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괴롭힘에 상금횡령·채용비리까지

노선영 선수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보름 선수 [뉴시스]
노선영 선수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보름 선수 [뉴시스]

 

[일요서울 | 김태산 기자] 스포츠계가 시끄럽다. 빙상계와 컬링계 얘기다. 빙상계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과 노선영이 진실공방 중이다. 김보름이 노선영에게서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노선영 선수는 아직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김보름 선후가 추가 폭로를 예고한 만큼 다툼이 더욱 커질 여지가 많다. 컬링계에서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관련된 팀킴의 폭로가 사실로 확인됐다. 일요서울은 두 사건의 진상을 되짚어봤다.

1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왕따 주행’ 논란의 중심에 섰던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26·강원도청)이 노선영(30)의 거짓말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김보름은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지금도 노선영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괴롭힘 당했다”
김보름-노선영 진실공방

 

왕따 논란으로 온 국민의 질타를 받았던 김보름은 지난달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부터 노선영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보름은 “훈련 중 코치가 ‘한 바퀴 30초 랩타임으로 타라’고 해서 그에 맞춰서 뛰면 (노선영이) 스케이트를 타면서도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곁들였다. 

또 “쉬는 시간에 라커룸으로 불러서 그런 적도 있었다. 숙소에서도 방에 불러서 그랬다”고 고백했다.

이어 김보름은 “선수끼리 당연히 견제가 있겠지만, 다른 선수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견제가 아니라 피해라고 생각한다”며 “선수촌은 잘하는 선수를 모아놓고, 선의의 경쟁을 해 서로 기량이 좋아지는 취지로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괴롭힘으로 인해 기량이 더 좋아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선영이 괴롭힐 때마다 여러 차례 지도자에게 이야기했다는 김보름은 “선생님들이 노선영 선수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왜 김보름 편만 드느냐’고 했다. 그러면 코치님들이 참으라고 했고, 결국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보름은 지난 19일 SNS를 통해 “많은 분들의 격려 속에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지금은 우려와 달리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 뒤 “시간이 지나면 잊힐 줄 알았는데 고통은 없어지지 않았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선수촌에서의 7년이라는 시간 동안에 괴롭힘은 하루하루 지옥 같았고 나뿐 아니라 다른 몇몇 후배 선수들도 모두 고통 속에 살았다”면서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싶다. 진실을 밝히고, 고통받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평창올림픽 당시 수많은 거짓말들과 괴롭힘 부분에 대해서 이제 노선영의 대답을 듣고 싶다”고 보탰다. 

김선영은 지난 21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 100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일반부 3000m 경기에서 4분22초79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노선영이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선영은 김보름의 인터뷰 이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 시점에 왜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일은 없었다”라고만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상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벌인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국가대표선수 호소문 계기 특정감사’ 결과 ‘팀킴’의 호소가 사실로 판명됐다. 

팀킴은 지난해 11월 그동안 지도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뉴시스] 
팀킴은 지난해 11월 그동안 지도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뉴시스] 

 

팀킴 호소 사실
문체부 수사 6건, 징계 28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여자컬링 국가대표 선수단(경상북도체육회 여자컬링팀)은 친밀한 결속력과 뛰어난 경기력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2018년 11월 그동안 지도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경북, 대한체육회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호소한 내용과 경상북도체육회 컬링팀 운영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 사항들을 특정 감사했다.

지난 11월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5주에 걸쳐 문체부 2명, 경북 2명, 대한체육회 3명 등으로 이뤄진 합동 감사반 7명은 의성군청과 경상북도체육회(경상북도 경산)에서 실지감사를 했다. 외부 회계전문가 2명을 감사에 참여시켜 회계 분야도 검토했다.

합동 감사반은 경상북도체육회 선수와 지도자 등 관계자 30여 명을 면담했으며,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제출한 자료와 관계기관에서 제출한 자료 등을 조사하고 검토했다.

이번 감사 결과 선수에 대한 과도한 폭언(욕설)과 사생활 통제 등의 인권 침해, 지도자들의 능력 부족 및 부실한 지도, 선수 상금 및 후원금 횡령, 보조금 집행과 정산 부적정,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의 친인척 채용 비리, 회장 일가의 컬링팀 사유화, 의성컬링센터 사유화 등을 확인했다.

문체부는 감사결과에 따라 ▲수사의뢰 6건(중복 포함 수사의뢰 대상자 3명, 2개 기관) ▲징계요구 28건(중복 포함 징계대상자는 10명) ▲주의 1건 ▲환수 4건 ▲기관경고(주의) 4건 ▲개선 7건 ▲권고 11건 ▲통보 1건 등 총 62건의 감사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련 법률에 따라 향후 1개월간 감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은 후 최종적인 결과를 경북과 대한체육회, 대한컬링경기연맹, 경북체육회에 통보할 예정이다.

각 기관은 통보 내용에 따라 징계, 환수, 개선, 사법조치, 권고사항 이행 등 감사결과에 따른 처분을 조치하고, 이행 결과를 문체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강정원 문체부 체육국장 직무대리는 “이번 감사를 통해 체육 현장에서의 선수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감사결과는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해 문체부가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혁신위원회’에 별도로 보고하고, 이후 위원회와 함께 선수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감사 중 이견이 엇갈린 부분도 공개했다. 강 직무대리는 “선수들의 호소문에 지적된 상황에 대해 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제출한 자료, 경북체육회, 대한컬링연맹 자료, 지도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 판단했다. 예를 들어 선수들의 소포를 개봉한 것은 확인했지만, 편지를 개봉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폭언에 대해서는 “모든 내용을 다 밝힐 수 없다. ‘사진 찍어주니까 연예인인 줄 아느냐’, ‘서커스 하러 왔느냐’란 발언과 외모 비하 발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부당 채용 부분에 대해서는 “한 사람은 선수로, 한 사람은 트레이너로 돼 있다. 정식 지도자가 아닌 트레이너인데 정식 지도자로 활동했다. 주변 전문가들은 트레이너가 지도자 역량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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