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자 각 정당간의 경쟁도 더욱 격화되고 있다. 내년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하고, 적폐청산을 완성하기 위해 단독으로 국회의석 과반수를 확보해야 하는 선거이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는 당의 존폐가 걸린 중차대한 선거이다.

그러다 보니 각 정당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진영논리에 입각하여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놓고 표출하고 있다. 그러한 적대감의 표출이 자기 진영의 응집력을 강화시켜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7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결의로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1인자 자리에 올랐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신임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50%의 득표율은 결코 낮은 득표율이 아니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확실하게 밀림으로써 대권가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5·18 망언으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주도했던 김진태 후보는 2위마저 넘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망언의 효과를 정치적으로 엮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그의 실패가 자유한국당의 위안거리가 되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5·18 망언이 촉발한 정치권의 대립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수석대변인인 홍익표 의원은 ‘5·18 망언과 극우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그 당시 학교교육이라는 것이 거의 반공교육이었다.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북한에 대한 적대의식을 심어준 것이다. 정의로운 역사, 민주주의, 인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의 극우세력화를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견 옳은 말처럼 들리지만, 그것은 순전히 자의적인 판단이다. 더군다나 여당의 수석대변인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니다. 1967년생인 홍익표 의원은 초등학교 교육을 유신체제하에서 받았으며, 중고등학교 교육은 전두환 5공화국 체제하에서 받았다. 누구보다도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세대일 것이다. 그렇다고 홍익표 의원이 반공주의자가 되었나? 자신은 깨어 있는 의식이 있어서 반공교육을 받았지만 반공주의자가 되지 않았다고 항변할 것인가?

홍익표 의원이 20대의 의식수준을 깔보듯 폄하 발언을 한 것은, 그가 20대들은 가축처럼 주는 것이나 받아먹는 수동적인 세대라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87년 6월 항쟁을 성공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86세대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결국, 홍익표 의원의 20대 비하 발언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과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하태경 의원의 ‘꼰대발언’ 덫에 걸린 홍익표 의원은 급기야 “바른미래당은 영향력 없는 미니정당”이라는 금기를 발설하고 말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죠”라는 발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홍익표 의원은 정치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학자형 국회의원이다. 홍 의원이 이러한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은 우리 현실정치가 정치학에 기초하고 있기보다는 정치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운치(韻致)가 있는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최고의 정치는 생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치(旗幟)를 내걸고 올바름을 좇는 것이다. 법치의 원칙에 가치를 수호하고, 운치를 지닌 정치는 기대할 만한 정치다. 대치를 위한 대치정치는 퇴치해야 마땅하다. 정치를 잔치처럼 하고, 재치와 운치가 넘치는 정치로 바꾸면, 대한민국 정치의 모든 악습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다. 그것이 운치의 정치다. <이경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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