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자불선 선자불래(來者不善 善者不來)‘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의도가 있는 사람은 찾아오지 않고, 찾아온 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을 때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래자들이 살려달라고 ‘SOS’를 쳤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선의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들의 선의를 선의로 베풀었으나 되레 그들에게 탄핵되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도 내자(來者)의 선의를 믿었다가 망했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이 한나라로 통일이 되자 위만이라는 자가 부하 1000여 명을 거느리고 고조선에 왔다. 고조선의 준왕은 위만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넘어가 그들을 받아들였다. 

어느 날 준왕은 한나라 대군이 쳐들어오니 왕국에 가서 왕을 지키겠다는 위만의 말만 믿고 왕검성 문을 열어주었다가 위만의 공격을 받아 왕위에서 쫓겨났다. 

미국이라는 나라도 내자다.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기에 한국전쟁에 개입했고 지금도 우리의 우산이 되어주고 있다. 침략과 수탈을 목적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중국, 일본과는 다른 내자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공산화를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그 반대다. 미국만 아니었으면 통일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 통일은 요원하다. 그래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핵무기를 매개로 미국과 흥정을 하고 있다. 비핵화를 할 것이니 종전선언도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주한미군의 철수임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두고 참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대한민국 정부는 다른 소리를 한다. 북한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선의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 탈북한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대사관 공사가 김정은 정권의 선의만 믿고 먼저 무장해제를 하는 건 잘못됐다고 우려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는 “한국은 북한에 뭔가를 주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데, 순진한 생각”이라고 일갈했다. 북쪽의 폭압성과 폭력성이 하나도 바뀐 게 없는데도 남쪽만 급격히 변하는 건 위험한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은 최근 한국 의회 지도자대표단에게 “나는 북한을 믿지 않는다. 김정은의 진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무장해제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부모가 자식을 야단칠 때 엄마·아빠가 다른 소리를 하면 아이는 어디로 가겠냐”며 “한·미가 북한 문제에 있어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건의 말대로 한국 정부가 그동안 미국과 항상 같은 목소리를 냈다면 어땠을까?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북한은 전갈과 같은 존재다. 전갈에는 독이 있는데 주위에 있는 동물들을 독으로 죽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독을 빼버리면 더 이상 전갈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핵무기라는 독을 갖고 주위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더 이상 북한이 아니다”라며 김정은의 선의를 일축했다. 한·미가 설사 같은 목소리를 낸다 해도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종합하면, 김정은의 선의는 선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을 왜 자꾸 만나는 것일까? 2차북미회담이 어떻게 끝나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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