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회장이 800억에 목숨 거는 이유 ‘수상’

[이지영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세금과 관련해 또 다시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이 회장은 차명으로 관리하던 주식과 관련해 납부한 800억 원대의 증여세를 되돌려 받으려다가 오히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앞서 2004년 이 회장의 약속어음을 할인해 주고 얻은 이자소득을 차명계좌에 숨기다 구속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이번에도 탈세를 시도하려다가 일이 꼬인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상태다. 이 회장의 갑작스런 증여세 반환 요구에 미심쩍은 정황이 많기 때문이다.


증여세 아끼려다 비리 드러날라

이 회장은 유독 국세청과 인연이 많다. 2004년 당시 이 회장은 세금 34억9800여만 원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20억 원을 선고했다. 뿐만 아니라 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건으로 1억3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해 구속된 바 있다.

7년이 지난 지금 이 회장은 국세청과 또 다시 인연 아닌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이 회장은 친동생 등 일가친척에게 분산시켰던 주식을 본인 명의로 가져오면서 납부했던 800억 원대의 증여세에 대해 반환 신청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한 뒤, 이와 관련된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07년 말 부영 주식 494만3478주(지분율 35.31%)와 대화도시가스 주식 8만2600주(45.8%)를 기존 주주들로부터 명의 이전했다. 그리고 2008년 3월 834억 원에 이르는 증여세를 국세청에 자진 납부(물납) 했다.

그런데 뒤늦게 이 회장이 당시 자신이 증여 받은 주식의 원 소유자가 자신이라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회장은 “증여 받은 주식이 원래 자신의 소유로서 동생인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 매제 이남형 부영건설 전 사장, 동서인 이영권 씨, 계열사 직원 조모 씨 등에게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979년 우진건설산업이 부도 나면서 본인 명의로 금융거래와 사업운영을 할 수 없게 되자 1983년 부영, 1988년 대화도시가스(구 대화에너지)를 인수하면서도 대표이사로 나서지 못했다”며 “인수한 주식들도 가족 등에게 명의신탁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세청을 상대로 부당청구 된 증여세를 돌려 달라는 경정 청구를 신청하며, “부영의 회장으로서는 실제로 모든 경영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에 대해 “이 회장이 스스로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계약서와 증여세 신고 납부행위 자체를 원인 무효로 보기 어려운 이상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정 청구를 거부했다. 이에 이 회장은 법무법인 광장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지난해 2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이 회장이 동생과 매제로부터 증여 받은 주식에 대해 명의신탁이 아니다”며 “장기간 가족 등의 명의를 이용해 이 회장이 부담해야하는 세법상 의무를 회피하고, 편법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면서 대기업을 사실상 지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04년 이 회장과 이남형 전 사장이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와 형사처벌을 받을 당시, 실제 지분 보유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기존 형사판결을 뒤집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세심판원은 이 회장의 동서와 계열사 직원의 주식에 대해서는 이들이 별다른 재산이 없고, 직접 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한다는 사실 자체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명의신탁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 회장의 이 같은 태도에 의문을 보내고 있다. 당초 이 회장이 가족 등 소유의 주식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명의신탁 해지를 하면 쉬울 것을 굳이 증여 방식을 선택해 거액의 세금을 납부했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이들은 “(명의신탁을 해지하면) 최소 절반 이상의 세금을 줄일 수 있는데, 굳이 뒤늦게 증여세 납부를 택한 것은 이 회장답지 않다”며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고계속해서 의문을 표했다.

한편 부영은 지난달 21일 공시를 통해 심판원 결정 결과 이 회장이 기획재정부로부터 36만5047주(2.18%, 18억 2518만원)를 환급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이 회장이 납부한 증여세의 약 2.5%로 미비한 수준이다. 때문에 향후 이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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