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 사본 입수] '(주)팜한농' 고발 당한 내막
[고발장 사본 입수] '(주)팜한농' 고발 당한 내막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9-02-27 13:56
  • 승인 2019.03.06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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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 했다고 불이익...시민단체가 직접 소송
팜한농 홈페이지 캡쳐
팜한농 홈페이지 캡쳐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시민단체가 공익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줬다며 LG화학 자회사인 농약 제조사 '팜한농'을 고발했다.

일요서울이 참여연대를 통해 입수한 고발장 사본에는  "내부 고발자 이종헌 씨가 공익신고 이후 성과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는 등 5년간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고발장은 남부지검에 제출된 상태다. 팜한농 측은 공익신고자 보호 조치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싸움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전망이다. 

공익신고자에 반복적인 불이익조치 중단돼야 사측 "공익신고자 보호 조치를 다했다" 해명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최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팜한농'을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제30조 및 제30조의 2)으로 고발했다. 고발 내용은 업무수행에 필요한 회사 전산망 ERP 접속 권한을 제한한 불이익 조치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주)팜한농은 2014년 6월 27일부터 재직중인 이종헌 선임의 사내 전산망의 접속ㆍ열람을 제한했고, 이에 국민권익위는 2017년 10월 ERP 접속권한을 부여하라는 보호조치 결정을 했다.

하지만 물류비용 지급품의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ERP(사내 통합전산시스템) 레포트 접근 권한을 차단했다. 이후 국민권익위는 이를 불이익 조치라고 판단하고, 지난해 11월 ERP에서 업무에 필요한 예산을 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것을 결정했다.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팜한농 측이 이 씨에게 ERP를 통해 S_ALR_87013611에 접속은 가능하게 해 놓고, 내용은 볼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왜 5년째 회사와 싸우나

그렇다면 이 싸움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논란의 발단은 201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팜한농 직원 이종헌씨는 회사가 산업재해를 은폐한 사실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에 신고했다. 이씨의 말은 사실로 드러났고 고용노동부는 팜한농의 산업재해 은폐 24건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팜한농에 1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씨는 노동부에 회사의 비리를 신고할 당시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만 회사는 이씨를 찾아냈다.

당시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성남시장)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과 회사 측의 유착으로 이씨의 신분이 노출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씨에게 대기발령을 비롯해 성과등급 하향 등 불이익을 줬다. 그때마다 이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청했다.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통해 회사가 벌이는 횡포를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국민권익위는 5차례에 걸쳐 이씨에 대한 보호조치를 결정했고 팜한농에 보호조치 이행을 통보했다. 하지만 이씨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참여연대를 통해 지난 1월 9일 재직 중인 회사를 형사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접수시키면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팜한농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팜한농 측은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 보호조치 결정사항을 모두 시행했다는 입장이다.

전상망 접근 모듈 하나 누락일 뿐

팜한농 측은 “사내전산망 접속권을 다 부여했다고 판단해서 권익위에 이행했다고 보고한 사안”이라며 “나중에 알고 보니 여러 전산망 접근 모듈 가운데 하나가 누락돼 있었던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팜한농은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고발에 따른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팜한농은 2016년 LG화학 자회사로 편입됐다. 팜한농은 국내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공익제보 했더니 명예훼손? 제보자 보호 조치 필요

자신이 다니고 있는 업체의 비위행위를 외부에 알렸다가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강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공익신고자의 피해가 반복되고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허술한 공익신고자 보호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게 주변의 지적이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2년 동안 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도록 하는 등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2여 만에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은 공익제보자 A씨는 재판에서는 이겼지만 지난 2년간 겪은 고통에 만신창이가 됐다.

A씨는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고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기까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리상담도 받았고 회사로부터 해고당해 생활도 어려웠었다"며 "회사에 부당한 행위를 고발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알린 것이 명예훼손이라는 죄로 돌아올지는 몰랐다"고 호소했다.
 
2015년 당시 폐기물 수집·운반업체에서 운전원으로 일하던 A씨는 그해 10월, 인근 지역에 '회사가 폐수를 무단 방류했고 사장은 이를 지시했다.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하면서도 불법 폐기물을 수거하라고 강요했다'는 사실을 공개 고발했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반복해서 보호조치 이행을 하지 않으면 처벌수위를 높이거나 해야 하지만 사실상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공익신고자에게 ‘계속 보호조치를 내려서 도와줄테니 버텨라’고 하는 건데, 이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