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로 문재인 정부가 야당복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 보수정권 당시 더불어민주당 역시 헛발질을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때마침 한국당은 본인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김경수 경남지사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돼 반사이익을 얻어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망언과 막말, 과거회귀 행태로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5.18 망언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4당은 한 목소리로 해당 의원들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중에는 당 대표선거에 나선 후보자도 있다. 5.18 망언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작심 비판하면서 등 돌린 지지층을 돌려세우고 있다. 하나를 잃은 게 아니라 둘을 잃은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1982년생인 한 최고위원 후보는 문 대통령을 향해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고 폭언을 했다. 반문 정서를 활용한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제1 야당의 수장이 되겠다는 당 대표 후보들의 토론을 보면 더 가관이다. 비전과 미래를 논하기보다는 과거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지 2년이 넘었는데 당 대표 선거전에 최대 화두가 탄핵 찬반이다.

무엇보다 당 대표가 유력한 황교안 후보를 보면 당권을 넘어 대권을 넘보는 인사인가 하는 의문점이 들 정도다.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말을 바꿨다. 과거 대통령 권한대행총리 시절에는 우리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해놓고 최근에는 절차적 문제가 있다”, “정치적 책임을 물어 탄핵 결정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입장을 바꿨다.

태극기 세력, 친박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위한 발언이라고 해도 보수 지지층에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인사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은 최소한 헌법과 법률을 존중해야 한다. 야당에서 대권 도전은 둘째 치고 제1야당의 당대표 자격이 없다는 비아냥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표는 황 후보가 유력하고 실제로 될 공산도 높다. 하지만 막말과 폭언, 나아가 미래보다는 과거회귀식 행태로는 당권을 잡더라도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질적인 계파 다툼도 문제지만 누가 당대표가 되건 내년 총선때까지 당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친박, 비박, 탈당파, 복당파 갈등이 여전한 한국당이다. 한때 김병준 비대위내에서 친박계에 대한 인적청산론이 불거질 때 친박 홍문종 의원은 당을 탈당해 박근혜당을 만들겠다고 반협박을 한 바 있다. 황 후보가 친박계를 등에 업고 당권을 거머쥘 경우 비박계의 당 대표 흔들기는 불 보듯 훤하다.

황 후보가 친박.비박 통합을 주장한다고 해도 자신을 지지해준 세력의 요구를 무작정 거부하기는 힘들다. 누가돼도 마찬가지다. 분수령은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 행사전후가 될 공산이 높다. 이번 당 대표는 공천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탄핵 찬성파에 대한 친박계의 공천불가론이 불거질 경우 2의 국민의당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난 총선때 공천에서 밀릴 것을 우려한 다수의 호남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을 만들어 출마한 바 있다. 비박계 역시 탈당해 신당을 만들 경우 촛불 시즌2’를 넘어 총선에서 보수 분열로 필패구도다. 집권여당이 황교안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때리면 때릴수록 황 전 총리가 될 공산이 높고 총선에서 대승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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