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여의도가 북미정상회담으로 시끌벅적하다. 자유한국당은 신임 당 대표 선출로 정신이 없다. 하지만 정작 여의도맨들의 관심은 따로 있다. 바로 내년 4월 15일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선거다. 무엇보다 여당의 마음이 바쁘다. 여소야대 정국에 개혁입법이 번번이 야당의 반대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원내1당 확보는 필수적이다. 또한 임기 말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서 청와대의 국정 방향을 이해하는 측근들의 국회 입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진물갈이론’과 ‘세대교체론’이 나오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당대표가 선봉에 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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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4선 이상 다선 의원 ‘세대교체론’ 이해찬 선봉에…
- 靑, 1기 멤버, 장차관·공기업 인사 등 ‘친문’ 대거 투입

최근 집권 여당 내 총선이 1년 넘게 남았지만 ‘중진 물갈이론’이 도는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입각과 맞물려 있다. 청와대는 3월 중으로 발표할 개각에 최소 5개에서 최대 10개 부처 장관 자리를 교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후임자로 여당 현역 중진의원들이 대거 물망에 올랐기 때문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의 선수를 보면 3선 이인영·우상호, 4선 박영선·변재일·안민석·송영길, 5선의 원혜영 의원 등이 올랐다. 그러나 이 중에서 검증에 들어간 한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의 경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친문 주류가 3,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입각 명단을 흘리는 것은 총선 불출마를 압박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흘리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사실상 입각을 할 경우 내년 총선 출마가 힘들기 때문이다.

‘중진 입각설’이 ‘중진 물갈이론’ 된 까닭 보니

특히 원혜영 의원의 경우 차기 국회의장직을 노리고 있어 내년 총선 출마가 불가피하고 송 의원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인 탈원전에 대해 이견을 내놓고 있어 입각 자체가 힘든 상황인데 여전히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해찬 당대표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라서 중진들의 이런 우려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중진물갈이를 통해 세대교체를 내세워도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또한 이 대표 입장에서도 중진들이 대거 불출마할 경우 그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어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집권여당의 3선 이상 중진 현역 의원들은 모두 38명이다. 구체적으로 3선 18명, 4선 13명, 5선 4명, 6선 2명, 7선이 1명이다. 이 대표가 7선이고 정세균·이석현 의원이 6선, 박병석, 원혜영, 이종걸, 추미애 의원이 5선이다. 4선 의원은 강창일, 김부겸, 김진표, 박영선, 변재일, 설훈, 송영길, 안민석, 오제세, 이상민, 조정식, 진영, 최재성 의원이다.

3선 의원은 김상희, 김영주, 김영춘, 김태년, 김현미, 노웅래, 민병두, 백재현, 심재권, 안규백, 우상호, 우원식, 유승희, 윤호중, 이인영, 이춘석, 정성호, 홍영표 의원이다.

무엇보다 3선 18명 중 전북 익산갑인 이춘석 의원을 제외한 17명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4선 13명 중에서도 김진표, 박영선, 설훈, 송영길, 안민석, 조정식, 진영, 최재성 의원이 수도권 출신이다. 세대교체 바람에 따른 3, 4선 이상 ‘중진 물갈이론’이 현실화될 경우 수도권 출신 인사들 상당수가 그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상 물갈이 대상은 수도권이 아닌 민주당 텃밭인 호남이 역대 총선에서 물갈이 대상이 됐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중진들의 집단 탈당으로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은 전북 2곳, 전남 2곳, 광주 1곳 등 5곳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민주평화당(9)과 바른미래당(6), 그리고 무소속(3)·한국당(1)이 차지하고 있어 물갈이를 할 필요가 없이 공천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공천물갈이 폭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은 128명이다. 그중 3선 이상 기계적으로 공천 배제를 할 경우 38명으로 현역물갈이 수준은 30%이다. 최소 4선 이상 물갈이를 추진할 경우 20명(15%)의 현역 의원이 교체될 수 있다. 역대 총선 현역 물갈이는 최소 20%에서 최대 40%대까지 이뤄져 25명에서 최대 50명까지 늘어날 수 있어 중진들의 공천 배제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역 중간평가에 당무감사까지 중진들 ‘긴장’

실제로 이해찬 당 지도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자당 의원을 대상으로 ‘20대 국회의원 직무수행 실적 중간평가’를 실시했다. 2016년 20대 총선 개시일인 6월 1일부터 2018년 5월말까지 2년간 국회의원 활동을 정량과 정성 평가를 동시에 진행했다. 중간평가 점수는 45%로 규정했고 최종 평가는 55%로 이를 합산해 공찬 심사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월 25일부터는 2주간에 당무감사에 착수했다. 당무감사란 지역위원장을 평가하는 것으로 감사 결과를 근거로 지역위원장을 교체할 수도 있다. 사실상 지역위원장이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첫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원을 희망하는 후보들은 모두 당무감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원외 지역위원장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활동이 주 평가 대상이다.

국회의원 실적평가와 지역 활동 평가가 결국 내년 총선에서 공천 배제의 근거가 될 공산이 높다. 또한 3, 4선 이상 ‘중진 물갈이론’의 단초가 될 것이란 게 여권 내 분석이다. 중진의원들의 경우 중앙정치에 전념하다 보니 지역구 활동이나 입법, SNS 활동에 초재선 의원들에 비해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중진 물갈이론’을 부추키고 있다.

한편 청와대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하다. 청와대 1기 멤버들 중에서 총선 출마를 위해 나가거나 나갈 인사들이 상당수인 데다 모두 험지로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와대 1기 멤버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다 대통령의 국정방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이 대거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로 입성한다면 청와대와 정부는 상당한 국정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인사들이 임종석 전 비서실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경기 시흥갑), 권혁기 전 춘추관장(서울 용산)이다. 이들 3인방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서울과 경기도당 입당을 최근 신청한 상황이다. 또한 한병도 전 정무수석(전북 익산을), 윤영찬 전 홍보수석(경기 성남중원),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서울 강서을)이 지역구를 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종로 정세균 전 의장 자리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정 전 의장의 출마의지가 강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성동구에 출마하거나 총선에 불출마하는 중진의원 지역으로 도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청와대 1기 멤버로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서울 은평갑), 박수현 전 대변인(충남 공주·부여·청양),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충남 보령·서천)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장관들 중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역시 물러날 경우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청와대에 남아 있지만 조만간 나와 총선 출마를 할 인사들도 적잖다. 정태호 일자리 수석과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복기왕 정무비서관이 금명간 청와대를 나와 출마할 예정이다. 정태호 수석은 서울 관악을, 조한기 비서관은 충남 서산·태안· 복기왕 비서관은 충남 아산갑에 출마할 예정이다. 청와대 구청장 출신 비서관 3인방 역시 출마가 유력하다.

청와대 1기 멤버들 ‘대거 총선 출마’ 지역구 보니.

김영배 민정비서관(성북구청장), 김우영 자치발전비서관(은평구청장), 민형배 사회정책비서관(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도 구청장을 지낸 지역에서 국회 입성을 노린다. 이 밖에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김봉준 인사비서관도 총선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의 총선 출마 희망자들은 오는 8월쯤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선 수석은 서울 양천을에 출마한 적이 있고, 김봉준 비서관도 서울 출신으로 서울 지역에서 출마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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