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11시 파업한다더니 10시에 돌연 복귀 통보…회사 ‘당혹’

김해공항 전경. (사진-뉴시스)
김해공항 전경.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김해공항 수화물을 담당하는 용역업체인 선정인터내셔날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측에 파업 20분 전 공문을 통해 파업 사실을 알리고, 파업 종료 1시간 전 돌연 업무에 복귀한다고 통보하는 등 소위 ‘을질’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등 13개 항공사의 수화물 운반과 청소를 담당하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강서지회 대한항공한국공항분회는 정년연장,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28일 파업을 단행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파업 약 20분 전 사측에 파업을 예고하고는 공문을 보낸 뒤 파업 종료 1시간을 앞두고 업무에 복귀한다고 알렸다. 회사 관계자는 “대체 인력을 통해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자, 이번에는 노조가 오전 9시 40분경에 오전 10시에 업무에 복귀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노조, 대한항공 직고용 요구

앞서 노조는 지난 27일 오전 10시 부산 중구 대한항공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용역 업체의 원청인 대한항공이 직접 하청업체 노동자를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청업체인 선정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뤄진 협상에서 단 한 차례도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 간부가 파업 이후 징계를 받은 부분을 거론하며 ‘노조탄압’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애초에 선정인터내셔날은 대한항공이 아닌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과 계약이 돼 있어 직고용 자체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이슈몰이를 위해 갑자기 대한항공을 끌어들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한항공 간접고용 인력이라고 보기 힘든 사람들이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에 따르면 노조 집행부 간부들은 지난 2013년 12월, 한국공항을 퇴직하고 선정인터내셔널로 온 직원들로 구성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직 당시 대우를 해드렸기 때문에 노조를 주도하는 직원들의 급여는 본부장급 임금보다 많다”며 “정년 이후 촉탁직이라 할지라도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는 안과 적정한 임금 인상을 고려하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노위 “부당해고 아니다”

노조의 ‘부당해고’ 요구와 관련해서도 회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하는 선정인터내셔날은 직원들의 정년 이후에도 근무 평가를 거쳐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촉탁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60세 정년을 맞은 직원 2명이 재고용되지 않자, 노조는 ‘명백한 부당해고’라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2명의 직원 중 1명은 식권 횡령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적이 있으며 나머지 1명은 접촉사고를 내 회사가 원청사로부터 패널티를 받고 수리비를 부담하게 하는 등 손실을 끼쳐 정년을 채운 뒤 재고용 되지 않은 것이었다. 실제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8일 이 건에 대해 ‘부당해고가 아니다’라는 판정을 내렸다. 

파업에 따른 회사의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선정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최근 6일간의 파업으로 약 2500~3000만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매출 100억 원, 영업이익 1억4000만 원을 기록한 사업장 규모에 비해 적지 않은 액수다. 

선정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사측에 비정규직을 철폐하라고 주장하는데, 원청사와 도급사의 차이일 뿐 애초에 직원들은 비정규직이 아닌 선정인터내셔날 정규직 직원들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선정인터내셔널이 김해공항에서 청소, 수하물 분류를 책임지는 항공편은 하루 평균 100편가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대체 인력이 있어 큰 항공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사태가 빨리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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