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소 회장 가족 지분 100% 보유…줄줄 새는 회삿돈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KEC그룹 곽정소 회장 일가의 사금고 말리바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KEC그룹 곽정소 회장 일가의 사금고 말리바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곽정소 KEC그룹 회장 일가가 홍콩 법인 페이퍼컴퍼니 말리바(MALEEVA)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말리바의 지분 100%를 보유한 주주 3명 모두 곽 회장과 특수관계이며, 계열사 간 복잡한 내부거래를 통해 이익을 몰아주는 등 사익을 편취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덕적 논란에 휩싸인 KEC가 국책사업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불법경영과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비자금을 조성한 기업에게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분 관계 없는 회사 임직원 인사 개입 정황
실제 상주 직원 단 1명?…연매출 450억 원대

KEC그룹 지배구조는 국내외 법인들이 서로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국전자홀딩스(KEC홀딩스)의 최대주주는 21.34%의 지분을 지닌 곽정소 KEC그룹 회장이다. 곽 회장은 1997년부터 KEC그룹 회장을 맡았으며 곽 회장의 친인척 오시로 다카코는 한국전자홀딩스 지분 6.59%를 보유하고 있다. 곽 회장의 아버지는 곽태석 KEC 선대 회장으로 한국인이며,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한국전자홀딩스의 종속회사로는 KEC, TSPS, KEC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일본법인, 한국전자판매(주), KEC디바이스 등이 있다.

주목해야 할 곳은 TSD와 TSP다. 이 두 회사는 대주주인 곽정소 회장의 친인척이 임원으로 있어 기타 특수관계기업에 포함됐다. KEC그룹의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는 말리바는 TSD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추혜선 의원실이 제공한 홍콩 법인 말리바 주주 지분율.
추혜선 의원실이 제공한 홍콩 법인 말리바 주주 지분율.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 지회에 따르면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말리바는 곽정소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홍콩 법인등록서류상 말리바의 주주는 총 3명으로, 오시로 사치코가 50%, 곽정우와 오시로 사오리가 각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시로 사치코는 곽정소 회장의 부인으로 TS-Japan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곽정우는 곽정소 회장의 아들이며 오시로 사오리는 친인척으로 추정된다.

“실소유 증거는 곽 회장의 인사권 행사”

곽정소 회장은 지분관계가 없는 TSD와 TSP의 사장과 부사장 등에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이 회사들의 실질적 소유주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2015~ 2019년 KEC그룹 인사발령 내역을 보면 TSD와 TSP 그룹의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 인사가 KEC그룹 회장 명의로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KEC 직원들은 관계 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전국금속노동조합, KEC지회는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KEC그룹 곽정소 회장 일가의 사금고 말리바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추 의원은 “KEC그룹은 곽정소 대주주와 친인척들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그룹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은 KEC다. 그룹의 내부거래는 매우 복잡하고, 비중도 상당히 높다. 그 중 KEC와 거래하는 TSD, TSP, TS-Japan의 지배구조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있는 TS-Japan은 2009년 전까지 KEC에 원재료를 직거래했고, 한국전자홀딩스가 2012년까지 지분의 16%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실적이 공시자료에 포함된 적은 한 번도 없다. TS-Japan의 모기업은 홍콩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말리바다”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KEC와 TSD와의 거래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KEC가 TS-Japan을 통해 원재료를 매입해 왔는데 굳이 중간에 그룹 내 공급과 판매를 맡는 회사를 하나 더 끼울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TSD는 2009년 11월 TSP로부터 인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됐다. TSD는 말리바의 100% 종속회사다. TSP는 1985년 설립돼 KEC에 리드프레임 등을 제조, 공급하는 업체다. 2001년 당시 대주주는 태석개발과 곽정기 등 곽정소 회장의 친인척이었으며 외국인투자지분 비율은 38%였다. 그러나 2009년부터 100% 외투기업이 됐고 모기업은 말리바다. 

검찰은 지난해 한국전자홀딩스가 홍콩 및 대만 법인에 대한 지배권을 통해 실질적으로 해외금융계좌를 지배·관리하고 있었음에도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종희 KEC노조 지회장은 “검찰과 관계기관이 찾아야 할 숨겨진 페이퍼컴퍼니는 홍콩의 말리바다. 말리바는 연매출액이 45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단 1명의 직원이 상주할 뿐이다. 경영활동이 실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비리 기업 국책사업 선정 안 돼”

이들은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KEC가 국책사업 과제 대상자로 선정돼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10월에 ‘전력 반도체 핵심 소자 개발’ 국책사업 1차 대상자로 KEC를 선정했으며 이달 최종대상자 선정이 예정돼 있다.

이 지회장은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사업이 불법경영과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악질적 기업을 지원하는 눈먼돈이 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일요서울은 KEC그룹에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재차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한국전자홀딩스의 분식회계를 적발하고 박명덕 대표이사 해임 권고, 증권발행 6개월 중단, 지정감사 2년 등을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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