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양측은 막바지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오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두 베트남 하노이에 집결할 예정인 가운데 '하노이선언'에 담길 세부 문안 조율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5시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7시30분)께 첫 회동을 가졌다. 이들의 이날 첫 만남은 40분만에 종료됐다. 김 특별대표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함께 곧장 숙소인 '영빈관'으로 복귀했다. 

북미는 이날 의제협상 수석대표 간 접촉이 있기 전에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협상팀 실무급에서 먼저 만났다.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리는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4시)께 실무자를 데리고 영빈관을 출발했다. 그를 태운 차량은 곧이어 북미 의제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파르크호텔에 도착했다. 

같은 시각, 호텔에는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가 머물러 있었다. 최 직무대리의 미국 측 카운터파트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의제협상에 참여해왔던 웡 부차관보 또는 엘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 등과 접촉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 직무대리 일행은 약 2시간30분이 지난 이날 오후 4시35분(한국시간 오후 6시35분)께 호텔을 빠져나가 숙소인 영빈관으로 복귀했다. 시간순으로 보면 최 직무대리의 보고를 받고 김 특별대표가 움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 회담을 진행할 때 문안 조정 등 기술적 부분을 실무급에서 조율하고, 이를 토대로 협의를 총괄하는 수석대표급이 다시 만나는 방식은 일반적이다. 

이날 북미 간 접촉 방식도 이러한 형태를 보인다. 양측이 평양에서 사흘에 걸쳐 탐색전을 벌이고 이어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릴레이 의제협상을 진행했다. '하노이선언'에 담을 문안의 방향성에 공감대를 유지하며 막바지 문안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 외교당국도 하노이 현지에서 미국 측과 물밑에서 협의하며 이 같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6일 하노이에 입성하면 양국은 그간의 의제 협상 결과를 놓고 최종적인 내부 조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김 특별대표와 비건 특별대표를 중심으로 한 의제협상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북미 모두 '비핵화'라는 목표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단계별 범위와 속도에서는 입장 차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미 간 협상의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증명하기 위한 행동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그리고 미국은 이러한 북한에 얼마만큼의 상응조치를 해줄 것인지다. 북한은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수 있다는 용의를 이미 지난해부터 밝혀오고 있다. 

다만 '폐기'는 신고와 사찰 등의 단계를 모두 포함하는, 출구 단계의 조치인 만큼 북한은 당장 폐기를 합의문에 명문화하기보다는 폐기를 전제로 한 '동결'을 입구단계 조치로 이행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불가침 방침을 확약하고, 연락사무소 개설과 평화협정 체결 논의 개시 등의 상응조치를 제시할 거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플러스 알파' 개념으로 탄도미사일 생산 시설 등을 동결하는 조치와 제재 유연화 조치가 테이블에 올라 논의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