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청와대- 검찰 충돌
檢 칼끝 조국·임종석 겨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뉴시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김태우發 환경부 블랙리스트 폭로 후폭풍이 거세다. 청와대와 여당은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는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김은경(63) 전 환경부 장관이 관련 문건을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재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개혁 반대하는 것 아니라지만… 
민간인 사찰·환경부 블랙리스트… 청와대 연루 의혹 

 

지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특별감찰반 불법 사찰, 여권 인사 비위 첩보 무마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최근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지난달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블랙리스트로 의심할 만한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이 해당 문건 작성에 관여한 정황 등을 확인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인사수석실이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확보해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전 장관 재소환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설 연휴 전 김 전 장관을 소환해 조사하고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블랙리스트 보고 
어디까지?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을 주장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한국당도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제시하며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민정수석실에 보고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기관 8곳의 이사장과 사장, 원장, 이사 등 임원들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뿐 아니라 ‘현정부 임명’, ‘새누리당 출신’ 등 거취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민정수석실에서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국당은 김 전 수사관의 의혹 제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20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또 한국당은 지난해 12월 30일 환경부가 산하공공기관 임원들의 동향을 조사해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들었다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 전 특감반장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 참고인 조사에서 김정주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은 “블랙리스트 대상자로서 피해를 겪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달 31일 조 수석과 박 비서관, 이 전 반장을 추가 고소·고발했다. 

그는 제출한 고소·고발장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근 직원들의 출장비 횡령(국고손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휴대전화 감찰(직권남용) ▲사표를 받아낼 목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환경부장관 감찰(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환경부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임원들에 대해 표적 감사를 실시한 의혹 외에도 사표를 낸 빈자리에 친정부 성향 인사를 채우려던 정황까지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한 사람이 문재인 캠프 특보 출신 유성찬 씨다. 검찰은 환경부가 유 씨에게 환경공단의 업무계획 자료를 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환경공단 상임감사로 임명된 유 씨는 지난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 캠프의 환경 특보로 일했다. 유 씨에게 제공된 업무계획 자료에는 지원서 작성과 면접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번 검찰 조사가 실제 청와대 윗선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김 전 장관이 지난해 8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산하기관 임원 사표 수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임명 권한은 없다”고 답한 만큼 더 높은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환경부의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한 감사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하는 일은 환경부를 비롯한 부처가 하는 공공기관의 인사 방향에 대해 보고를 받고 합의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장관의 임명권 행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일상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너무나도 정상적인 업무 절차”라고 해명했다.

 

블랙리스트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21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 대응에 날을 세우며 총공세를 퍼부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청와대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현황을 담은 문건을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반박한 것과 관련, “국민을 바보로 알아도 유분수지, 이런 황당한 궤변이 어딨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또 “촛불정권 노래를 부르면서 이런 일을 하지 말라고 촛불을 들었던 것 같은데 전부 뒤로 가고 없다”라며 “청와대에선 오히려 정권에 먹칠하지 말라고 언론을 공격했는데 먹칠은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먹칠하지 말라는 말 속에는 언론을 겨냥해 먹칠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의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체크리스트’라고 해명한 데 대해 “말장난만 늘어놓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내로남불’이 아니라 ‘내체남블’(내가 하면 체크리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이라는 새로운 닉네임 이야기도 나온다”라며 “권위주의 정부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현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도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체크리스트라고 표현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신념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마다 결과에 맞는 신념으로 태도를 수정하곤 한다”라며 “앞으로도 계속될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성을 강조하며 공격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을 보면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응 방식과 너무 닮았다”며 “김태우 씨 폭로로 의혹이 발생하자 강력 부인하고 정쟁으로 몰아간다.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자 강하게 변명하고 있다. 마치 3년 전 청와대와 여당 모습을 리플레이해 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김태우 전 수사관이 660여 명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했는데 사실일 개연성이 커진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촛불정권이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적폐3기 정권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와대 오더를 받고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관계자 진술에 지극히 정상적 업무라고 반박했는데, 표적감사가 모든 부처에도 있었다고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며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즉각 압수수색하고 전원 출국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의원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민주주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폭력이라고 한 바 있다”라며 “문제는 정부가 ‘합법적 체크리스트’라는데 사퇴할 때까지 무제한 감사를 한 것이다. 정부 기관이 조직적인 개입을 한 것으로 블랙리스트임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의지 높다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하는 검찰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같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16일 이 전 특감반장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은 전·현 정부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양하게 수사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검찰의 수사 의지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과거 정치권과 결탁한 자신들의 오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지만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더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다. 게다가 수사권 조정안을 만드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활동기한이 6월 30일까지다. 그 안에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사개특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그나마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 경찰의 1차적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인정 등 주요 쟁점은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회의를 끝으로 한 달 넘게 일정을 못 잡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직접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을 서두르도록 촉구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줄 때 주더라도 쉽게 주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9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업무보고에 출석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배제되는 상황인 소위 ‘검찰 패싱’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며 날을 세웠다.  

문 총장은 ‘검·경 수사권조정 정부안’에 대해 “수사권조정 논의는 국가 전체의 형사사법시스템에 관한 것”이라며 “실효적 자치경찰제와 연계해 논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권 조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수사 기능을 경찰로 넘기게 되면 경찰이 국내 수사를 다시 독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며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개혁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상당히 성숙됐기 때문에 수사권조정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체적인 구조변경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고 한 발짝씩 양보하면 충분히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와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수사권조정안을 법무부와 행안부 장관 합의로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받지 못했다”면서 향후 제시될 조정안에 대해서도 “동의 못하는 부분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갈등의 소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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