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지난 21일 당의 ‘40·5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이 시대의 천명(天命)은 정권 재창출”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작년 8월의 당대표 경선에서 ‘20년 집권론’을 내걸었고, 9월에는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50년 집권론’을 주창한 바 있으니 그가 정권 재창출을 언급한 것은 그리 이상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해찬 대표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정권 재창출론’을 언급한 것은 정치 8단 나름대로의 계산에서 나온 발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수많은 경제지표가 하락 추세를 보이는 상황에, 내년 총선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그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정권 재창출론’은 단순히 당내 구성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의 발언이 아니라, 내년 총선 승리와 2022년 대선 승리의 자신감에서 나온 발언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해찬 대표가 그렇게 정권 재창출을 자신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손자병법 모공(謀攻)편에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구절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진두지휘할 이해찬 대표의 적은 누구일까? 그것은 아마도 오는 27일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실시하는 자유한국당의 차기 당대표일 것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태극국회의원이 자유한국당의 당대표가 되기 위해 경쟁 중인데, 국민여론과는 동떨어진 상태에서 진행 중인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판세를 종합해 보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꽤나 앞서가는 형국인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가 ‘정권 재창출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자신과 대적할 적이 황교안이라면 더불어민주당이 손쉽게 총선 승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황교안을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가능하게 하는 자유한국당의 X맨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X맨으로 취급 당할 만큼 정치력이 부족하고 문제점 투성이일까? 물론 그의 공안검사로서의 이력, 박근혜 정권의 황태자로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이력, 그리고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재임 시에 박근혜 국정농단을 방기하고 외면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자유한국당 당원들의 당 재건을 위한 열망이 모이고 있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자유한국당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3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황교안 후보 22%, 김진태 후보는 7%였고, 33%는 의견을 유보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황교안 후보는 52%의 지지를 받았고, 오세훈 후보는 24%, 김진태 후보는 15%였다.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상당한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렇게 민심을 외면하며 진행되고 있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자신하게 된 것 같다. 정치 8단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도 한 가지 유념해야 할 대목이 있다. 이번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전체 조사인원 1001명 중 188명에 불과했다.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다. 자유한국당의 낮은 지지도가 언제까지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는 이렇게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다. 황교안이 언제까지 X맨에 안주할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정치라면, 이해찬 대표의 자신감의 근거도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경립 편집위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