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경기도내 4개 사립유치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K이사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50억 원이 넘는 회계부정이 발생했지만 당사자는 감사를 거부해 경기도 교육청에서 수사의뢰했다. 하지만수사 의뢰한 지 8개월이 다 돼가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작년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가 있었다. 하지만 이를 개선할 유치원 3법이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과 겹치면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입김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검경 등 사정기관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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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조정실-도교육청 합동감사... 50여억 원 사라져
- 수백억 재산가, 경찰청 교경중앙위원 출신, ‘수사’ 지지부진 이유는…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해 7월27일 경기도 소재 사립유치원 4곳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K이사장을 회계부정 의혹에다 감사 거부 등으로 고발했다. 도 교육청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과 더불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경기도 소재 9개 유치원에 대해 합동 감사를 벌였다.

9곳 중 K이사장이 설립한 Y1 유치원(설립자 K이사장, A원장)이 포함됐다. 감사 결과 K이사장은 2014부터 2015년도 회계 중 유치원 회계 및 수혜성경비(수익자부담 경비) 유치원 계좌에서 K이사장이 대표자인 Y어학원에 164회에 걸쳐 20억 원 상당의 금액을 지출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증빙서류나 자료가 전무해 자금의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도자기 2500만원어치 구입… 학부모 선물?

또한 2015학년도 3~9월에는 유치원 회계계좌에서 유치원 명의 다른 계좌(감사자료 미제출)로 5천만 원 가량이 지출됐지만 어떤 증빙서류도 없이 부적정하게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2015학년도 6월 유치원회계계좌에서 역시 이사장으로 있는 Y2유치원으로 2억5천만 원가량을 증빙서류 없이 집행하기도 했다.

2014년 12월 16일에는 한국도자기 롯데센터에서 유치원 법인카드로 총 2500만 원을 지출했음에도 일체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1차 소명서에서 K 이사장은 학부모 선물용으로 지출했다고 소명했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K이사장은 도자기 구매를 포함해 총 11건으로 2억3천만 원 상당을 학부모 선물 내지 ‘추후 소명’한다며 지출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밖에도 유치원 운영비로 벤츠, 아우디, BMW 등 개인 소유 외제차 3대의 차령 보험료 1400만 원을 지불하는 등 총 50여억 원이 넘는 회계 부당 집행이 이뤄진 것으로 감사 결과 나타났다. 이에 도 교육청은 2018년 7월 27일 K이사장을 수원지검 검찰청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사건을 의정부검찰청 고양지청으로 이첩시켰고, 다시 고양지청은 파주경찰서로 이송시켜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 이와 관련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파주경찰서 수사관에게 관련 사건을 물었지만 “수사 중 사건으로 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에 고발된 지 8개월이 다 돼 가고 수사가 지지부진한 배경으로 파주서는 “사건파일이 너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밝혔다. K이사장이 수백억 재력가에다 경찰청 교경(교회와경찰 중앙협의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어 경찰 내 인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경협은 국내 최대 경찰선교 단체다.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 해경, 경찰대, 경찰병원 등 26개 경목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35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으며 경찰관 예배와 위문, 상담, 유치인 교화, 자녀장학금 지원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교경 중앙위원들의 친교와 단합 유대관계는 남다르다는 게 교경협의 입장이다.

이에 이런 배경으로 K이사장 관련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파주서는 “큰일 날 소리”라며 “전혀 아니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담당 수사관은 “사건 파일을 봐야 한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한편 K 이사장은  도 교육청 고발 건뿐만 아니라 골드바 사건에 휘말려 검찰 수사중인 상황이지만 역시 사건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골드바 택배 사건은 Y1 유치원 관계자 명의로 지난 2016년 4월 경기도 교육청 시민감사관으로 있던 김모 시민단체 출신이자 목사에게 골드바를 택배로 보낸 사건이다.

당시 택배기사는 집에 아무도 없어 김 감사관에게 “골드바가 도착했으니 직접 받아야 한다”고 전화를 걸었고, 김 감사관은 택배를 반송했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2016년 6월부터 사립유치원에 감사가 시작됐고 김 감사관은 감사 도중 경기지역에 4곳의 사립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K이사장 이름을 발견했다.

당시 감사를 실시한 도 교육청은 택배 내용물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기록으로만 남겼다. 오히려 Y1사립유치원 관계자가 김 감사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발했다가 취하했다. 골드바 택배 사건이 밝혀진 것은 택배로 금괴가 배달된 지 10개월 만인 2017년 2월이다. 일부 언론에 보도가 나오면서 의정부지검이 맡아 경찰서로 넘겼다.

檢 ‘골드바’, 警 ‘회계 부정’ 수사는 ‘오리무중’?

하지만 검찰 수사는 배달 의혹 제보를 받은 경찰이 1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작년 7월에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늦장 수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김 감사관은 2018년 10월 중순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두 차례 관련 서류만 제출했다”며 “최근에야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아쉬워 했다.

특히 경기도 내 사립유치원 4곳 이사장을 맡고 있으면서 그 중 한 곳만 감사를 받아 수십억 원의 돈이 출처 없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정기간 수사가 지지부진한 배경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다. 경기도내 지역 토호세력뿐만 아니라 사정기관 인맥에 정치권 인사들까지 K이사장을 조직적으로 비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편 ‘골드바’를 받았다 돌려준 김 감사관과 교육청 감사5팀은 지난해 박용진 의원과 함께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하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언론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을 당시 한 방송에 출연해 “사실은 저보다 이 일을 먼저 파헤쳐 온 분들이 있다. 시민단체도 있고 또 경기도 교육청의 시민감사관분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고 실토한 당사자가 김 감사관이다.

하지만 박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없애기 위해 대표 발의한 유치원 3법은 국회 통과가 언제 될지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거세 상임위 통과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유치원 3법을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해 법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전망이다. 통상 여야 합의가 어려운 쟁점 법안의 장기 표류를 막기 위해 도입된 패스트트랙은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안건으로 지정되면 본회의 처리까지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회부 60일)이 걸리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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