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사진) 회장이 선물(先物)투자로 10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사실이 지난 주말 알려지면서 각종 의혹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의혹의 초점은 최 회장이 무슨 돈으로, 왜 거액의 선물투자에 손을 댔는가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최 회장이 회사 돈이 아닌 사비로 투자를 했다는 사실 뿐이다.

우선 자금 출처와 관련해 투자자금은 모두 최 회장의 개인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007년 SK케미칼(121만주, 978억원), 2008년 SK건설(37만주, 200억원), 2009년 ㈜SK(103만주, 920억원) 등의 주식을 처분해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최근 5년간 자신이 44.5%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 C&C 등 계열사에서 350억원의 현금배당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9월 SK C&C 지분 400만주(지분율 8%)를 우리투자증권에 맡기고 2000억원 가량을 대출받았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주식 처분, 배당, 주식담보 대출 통해 4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관건은 최태원 회장이 리스크가 큰 선물투자에 나선 이유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해 순환출자 해소 자금 마련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해 9월 2000억원을 대출할 당시 SK그룹은 SK C&C→SK㈜→SK텔레콤→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였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려면 SK텔레콤이 가진 SK C&C 지분 9%를 처분해야 했다.

최 회장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 지분을 사들이려 했지만 지난해 초 5만원 안팎이던 SK C&C 주가가 9월 9만원까지 치솟으면서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자 단기간에 돈을 불릴 수 있는 선물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이 가진 SK C&C 지분을 우호 세력인 쿠웨이트 투자자와 KB금융지주 등에 분할 매각해 순환출자 구조를 없앤 상태라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또 최근 일반지주회사의 금융 계열사 지분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SK네트웍스(22.71%), SKC(7.73%)가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 선물투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은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2일까지 계열사가 보유한 SK증권 지분을 처분하지 않으면 주식 장부 가치의 최대 10%(180억원)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최 회장이 선물투자에 나선 지난해 9월만 해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확실시돼 굳이 최 회장이 위험성이 큰 선물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밖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사촌인 최신원 SKC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과의 계열분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물투자에 나선 것이라는 등 각종 추측과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재계관계자들은 이처럼 무성한 추측과 의혹을 잠재우는 방법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개인 자금으로 한 투자가 확실하고 국세청에서 이미 불법성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상태에서 근거 없이 떠도는 각종 추측에 대해 일일이 해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 참석한 후 싱가포르를 거쳐 현재 인도네시아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4월말 이전에는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하는 최태원 회장이 선물투자 손실과 관련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 재계의 관심이 최 회장의 입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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