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역사를 품은 야외 박물관, 서울 망우리공원
뜨거운 역사를 품은 야외 박물관, 서울 망우리공원
  • 김선영 기자
  • 입력 2019-02-27 15:44
  • 승인 2019.03.01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관광공사 2018년 3월 추천 가볼 만한 곳 ②
망우리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망우리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망우리공원에서 독립운동가의 삶을 더듬어보면 어떨까. 망우리공원은 만해 한용운, 위창 오세창, 호암 문일평 등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가 잠든 곳이다. 우거진 숲에 고즈넉한 사색의길이 조성돼 산책하기도 좋다. 뜨겁게 살다 간 근현대 위인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무뎌진 마음에 열정이 피어오를지 모른다.

망우리공원은 서울 중랑구와 경기 구리시 사이에 있다. 망우리공동묘지에서 망우리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망우리공동묘지로 부르는 이가 적잖다. 망우리공동묘지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약 832800규모로 문 열어 1973년까지 운영됐다. 28500기가 넘는 무덤이 있었지만, 꾸준히 이장해 현재 7400여 기가 남았다. 이장으로 생긴 빈자리에 나무를 심어, 망우리공원은 울창한 생태 공원으로 변신했다. 망우산을 따라 조성한 사색의길 주변에는 물 맑은 약수터도 많다. 공기가 깨끗하고 전망이 시원해 산책이나 조깅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망우리공원 입구에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사색의길 출발점이 나온다. 망우산순환도로를 정비해 만든 사색의길은 5.2km에 달한다. 산책로 곳곳에 연보비가 눈에 띈다. 독립운동가와 문화 예술가의 넋을 기리는 비석으로,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독립운동가 서병호 선생의 연보비에는 내가 있기 위해서는 나라가 있어야 하고 나라가 있기 위해서는 내가 있어야 하니 나라와 나의 관계를 절실히 깨닫는 국민이 되자고 새겨졌다. 짧지만 강한 글이다. “우리가 독립운동을 할 때 돈이 준비되어서 한 것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어서 한 것도 아니다. 옳은 일이기에 또 아니 하고서는 안 될 일이기에 목숨을 걸고 싸웠지 아니 하냐는 조봉암 선생 연보비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본격적인 산책에 나서기 전, 역사인물전시장부터 둘러보자. 망우리공원에 잠든 인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바닥에는 망우리공원 지도가 그려졌다. 오른쪽에는 근심과 걱정을 넣는 근심먹는우체통과 중랑둘레길 스탬프 투어용 스탬프 함이 있다. 이곳은 망우산에서 용마산으로 이어지는 중랑둘레길 출발점으로, 망우산 이미지가 새겨진 도장을 찍을 수 있다.

망우리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유관순열사 분묘 합장 표지비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길은 입구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순환하는 길이라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왼쪽 길에 들어서 걷다 보면 이태원묘지 합장비 표지판이 나온다. 유관순 열사를 추모하는 곳이다. 유관순 열사는 순국 후 이태원공원묘지에 안장됐는데, 일제가 공동묘지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해를 분실했다. 당시 연고가 없는 무덤 28000기의 유해를 화장한 뒤 합장했다. 유관순 열사 묘지가 무연고 처리됐기 때문에 이 묘지에 합장됐으리라 추정한다. 지난해 9유관순열사 분묘합장표지비가 세워졌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한민족이 다른 민족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것은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본성으로써 이 같은 본성은 남이 꺾을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 자기 민족의 자존성을 억제하려 하여도 되지 않는 것이다라는 연보비가 눈에 들어온다. 민족 대표 33인으로 3·1 독립선언을 주도한 만해 한용운의 묘(등록문화재 519). 문화재청은 홈페이지에 님의 침묵으로 저항문학을 선도하였던 인물로, 이곳은 선생의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는 역사적·교육적 가치가 큰 곳이라고 밝힌다. 현재까지 망우리공원에는 한용운과 장정환, 오세창 등 독립운동가 9인의 무덤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망우리공원에는 도산 안창호의 흔적도 있다. 도산은 임시정부의 지도자로 이곳에 묘지가 있었으나, 강남구 신사동에 도산공원이 조성되면서 이장했다. 도산의 비서로 임시정부에 참여한 유상규는 다른 동지들과 함께 망우리공원에 잠들었다. 봄이 되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 소파 방정환의 묘지다. 묘비에는 어린이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동심여선(童心如仙)이 적혔다. 어린이를 위해 살다 간 이에 어울리는 글귀다.

망우리공원에는 화가 이중섭, 시인 박인환, 소설가 계용묵, 조각가 권진규 등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 묘지도 있다. 추모객이 많은 묘지 중 하나는 이중섭 화가의 무덤이다. 화가의 묘비에는 원 안에 두 아이가 꼭 껴안은 모습이 새겨졌다. 후배 차근호의 작품으로, 이중섭의 두 아들을 상징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시로 인기를 얻은 박인환의 연보비에는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라는 목마와 숙녀한 구절이 새겨졌다. 지금은 한 줌 흙으로 돌아가 어두운 땅속에 묻혔지만, 그가 남긴 시는 아직 살아서 꿈틀거린다.

망우리공원을 둘러보면 묘지라기보다 야외 역사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물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소중한 공간이다. 망우리공원을 2015년 미래 유산으로 선정한 서울시와 2012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곳에 잠든 인물 이야기를 담은 책 그와 나 사이를 걷다를 출간한 김영식 작가는 망우리묘지의 숲에서 시내를 보면 삶과 죽음의 사이에, 그리고 과거와 현재 사이에 내가 서 있음을 느낀다이 땅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근현대 역사와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태조 이성계가 동구릉을 돌아보고 궁으로 가던 중 이곳에 발길을 멈춰 그동안 시름을 모두 잊었다고 해서 이름 붙은 망우(忘憂). 중랑구가 망우리공원을 역사 문화 벨트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 더 아늑하고 멋진 공간으로 바뀔 전망이다.

망우리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독립운동가 분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망우리공원에서 역사 인물을 만났다면, 구리 동구릉(사적 193)에서 조선의 왕을 알현할 차례다. 동구릉은 조선왕조 500년 능제(陵制)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유산으로, 왕릉 9기가 있다. 동구릉이라고 부른 것은 순조의 아들 문조의 수릉이 조성된 1855년 이후로, 이전에는 동오릉, 동칠릉이라 했다. 9기 중 태조의 건원릉이 조선 왕릉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건원릉은 봉분에 잔디 대신 억새를 덮은 점이 독특하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경도 영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구릉은 참나무와 오리나무, 때죽나무 등 숲이 울창해 나들이객이 많다.

봉화산 정상에 있는 아차산봉수대터도 역사적인 장소다. 아차산봉수대는 양주 한이산에서 소식을 받아 남산으로 전달한 봉수대다. 봉화산 정상은 해발고도 약 160m로 낮지만, 사방이 트여 봉화를 올리기 적당했다. 봉화산은 주택가가 가까워 시민에게 사랑받는 산책 장소로, 4.2km에 이르는 둘레길이 있다.

망우리공원 아래 자리한 중랑캠핑숲이 인기다. 서울 도심 공원에 처음 설치된 오토캠핑장으로, 잔디밭과 바비큐 그릴, 야외 테이블을 갖췄다. 중랑캠핑숲은 가족 단위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가족캠프존과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문화존, 생태학습존, 숲체험존, 나들이공원으로 구성되며, 양원숲속도서관도 있어 봄맞이 문학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암벽등반에 관심 있다면 용마폭포공원에 조성된 높이 17m, 30m 중랑스포츠클라이밍장을 이용하자. 클라이밍장 옆에는 용마폭포와 청룡폭포, 백마폭포 등 인공 폭포 3개가 있다. 5월부터 8월까지 폭포가 시원하게 떨어진다. 인공 폭포라 정해진 시간에 운영하니, 전화로 문의하고 찾아가자.

[글=한국관광공사 제공]

김선영 기자 bhar@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