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쪼개지는 경찰, 외관상 이분화?

지난 14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정‧청 협의’. [뉴시스]
지난 14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당‧정‧청 협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부, 청와대가 국회에서 발표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두고 일선 경찰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방 권력과 경찰의 유착’, ‘신속 수사 체계의 붕괴’, ‘균일한 치안 서비스 실패 가능성등이 예상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신속 수사 가능성’, ‘지방 권력-경찰 유착’, ‘치안 서비스 불균등화우려

정용기 정책위의장 자치경찰이라 쓰고 검경수사권 조정이라 읽어야 할 것

이번 발표에 따르면 자치경찰제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제주도를 포함해 서울세종 등 5개 시도에서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나머지 2개 도시는 입법 후에 결정된다. 2021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의 경찰 개혁핵심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발표를 지켜본 일선 경찰들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경찰이 둘로 쪼개지고도 신속한 수사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큰 것이다.

발표를 보면 국가 경찰은 정보보안외사 관련 수사, 전국적통일적 처리를 요하는 민생치안 사무를 맡는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지역경비 등 주민 밀착 치안 활동과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가정학교폭력, 교통사고, 공무수행 방해, 음주운전 등 수사를 담당한다.

다만 긴급하게 조치해야 할 현장성 있는 사건의 현장 보존, 범인 검거 등 초동 조치는 국가자치경찰의 공동 의무사항으로 규정해 사건 처리의 혼선을 방지하고 협력 체계를 강화하게 돼 있다.

외관상으로는 수사 성격에 따라 주체가 이분화했지만 사실상 그 기준이 명확엄격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 가능성

서울의 한 경정급 간부는 시민들은 국가경찰이냐’, ‘자치경찰이냐를 따지지 않고 최대한 빨리 초동 조치나 수사가 이뤄지길 바라는데, 아무래도 경찰이 둘로 나눠지면 조율하고 협업하는 과정에 시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경정급 간부도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며 어떻게 그 기간을 최대한 줄이느냐가 자치경찰제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찰과 지방 권력 간 유착 가능성도 자치경찰제에서 우려되는 점들 중 하나로 오르내리고 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과 동시에 지방 세력과 밀착해 정치적 중립성을 방기할 수 있다는 시선이다.

이번 방안에는 각 시장도지사에게 자치경찰본부장, 자치경찰대장 임명권을 부여했다. 다만 직접 지휘감독은 인정하지 않고, 도 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관리하게끔 하는 제도가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발표된 초안처럼 경찰위원회 위원을 시장도지사가 임명하게 할 가능성도 있어 결국 자치경찰이 지역 권력의 정점인 시장도지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총경급 간부는 그런 일(지방 권력과 경찰과의 유착)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만일의 사태의 대비해 강한 견제 수단을 만들어 놓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총경급 간부는 검찰 만큼은 아니지만 시민들에게 경찰 이미지도 그리 좋은 건 아니지 않느냐. 그런 상황에서 경찰과 지방 권력 간 비리 사건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여론이 급격히 안 좋아질 수도 있다면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더욱 엄격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치경찰교부세 전망에

유전치안 무전불안논란

경찰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각 시도 예산 차이에 따른 치안 서비스 불균등화다.

자치경찰제 시행에 필요한 예산은 국가 부담이 원칙이고 시범 운영 예산은 국비로 지원되지만, 장기적으로 자치경찰교부세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는 지자체별 상황에 따라 치안에 쓰이는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른바 유전치안(有錢治安) 무전불안(無錢不安)’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경정급 간부는 우리나라는 치안이 워낙 잘 돼 있어 당장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직원 복지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이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치안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용기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전날 민주당, 정부, 청와대가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밝힌 것에 대해 자치경찰이라 쓰고 검경수사권 조정이라 읽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명분은 주민밀착형 치안 강화지만 실제는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깊이 검토할 게 있다. 수사 기능 범위 면에서 자치경찰 수사 기능이 제한된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경찰장은 시장도지사가 임명하고 인원에 대해서는 중앙에 있는 국가경찰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문제도 있다면서 시장도지사가 임명할 때 토착세력 유착 우려가 있고 기타 인원 충원, 예산 확보, 치안 공조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당은 입법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깊이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회로를 내면서 (수사권 조정 등을) 밀어붙이겠다는 걸로 보인다라며 의도를 가지고 밀어붙이는 자치경찰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겠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우리는 일제시대를 거치며 비뚤어진 권력기관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법적 제도화를 통한 권력기관 개혁의 완수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권력형 적폐 청산을 확실히 마무리해 국정 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의 첫 발을 뗀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등에도 속도를 내 올해 안에 권력기관 개혁 과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국정원 개혁입법, 공수처 신설입법,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 자치경찰제 법안 마련 등 개혁의 법제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 온 만큼 이제 남은 것은 국회의 역할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온전한 도입까지는 국회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청와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에 막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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