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2차 핵 논의’가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예측 불가능한 태풍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시작으로 비핵화 로드맵의 청사진이 그려질 것이라는 기대 여론이 조성됐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급격한 냉각기에 들어서게 됐다.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논의를 출발했던 비핵화 여정은 1년 만에 중단을 우려되는 수준의 위기에 봉착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토대로 북미 간 비핵화 합의로 이어지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일정 부분 궤도 수정이 요구된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합의문에는 서명을 하지 않은 상태로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됐던 업무오찬과 공동서명식을 취소한 뒤 JW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생산적인 시간을 같이 보냈다"면서도 "그러나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이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합의에 큰 발전을 기대했던 청와대도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합의 결렬 소식이 들려오기 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기대감까지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대화의 속도와 깊이가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 되지 않을까 예상을 해본다"고 표명했다. 

'포스트 하노이' 체제을 염두에 두며 남북관계 개선을 진척하려던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번 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전제로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추진 의사를 강하게 피력해왔지만 노선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평화와 경제를 바탕으로 한 '신(新) 한반도 체제' 비전 제시를 앞두고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고려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저력을 발휘해야한다는 당위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숱한 핵·미사일 발사 속에서도 인내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끈 문 대통령의 능력이 결과적으로 절실해졌다는 해석이다.

올해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이 조성되는 흐름 속에서 문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었지만, 비핵화 합의가 결렬되면서 상대적으로 공간이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비핵화 로드맵 도출을 위해 처음부터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난 1년간의 노력보다 더 어려운 상황일 수는 있으나,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총력노선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북한 내 입지 등을 고려하면 상황을 수습할 소지가 전무하지는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 때도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5·26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 마련을 시도한 바 있다. 이후 2주 뒤인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었다. 

이번 역시 냉정한 정세분석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축부터 살린 뒤,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반도 운전자'라는 평가를 받게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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