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임신중절 급감했다지만 실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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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시위 [뉴시스]

 

[일요서울 | 김태산 기자] 지난 14일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발표함에 따라 낙태죄 처벌이 합당한지를 두고 찬반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조만간 위헌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헌재, 낙태죄 처벌조항 형법 269조 1항 등 헌법소원 심리 중
임신 여성들 중절 당시 절반에 가까운 46.9% 미혼 상태


지난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현재 낙태죄 처벌조항인 형법 269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심리 중이다. 

형법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태를 도운 의사도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같은 조항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내려진다.

당시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현재보다 더 만연하게 될 것이다. 임신 초기나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지 않은 게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업무상 승낙 낙태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1심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7년 2월 이 사건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가 주목하는 핵심 쟁점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는지다. 모자보건법 시행령은 임신 24주 이내인 사람에게만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A씨 측은 실제 낙태죄 규정이 임신중단 결정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연간 17만건 상당 수술이 행해지고, 검찰의 기소 건수도 10건 이하인 점에 비춰 낙태 처벌 조항은 태아생명 수단이 아닌 선언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5월 열린 헌재 공개변론에서 여성가족부도 정부 부처 처음으로 낙태죄 폐지 입장의 의견서를 냈다. 

 

중절 여성 평균 나이 28.4세 
7회까지 경험한 경우도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15~44세 여성인구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건수(인공임신중절률)은 4.8건으로 가장 최근인 2010년 15.8건보다 69.6% 감소했다. 처음 조사가 이뤄진 2005년 29.8건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까지 낮아졌다.

2017년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5만 건 안팎으로 추정된다. 인공임신중절률을 활용했을 때 4만9764명이었며 연령별 중절률 고려 시 5만66건, 5세 단위 연령 집단별 중절률 고려 땐 5만703건이다.

2005년 34만2433건에 달했던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는 2010년 16만8738건 등 추정건수 또한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인공임신중절 급감의 배경으로는 피임 실천율 증가 등 피임 실태 개선과 함께 15~ 44세 여성 수의 지속적인 감소 등이 꼽혔다.

실제 인공임신중절의 실태는 어떨까. 지난해 9~10월 진행된 조사에서 전국 15~44세 여성 1만 명 가운데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으로 경험률 7.6%를 보였다. 경험률은 성경험 여성(7320명) 대비 10.3%, 임신경험 여성(3792명) 대비 19.9% 수준이었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까지 다양했는데 평균 28.4세(±5.71세)였다. 평균 횟수는 1.43회(±0.74)였는데 많게는 7회까지 경험한 경우도 있었다.

중절 당시 절반에 가까운 46.9%는 미혼 상태였으며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 순이었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 대부분이 불완전한 피임 방법을 택하거나 피임을 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질외사정법·월경주기법 등 불완전한 피임이 47.1%로 가장 많았고 피임하지 않은 비율(사후피임약 복용 포함)이 40.2%였다. 콘돔, 자궁 내 장치 등 피임 방법을 사용한 비율은 12.7%에 그쳤다.

피임을 하지 않은 여성들은 그 이유(중복응답)로 가장 많은 50.6%가 ‘임신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고, ‘콘돔 등 피임도구를 준비하지 못해서’라는 답변이 18.9%로 뒤를 이었다. ‘파트너가 피임을 원하지 않아서’라는 경우도 16.7%나 됐으며 ‘피임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비율은 12.0%였다.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의 95.0 %는 파트너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는데 당시 보인 반응은 ‘내 의사와 선택을 존중하겠다’(43.0 %), ‘아이를 낳자’(34.0%) 순이었다. 

파트너 5명 중 1명은 ‘인공임신중절을 하자’(20.2%)고 했는데 이런 경우는 미혼일 때가 26.2%로 가장 높았고 사실혼·동거 19.8%, 법률혼·별거·이혼·사별은 13.5% 수준이었다. 반대로 법률혼·이혼·사별 집단은 ‘아이를 낳자’라고 말한 비율이 42.2%로 가장 높았다.

인공임신중절 이유(2개 복수응답)로는 가장 많은 33.4%가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그 외에도 고용불안정과 소득이 적어서 등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라는 답변이 32.9%, 자녀를 원치 않거나 터울 조절 등 ‘자녀계획’이 31.2%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중 인공임신중절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도 10.1%(383명)는 인공임신중절을 고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는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46.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자녀계획’ 44.0%, ‘학업, 직장 등 사회생활 지장’이 42.0% 순이었다.

이들의 71.5%는 ‘태아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끝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하지 않았으며 경제상황이나 파트너와의 관계가 좋아져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 않은 여성은 39.8%였다. 24.2%는 ‘건강을 해칠 수 있어서’, 18.9%는 ‘인공임신중절 자체가 무서워서’, 13.3%는 ‘사산·유산이 돼서’라고 답했다.

 

비용은 30만~50만 원
의료기관 정보 가장 필요

 

수술 지역은 주거지 근처가 64.%로 가장 많았고 주거지와 가까운 타 시·도 25.1%, 주거지와 먼 타 시·도 9.9%, 해외 0.3% 순이었다. 인공임신중절 비용은 30만~50만 원 미만 41.7%, 50만~100만 원 미만 32.1%, 30만 원 미만 9.9% 등이었다.

인공임신중절에 필요한 정보로는 가장 많은 71.9%(2개 복수응답)가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꼽았다. 비용, 부작용 및 후유증도 각각 57.9%, 40.2%로 나타났다. 실제로 정보를 습득한 경로는 34.6%가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었고 ‘온라인(인터넷)을 통한 불특정 대상’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경우도 29.3%나 됐다. 친구 및 지인은 18.3%였다.

인공임신중절 이후에 적절한 휴식을 취한 경우는 47.7%로 절반이 채 안 됐다.

신체적 증상을 경험한 8.5% 중엔 43.8%만이 치료를 받았고 정신적 증상을 경험한 54.6%는 치료율이 14.8%에 불과했다. 치료를 받지 않은 건 ‘치료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지 않아서’(46.3%),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22.8%), ‘치료받으러 의료기관에 가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12.8 %)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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