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을 조성했더라도 회사를 위해 사용했다면 횡령죄를 물을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60)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타인 재물을 자기 소유처럼 처분하는 의사인 불법영득 의사가 있어야 한다"며 "법인 자금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하더라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인정되면 불법영득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어 "김씨가 가족 명의로 비자금 계좌를 개설하긴 했지만 회사 경리 담당 직원이 관리했다"면서 "경리 담당 임원이나 영업팀장 등도 비자금 조성에 관여하면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씨는 A상사를 운영하면서 2006년 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거래처 부품대금을 허위 및 과다계상한 뒤 비자금을 조성해 가족 명의 계좌로 받는 방법으로 총 8억21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비자금 조성 경위나 방법, 규모, 시간, 실제 사용용도 등에 비춰보면 불법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의 행위가 횡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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