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4·3 재보궐선거 후보 등록 마감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창원 성산의 ‘진보 단일화’ 여부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이 지역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다. 이에 정의당이 일찌감치 ‘고토 수복’에 나섰지만 지지기반이 겹치는 민중당에 이어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나오면서 단일화를 둘러싼 기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구속된 이후 지지층의 결집이 가시화됐다고 판단,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 지사 구속 여파가 자유한국당 지지세 강화로도 이어졌다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결국 ‘범진보 단일화’만이 유일한 변수라고 분석한다.

 

- 강기윤-여영국 ‘양강 구도’...정의당 “민주당이 더 큰 정치적 책임지게 될 것”
- 여당 내부서도 ‘이견’, “후보라도 내 보자”vs“통영·고성에 집중, 양보해야...”

부산·울산·경남(PK) 지역 민심이 요동치는 가운데 여야가 오는 4월 3일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격돌한다. 현재 PK에서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경남 창원·성산과 경남 통영·고성이다.

이번 재보선은 작은 규모로 치러질 것으로 보이지만,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치르는 선거인 만큼 ‘총선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보선 지역에서 승리를 거둬야 총선까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단일화 놓고
진보진영 ‘동상이몽’

민주당은 PK 두 곳의 재보선 지역구 분위기를 주시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구속된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도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사망으로 치러지게 된 창원·성산 보궐선거는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초미의 관심사다. 창원·성산은 노 전 정의당 원내대표의 지역구로 지난 20년간 매번 진보진영 단일화가 이뤄져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던 곳이다.

현재 민주당 권민호·윤용길·한승태, 한국당 강기윤, 바른미래당 이재환, 정의당 여영국, 민중당 손석형 예비 후보가 선관위에 등록한 상태다. 정의당은 노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만큼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도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 구속과 경기 불황 등으로 흔들리는 경남권 민심을 잡기 위해 양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은 이미 이곳 공천 준비를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진보진영 단일화 논의가 있긴 하겠지만 현재 당 지도부는 우리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라며 “내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의 선거인데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까지 창원·성산에 후보를 내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창원·성산 선거구는 4·3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떠올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단일화를 하지 않고 출마를 시사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두 가지 시각이 있다”라며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으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이번엔 후보라도 내보자’는 민주당 당원들의 성토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창원 성산 지역 당원들에겐 지난 선거 때 민주당이 끝까지 선거 완주를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 실패=필패’ 공식
“이번 보선도 예외 아냐”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마지막까지 범진보 단일화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진영이 끝내 ‘각자도생’을 택할 경우 자유한국당이 ‘어부지리’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창원·성산에서는 2004년 제17대와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잇따라 당선됐고, 19대 때는 진보진영의 단일화 실패로 당시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가 승리했다. 그러다 20대 총선에선 당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손석형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당선됐다. 결국 진보진영의 ‘단일화’ 여부가 창원·성산구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잣대인 셈이다.

특히 민주당 권민호·윤용길·한승태 예비후보, 자유한국당 강기윤·바른미래당 이재환·정의당 여영국·민중당 손석형 예비후보 등 모든 원내 정당이 후보를 등록한 이번 선거야말로 진보 단일화에 선거의 승패가 걸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의당은 보수 야당을 제외한 민주당, 정의당, 민중당 후보 간 단일화를 통해 창원·성산을 범진보진영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양보를 우회적으로 압박해 왔다.

정의당 관계자는 “한국당의 ‘5.18 폄훼’ 사태를 계기로 여야 4당이 의기투합한 상황인데 4.3 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이 한 석을 더 가져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국당에 창원 성산을 빼앗기는 건 정의당으로서도 매우 굴욕적인 일이지만, 민주당이 더 큰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정의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양강 구도를 형성한 여론조사 결과가 21일 발표됨에 따라 민주당과 민중당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창원 KBS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창원시 성산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후보 적합도'를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 강기윤 자유한국당 예비후보 26.6%, 정의당 여영국 예비후보가 25.3%를 얻어 1.3%포인트 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권민호(7.1%) 예비후보, 민중당 손석형(7.0%) 예비후보, 바른미래당 이재환(1.9%)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한승태(1.9%) 예비후보 순을 보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창원시 성산구와 통영시·고성군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400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유선전화+휴대전화 RDD 방식, 지역별, 성별, 연령별 기준 비례할당추출)를 실시해 나타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리서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창원 성산은 노 전 의원이 ‘드루킹 특검’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역인데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며 “이번엔 통영·고성에 집중하고, 2020년 총선 때 창원 성산에서 정면승부를 펼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