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 최근 2.27 북·미 정상회담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여파에 묻혀 있지만 집권여당 정치 핫이슈는 3월에 있을 현역의원 개각 포함 여부와 5월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이다. 두 이슈 모두 내년 총선 공천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특히 당의 2인자로 내년 총선 국면에서 공천권에 적잖은 영향을 줄 원내대표 선거는 여당 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대 마지막 원내사령탑으로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를 책임지고 총선승리까지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주류, 신주류, 중립 간 물밑 대결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 김태년, 노웅래 2강 속 이인영 출격 '달아오르는' 원내대표 선거
- 金 50+α, 李 40+α, 盧 38+α 최후의 승자는 ‘결선투표’에서?

좌측부터 이인영, 김태년, 노웅래 의원
좌측부터 이인영, 김태년, 노웅래 의원

당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친문 대 비문 구도로 심플했다. 초반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로는 김태년, 조정식, 노웅래, 민병두, 김현미, 김영춘, 정성호 의원 등이 거론됐다. 구도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1월 21일, 이해찬 대표의 오른팔 격인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조정식 의원이 이어받으면서다.

조 의원이 정책위 의장직을 받은 것은 사실상 원내대표 선거를 포기한 셈이다. 대신 김태년 의원을 내세운 것으로 친문 주류의 한 축인 이해찬 대표의 의중 반영으로 알려지면서 김 의원 우세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김 의원은 강력한 추진력과 집중력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수행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에 원내 운영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김 의원의 강한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해찬계 김태년 ‘훈풍’불다 역풍 맞나…‘긴장’

김 의원의 우세에 원내대표 3수생인 비주류 노웅래 의원이 그 뒤를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노 의원은 2016년과 지난해 출사표를 던졌지만 모두 낙마했다.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문 홍영표 의원에 맞서 일방적으로 밀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을 깨고 큰 표를 모은 덕에 패배 직후부터 1년 동안 동료 의원을 폭넓게 만나며 일찌감치 출마를 준비해왔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노 의원이 비주류라는 점에서 친문에서는 대안으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을 ‘다크 호스’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개각이 3월로 넘어가면서 두 의원의 친정 복귀가 예상보다 많이 늦어져 사실상 출마는 힘들어졌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또한 정책통이자 전략가인 민병두 의원의 출마도 점쳐졌지만 비주류인 데다 지난해   ‘미투운동’에 연루돼 의원직 사퇴선언을 했다가 번복해 사실상 출마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정성호 의원 역시 3선에 원수석부대표, 사법개혁특위원장, 기획재위원장을 맡아 하마평에 올랐지만 비문·비주류로 ‘세’가 약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결국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친문 주류인 김태년 의원의 우세 속 비주류 노웅래 의원이 바짝 추격하는 2강전으로 좁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인영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판세는 3파전으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이 의원은 당내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과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민평련은 고 김근태 의장이 이끈 조직으로 GT계가 다수다. 이 의원은 ‘더좋은미래’(이하, 더미래) 회의에서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당내 일정한 세를 업고 출마해 김태년 의원과 노웅래 의원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또한 김 의원이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 전대협 동우회를 이끄는 등 운동권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문 정부에서 ‘신주류’로 부상한 운동권 세력과 친분도 남다르다. 결국 당내 민평련계가 15명 내외이고 더미래 회원이 25명에 86운동권까지 합칠 경우 40여 명의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긴장한 쪽은 김태년 의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친문 주류에 이해찬 대표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선거가 2달 넘게 남았지만 특히 여당 내에서는 김 의원이 당내 128명 의원 중 50여 명 우군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반의석이 64표 이상으로 장차  14표 이상 얻으면 결선투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내 사령탑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인영 출마’로 변수가 생겼다. 바로 친문의 분화다. 친문 일부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김태년 의원의 대항마로 이인영 의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해찬 당대표 밑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태년 의원이 원내대표까지 맡으면 당이 친문 독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친문 초재선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이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부엉이 모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인사는 “부엉이 모임이 이 의원을 지지한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면서도 “단지 부엉이 모임의 회원인 전해철 의원이 김태년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나오는 말일 수 있다”고 전했다.

전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후보를 지지한 김태년 의원과는 달리 친문 대표 격인 김진표 의원을 지지한 바 있다. 부엉이 모임의 회원들 역시 당시 이 의원과 김 의원으로 표가 분산됐지만 상대적으로 김 의원을 더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부엉이 모임 회원들은 지난 전대에 이어 원내대표 선거에서 단일대오를 취하기보다는 각자 소신 투표를 하고 있는 셈으로 김태년 의원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반면 비주류 노웅래 의원의 경우 ‘이인영 출마 효과’로 인해 ‘어부지리’와 ‘캐스팅보트’ 사이에서 동료 의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 홍영표 의원에 맞서 38표를 득표해 소기의 성과를 이룬 그다. 그로부터 1년 동안 개개인별 의원들을 만나 책과 편지, 생일 케이크를 선물하는 등 공을 들여 왔다.

친문 분화 이인영 ‘부상’ 김태년, ‘당혹’ 노웅래, ‘어부지리’

결국 이 의원의 등장으로 원내대표 선거는 명실상부한 3파전으로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출마자들이 주장하는 동료 의원들 확보 숫자를 보면 1위는 김태년 의원으로 50+α, 2위는 이인영 의원으로 40+α, 3위는 노웅래 의원으로 38+α인 셈이다. 만약 친문의 분화가 심화돼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에서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

그 이변의 당사자는 친문 주류의 지지를 받는 김태년 의원보다는 이인영 의원과 노웅래 의원이 될 공산인 높다. 과연 주류와 신주류, 그리고 비주류를 대표하는 3인의 불꽃 튀는 대결의 승자가 누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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