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구 세상보기] ‘가짜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고재구 세상보기] ‘가짜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 고재구 회장
  • 입력 2019-02-22 21:46
  • 승인 2019.02.22 21:52
  • 호수 1295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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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산자이(山寨) 문화’라는 것이 있다. 우리식의 ‘짝퉁'인 모조품이나 복제품이 중국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형성된 사회적, 문화적 현상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생활용품을 모방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자동차, TV, 스마트폰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도 ‘산자이 현상’은 중국 사회 전체에 만연돼 있다. 말이 ‘짝퉁'이지 명확한 ‘가짜'다.

이것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값비싼 정품을 살 수 없었던 서민들이 ‘산자이’를 통해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상대적 박탈감 대신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서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남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성과를 훔치는 ‘산자이’를 범죄가 아닌 혁신적인 문화로 포장해서 받아들이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에는 가짜 분유, 가짜 계란, 가짜 캔맥주, 가짜 현금인출기 등 가짜라면 없는 게 없는 세상이 됐다. 심지어 가짜 백신 파동이 일기도 했다. ‘가짜’가 진짜로 행세해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가짜천국'이 되고 만 것이다. 최근 중국 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급속도로 신뢰성을 잃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이 이러한 ‘가짜제품 천국’이라면 한국은 이제 ‘가짜사람 천국’이 돼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도의와 질서를 몰각(沒却)하고 윤리와 인성을 땅바닥에 쳐 박으며, 사리사욕에는 맹수보다 영악하고, 인간 사회에 불신의 씨를 뿌리는 ‘가짜사람’들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이들은 탐욕, 시기, 중상, 위선, 가식 등 비열한 온갖 죄악을 뱃속에 가득 담고 아부의 웃음과 교활의 눈초리로 자기 잇속을 채운다.

신분 상승을 위해 별의별 일들이 일어나던 지난 시대에 가짜 검사와 가짜 청와대 직원 같은 권력사칭 가짜들이 자주 나타났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검색이 쉬워져 순식간에 들통이 나는 대명천지의 지금 시대에도 ‘가짜사람'들이 활보하고 다닌다. 독립운동가와 이름이 같은 사람의 아들이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독립운동가 후손 행세를 하면서 나랏돈을 받는가 하면, 친일하던 사람이 독립운동가로 둔갑하는 사례까지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포퓰리즘과 위선, 가짜논리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가짜 정치인’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더욱 혼란스럽다. 정치적 사술(邪術), 꼼수, 선전술 등으로 유권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교란하고 있는 ‘가짜’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민주주의로 포장된 대중 영합의 정치노선으로 국민에 대한 감성적 호소와 선동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지역주의, 이념 대결, 세대 간 갈등, 불평등 심화 등과 같은 현실 사회 상황을 교묘히 이용한다. 애매모호한 말장난을 하고, 아예 대놓고 거짓말을 하거나 통계를 왜곡해 개인의 논리적 사고와 판단을 가로막는 등 ‘가짜논리’로 국민 의식을 지배하려고 든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명백히 밝혀진 범죄를 호도하고 적반하장 식으로 본질을 왜곡하는 ‘내로남불’식 정치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모술수를 쓰는 ‘배신의 정치’를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온갖 혜택을 누리고도 자신의 정치생명에 위기가 닥칠 때면 입 닥치고 눈알 굴리며 눈치만 본다. 오랫동안 다른 정당에 몸담으며 입에 거품을 물고 특정인을 비판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를 찬양하고 나서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가짜 제품인 줄 알면서도 그 제품을 샀다가 국제적 신뢰를 잃어버린 중국처럼 우리 국민들이 사람을 제대로 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정치적 이해 때문에 뻔한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내 식구 감싸기'와 ‘내 조직 지키기'에 올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니 ‘가짜'들이 오늘도 겁없이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게 아닌가.

정치인이건 사회지도자건 그 누구건 간에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가짜사람’을 가려내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가짜를 찾아내 이를 알리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가짜'들이 특정단체와 특정인 등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지 못한다.

고재구 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