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만 27만여명 달해..사기땐 수천억 피해 우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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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경찰이 투자 사기 의혹을 받는 암호화폐 거래업체 코인업센터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9일 오전 11시 10분께부터 강남구에 있는 코인업 사무실 2곳에 수사관 50여명을 파견,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종료됐다. 경찰은 코인업의 컴퓨터와 투자자명부, 투자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인원은 특정경제법상 사기‧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는 모처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암호화폐를 이용한 투자 사기가 올해도 기승을 부리면서 부정적 이슈에 시장이 다치 주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합성 사진 이용하기도…마침내 경찰이 칼뺐다
경찰 "압수한 자료 분석해 피의 사실 특정할 것"

코인업 측에 따르면 투자자가 온라인 27만명, 오프라인 7000여명에 이른다. 한 사람이 많게는 1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피해액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피해자들이 대출을 받거나 빚을 지면서 투자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드러나 사기에 취약한 서민들이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1천만 원 투자하면 5천만 원?  

일명 ‘캐시강’으로 통하는 강모 코인업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에게 비상장 암호화폐 토큰인 월드뱅크코인(WEC)을 발행하고 상장하면 단기간에 400~500%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광고해왔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합성 사진을 이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기로 했다”는 등 유명 인사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8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빌려 쓰며 직원도 고용하고 일부 매체에 광고를 싣기도 했다. “행사에 밴드 ‘퀸’을 불렀다” “유명 연예인이 다수 투자했다”는 말도 퍼뜨렸다. 법무법인 율촌으로부터 법무자문을 받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청와대·서울시·율촌 측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코인업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투자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6주 뒤 원금에다 25%의 수익을 얹어주는 방식도 제안했다. 코인업처럼 은행업 인가를 받지 않은 업체가 자금을 조달하면 현행법상 유사수신행위로 처벌된다.

코인업은 지난해에는 12월에 WEC를 주요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광고하다 상장 시점을 이달 말로 연기한 데 이어 최근에는 다음달 초로 자꾸 늦추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최근에는“조만간 10위권 거래소에 일제히 상장한다”거나 “마지막 투자 기회다”라며 영업을 지속했다.

경찰이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코인업 투자자들은 조만간 코인이 상장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분위기다. 한 70대 여성은 “코인이 상장하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으니 계속해서 붙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 18일 이례적으로 코인업에 대한 투자를 주의하라고 공지했다. 협회 측은 협회 회원사 거래소 중 코인업을 상장하거나 상장검토를 한 곳이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소속 회원사 내 거래소 중 해당 코인을 상장하거나 상장검토를 한 곳이 없다"며, 협회를 사칭하거나 협회 회원사를 사칭한 사기성 거래소 주의를 투자자에게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 사실 공표 등의 문제로 압수수색한 업체 관련자에 대한 입건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해 피의 사실을 특정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로 전했다.

"정부 가이드라인 시급"

일각에서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기행각이 끊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도 "지금처럼 시장을 방치하면 투자자 피해가 계속될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관련 규제가 없어 피해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암호화폐·블록체인' 시장을 사각지대로 방치하는 이상, 무법천지가 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방치도 못마땅한 판국에 일부 스캠업체 때문에 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 전체가 의심받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합법인지 불법인지 가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수익 미끼 투자 유인 끊이지 않아...

'고수익'을 미끼로 암호화폐에 투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끊이질 않고 있다.

2017년부터 거세게 불었던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사그라 들었지만 투자를 가장한 사기행위는 갈수록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대응팀에 따르면 가상통화 등 투자를 가장한 유사수신업체 수사의뢰 건수는 2015년 13건에서 2017년 39건으로 2년 만에 3배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21건에 달했다. 

지난해 7월 신일그룹은 '150조원 보물선'을 발견했다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을 판매하다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피해자는 2354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90억원에 달했다.

현재 이 회사는 'SL블록체인그룹'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트래져SL코인'을 판매하다가,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회사명을 다시 '유니버셜그룹'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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