다”며 “그동안 관리되지 않던 작품에 대해 역사별 미술품을 소개하는 가이드북과 주기적으로 청소와 관리한다는 관리 매뉴얼도 만들 방침이라고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하철역 미술품 전시에는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와 관련해 오 의원은 지난해 11월 제284회 정례회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 모든 지하철 상업광고를 예술품으로 전환하는데 따른 광고수입 손실, 1억여 원의 고가 미술품 구매전시 문제점, 일부 작가 전시 독점 문제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이중 특히 일부 작가 전시 독점 문제가 논란이 됐다.

그에 따르면 A작가의 경우 9호선 1~3단계 공사기간 미술품 공모(전체 30점)에서 1단계 5점, 2단계 1점, 3단계 1점이 선정돼 작품료로 모두 5억2200만 원을 받았다. B작가는 지하철 2호선에 전시된 작품 46점 중 71.7%에 달하는 35점을, C작가는 지하철 4호선에 전시된 74점 중 35.1%인 26점을 전시했다고 오 의원은 발표했다.

이에 대해 그는 “문화 역사를 갖추기 위해서는 미술품 구매에 대한 투명성도 재고돼야 한다. 일부 작가들이 독식하는 방식이 아닌 청년·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순환 전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며 “지하철에 전시 공간을 대여하거나 순환 전시하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꼭 구매 전시를 통해 서울시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미술대학의 졸업 전시를 역사에서 진행하는 등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문화역사가 만들어짐과 동시에 미술문화계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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