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하고 있는 참전용사와 참전용사비를 방문하며, 콜롬비아로부터 큰 관심을 이끌어 내기도

[일요서울 l 대구 김을규 기자] “단순히 봉사활동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을 가엾게 보지 않았고, 친구로 만났다. 우리가 해 준 것 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다”라며, “봉사의 대상이기보다 그들은 우정의 대상이였던 것 같다”

계명대 교육학과 김한결(남, 25세) 학생은 이번 콜롬비아 국외봉사활동을 마치고 이처럼 말했다.

계명대(총장 신일희)는 이번 동계방학을 맞아 대대적인 국외봉사활동을 펼쳤다. 에티오피아(2018. 12. 30.~2019. 1. 11.)를 시작으로 태국(2019. 1. 3.~1. 15.), 콜롬비아(2019. 1. 9.~1. 23.), 필리핀(2019. 1. 13.~1. 25.), 인도네시아(2019. 1. 13. ~ 1. 26.) 등 5개국에 150여 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에 콜롬비아는 최초로 국외봉사활동에 나선 곳으로 중남미에서 유일한 6.25 참전국인 콜롬비아에 나라를 지켜준 것에 대해 보답한다는 의미를 크게 담고 있다.

계명대는 지난해 같은 의미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봉사활동을 펼친 후 올해 두 번째로 에티오피아에서 봉사활동을 가지기도 했다.

계명대가 콜롬비아에서 봉사활동을 펼 친 곳은 부에나비스타 시이다. 해발 1,700m고지에 위치 이곳 작은 마을을 특별히 봉사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6.25참전 용사인 곤잘레스(José Eli Grisales)씨가 이 마을에 살기 때문이다.

90세가 넘은 곤잘레스 씨는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였으나, 방문단을 맞이하기 위해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본인의 자택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그러면서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자녀와 손주들을 모두 불러 계명대 방문단을 환영했다.

곤잘레스 씨의 집은 6.25전쟁 박물관을 방불케 했다. 집안 곳곳 모든 벽면에는 당시의 사진들이 걸려있었고, 태극기와 콜롬비아 국기를 상시 게양하며, 당시의 모습들을 아직도 생생히 간직하고 있었다.

계명대 방문단을 맞이한 곤잘레스 씨는 “젊은 시절 비록 다른 나라이긴 하지만, 자유와 평화를 위해 피 흘리며 지켜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의 젊은이들이 나를 아직 기억해 주고 이렇게 찾아 준 것 만으로도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다”며 환대했다.

계명대 국외봉사단은 봉사활동 지역과 조금 떨어진 보고타 지역 국군학교내 참전용사비에 헌화하고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소식을 접한 콜롬비아 군에서는 사관생도들과 의장대를 파견해 사열하고 애국가를 연주하며 계명대 국외봉사단을 맞이했다.

콜롬비아 국외봉사단 학생 대표인 손한슬(남, 26세, 경영학전공 4) 학생은“처음에는 단순히 참전용사비에 헌화만 하고 간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까지 맞이해 주는 것을 보고 오히려 감동을 받았다”며, “오늘 이렇게 살아 갈 수 있는 것이 이들이 목숨 바쳐 구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숙연해 졌다.”고 말했다.

이곳 참전용사비는 불국사의 다보탑 모양으로 만들어져 더욱 그 의미를 더하고 있었다.

이처럼 계명대의 이번 콜롬비아 봉사활동은 단순히 봉사활동을 넘어 민간외교의 역할도 톡톡히 해 냈다. 김두식 주 콜롬비아 대사도 학생들을 직접 대사관을 초청해 환대 해 주며 계명대 국외봉사단을 격려해 주기도 했다.

봉사 본연의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인스띠뚜또 부에나비스타 학교에 학생들은 놀이터를 만들어 주고, 벽화와 교실 환경 개선 등 노력봉사와 함께 한글교육, 태권도, K-Pop 배우기 등 교육봉사도 병행해서 이루어졌다.

특히, 고지대에 위치한 학교를 연결하는 계단에 난간이 없어 어린 학생들의 낙상사고가 빈번했는데, 이번에 난간을 설치해 줘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시에라(Ana Maria Ramirez Sierra) 인스띠뚜또 부에나비스타 학교 교장선생님은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이렇게 봉사활동을 한 적은 누구도 없었다.”며, “첫 봉사를 한 사람들이 먼 한국의 대학생이라는 것에 감동을 받았고, 그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감동을 받아 너무 감사하고 모두가 소중한 인연 이였던 것 같다”며,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학생들의 봉사활동 소식을 접한 보테로(Carlos Arturo Vergara Botero) 부에나비스타 시장은 직접 봉사활동 현장을 방문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날 문화공연을 같이 하자고 제안해 시청 앞 광장을 내 주며, 학생들의 공연과 함께 마을의 전통 공연도 함께 어울리며 축제의 장이 만들어 감동을 더했다.

또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기금으로 현지 학생들에게 필요한 악기를 구입해 선물해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음악선생님이 3일 동안 애국가연주를 연습해 이날 시청광장에서 애국가를 직접 연주하며 답례했다.

정민주(여, 22세, 유아교육과 3) 학생은 “봉사기간 동안 마을 주민들과 너무 친해져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 이름도 다 외울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는데, 헤어지려니 눈물이 절로 났다”며, “이곳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동양인들이 자기들을 도와준다는 것에 신기하게 생각하면서도 봉사활동 기간 내 환대해주며 우리를 맞이해줘 오히려 우리가 접대를 받고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명대 국외봉사는 한국대학봉사협의회에서 선정하는 단기 해외봉사 자체 프로그램에 매년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으며, 특히 금년 실시하는 콜롬비아 봉사는 자체개발 프로그램으로 파견되는 국내 첫 남미지역 봉사활동으로 인정받았다.

계명대는 매년 하계방학과 동계방학을 통해 국외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2년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하고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국 임업부 임업과학원과 공동으로 조림 봉사활동을 펼친 이래 지난 16년간 네팔,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몽골,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등 아시아권을 비롯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중남미 콜롬비아까지 17개국에 96회의 봉사활동을 펼쳤다. 파견인원만도 3,400명이 넘으며, 지원금액도 60만 달러(한화 7억여 원)에 달한다.

한편, 계명대 국외봉사단은 체류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봉사활동 경비를 계명대 교직원들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사)계명1%사랑나누기의 후원을 받는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현지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치고 계명대 교직원들은 후방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으로 이는 타 대학 국외봉사활동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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