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의 든든한 동반자 ‘애마’는

마이바흐 차량에서 내리는 이건희 회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애용하는 차량과 동일기종의 차량2005년 7월 '그랜드 카니발' 신제품 발표회 당시의 정몽구 회장(맨 오른쪽)BMW 740Li

대한민국 1%로 꼽히는 재벌들의 삶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연예인과 재벌들의 일상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끌리는 법이다. 재벌들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나, ‘로열패밀리’처럼 화려하게 살지도 모른다. 동시에 평범한 우리네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일요서울]에서 연속기획으로 재계 오너가의 삶을 재조명해봤다. 다르지만 같은 듯 한 그들의 일상을 살펴보자. <편집자 주>

“당신이 좋아하는 차는 무엇입니까?”

지난 19일 국내 최대 중고차 전문기업 SK엔카가 성인남녀 556명을 대상으로 자동차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수입차 중에서 BMW가 29.1%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아우디(26.4%), 벤츠(18.3%), 폴크스바겐(4.9%)이 차지했다.

그렇다면 회장들은 어떤 자동차를 선호할까?

이번 [일요서울] 오너家이야기에선 회장님들의 두 발을 대신하는 ‘애마’에 대해 총 2회에 걸쳐 살펴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 오픈카 타고 등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자타공인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졌다.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것을 두고 세간에서 “이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이 회장의 자동차 사랑은 삼성교통박물관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박물관에는 1979년형 현대 포니를 비롯해 국내외 각종 희귀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이 회장이 직접 구입해 전시한 자동차 수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이 회장인 만큼,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뭔가 특별하다. 일반인에게도 이건희 차로 알려진 ‘마히바흐’를 애용한다.

지난 2월 17일,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 위원들을 맞이하는 자리에 이 회장은 ‘마이바흐 62 랜덜렛(landaulet)’를 타고 등장했다. 이 차는 앞좌석의 천장은 열리지 않고 오로지 뒷좌석 천장만 오픈되는 독특한 구조의 초호화 컨버터블 차량이다. 12기통 바이터보 엔진을 장착해 612마력을 내며 앞좌석과 뒷좌석은 창을 통해 완전히 차단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실내는 피아노 블랙 트림에 금가루를 통해 꾸밈을 줬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전용공장에서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일일이 제작되는 마히바흐의 가격은 7~8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구매자가 차량 내외부의 100여 가지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가격이 왔다 갔다 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마이바흐 62 랜덜렛’ 가격이 약 1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바흐’ 자동차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 회장은 2003년 7억 원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명차인 ‘마이바흐 62S’를 구입하기 위해 시판도 안된 이 차를 독일 벤츠사에 직접 주문을 넣고 자동차를 구매했다. 당시 이 회장의 운전기사는 이 자동차 운전을 위해 독일까지 가서 연수를 받았다고 하니 자동차에 대한 이 회장의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한편 이 회장은 경호 문제로 벤츠의 최고급 차종인 S클래스를 종종 이용하기도 한다. 이 차종 외에 97년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했을 때 직접 생산한 SM5시리즈와 국산차인 그랜저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고가의 슈퍼카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家는 당연 ‘현대차’

다른 기업 총수들이 외제차를 선호한다 해도 예외인 기업이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현대’ 일가는 ‘현대家’답게 현대차를 애용한다.

정 회장은 전용차를 통해 몸소 자사 차량 홍보에 나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정 회장은 현대가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를 출시하자마자 이를 전용차로 바꿨다. 과거 정 회장은 4.5리터 배기량에 가격은 9078만 원으로 최고급 사양의 ‘에쿠스 리무진’을 탔다. 그러나 제네시스 출시 후 에쿠스 리무진에서 ‘제네시스 BH380’ 모델로 바꿨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개발한 후륜구동방식의 럭셔리 세단이다.

에쿠스 리무진과 비교해 보다 작고 차 값은 절반 정도인 5830만 원 정도다. 이를 두고 현대차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 가운데는 가장 소박한(?) 차지만 정 회장이 현대차의 야심작을 직접 타고 다니면서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기아자동차가 만든 카니발도 애용한다. 카니발은 기아자동차가 만드는 레저용차량(RV)으로, 2000만~3000만 원 정도 한다. 정 회장이 2006년 중순 병상에서 경영에 복귀한 후 고급 세단 에쿠스와 함께 ‘파란색 그랜드 카니발’을 즐겨 타는 모습이 목격됐다. 세간에선 이를 두고 ‘건강을 위해서’라는 얘기가 돌았다.

착좌점(좌석의 높이)이 높은 카니발이 심장 등 상체에 압박을 덜 준다는 것이다. 당시 기아차 관계자는 “공간이 넓어 참모와 대화하기 편한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오피러스 3.8프리미엄’모델을 타고 다닌다. 가격 5600만 원이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는 서강대 강연 때 카니발을 타고 와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재벌가답지 않은 수수한 외향의 특이한 색깔의 차였기 때문. 정 대주주는 ‘초록색 카니발’을 탄다. 그 전에는 현대차의 RV ‘트라제XG’를 탔다. 그가 카니발을 애용하는 것을 두고 한 측근은 “공간이 넓어 활동하기도 좋고 이동할 때도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도 집안 행사 때 카니발을 타기도 한다. 반면 현 회장은 아직까지 에쿠스 리무진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U&I 전무는 현대차 RV ‘싼타페’를 주로 이용한다.


가장 무난해서 사랑받는 BMW

BMW를 선호하는 총수들도 있다. GS그룹은 BMW 애호가들로 꼽힌다. 허창수 GS회장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모두 BMW 760Li를 이용하고 있다.

또 이들 BMW파에는 유진 풍산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이 있다.

유진 풍산 회장은 BMW 760Li를 타고 다니며,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은 BMW 745Li를 타고 다닌다. BMW 딜러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BMW 750Li를 타고 다니며 스스로 자동차 영업맨을 자처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최근 벤츠를 타다 BMW 760Li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회장은 평소 BMW 760Li를 타고 다니지만 취미 활동인 사진 촬영을 할 때면 지프를 운전한다. 760Li의 가격은 2억 6410만 원, 지금은 판매되고 있지 않은 745 Li의 가격은 약 1억 7000만 원이다.

[산업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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