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15년 만의 여의도 복귀는 실패했다. 2004년 16대 국회의원을 마친 뒤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다가 2016년 20대 총선에 ‘정치1번지’ 종로를 선택했으나 정세균 의원에게 패했다. 그런 오 전 시장이기에 이번 2.27 전대를 임하는 자세는 달랐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황교안 대세론’을 끝내 꺾지 못하고 2위에 그쳤다. 그 이유를 오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찬성해 한국당을 탈당한 점과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을 이유로 시장직을 중도 퇴임으로 민주당에 시장직을 내주고 보수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전대 초기에 오 전 시장이 일부 강경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업은 김진태 후보에게도 뒤진 3위로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김 후보를 크게 앞서 2위로 당선됐다. 국민여론조사에서도 과반 득표 이상을 획득해 37.7%에 그친 황 신임 당대표를 앞섰다. 당심에서는 졌지만 민심에서는 황 대표를 이겼다. ‘개혁보수’, ‘중도보수’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필자의 관측으로는 오 전 시장의 본격적인 여의도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웬지 그 시작이 ‘산토끼’(당심)보다는 ‘집토끼’(국민)에 치중해 소탐대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전대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일성 지도체제하에서 2위의 역할은 없다”며 “국민 속으로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입장문을 통해서는 “이제 지역구 광진을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울시내 지역구가 생긴 이래 보수정당에서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광진을에서 당선돼 수도권 승리에 견인하겠다”고 했다.

언뜻 보면 ‘험지 역할론’으로 백의종군하는 듯 보이지만 어쩐지 ‘황교안 너 혼자 잘해봐라’는 치기 어린 모습이 엿보인다. 전대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황 대표 앞에는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정치 경험도 전무한 신인인 데다 강경 우파와 친박계에 둘러싸인 그다. 외연 확장도 필요하고 보수 통합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총리로서 권한대행을 해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2위를 한 당대표 후보가 신임 당대표 의중과 별도로 ‘마이웨이’를 선언한 셈이다. 당내 요직을 당 대표가 제안해도 오 전 시장은 고사할 태세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오 전 시장이 이번 전대를 통해 황 전 총리의 유력한 견제자로 부상했다고 치켜세웠다. 이는 비박계와 친박계로 나뉘어 오 전 시장이 비박계 대표주자로서 견제 세력을 운운하는 것은 다분히 분열적인 요소가 느껴진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견제세력, 경쟁자라기보다 보완재내지 대체재가 더 적합하다.

오 전 시장은 황 대표에 비해 그나마 국회의원도 지냈고 서울시장도 거쳤다. 또한 ‘박근혜 시즌2’내지 ‘도로 친박당’ 색채를 엷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당권 후보다. 그런데 ‘단일성 지도체제에서 2위는 할 일이 없다’는 등 ‘국민 속으로’ 외치며 지역구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자칫 다시 당원들을 배신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총선은 1년 넘게 남았다. 그리고 광진을에 5선의 추미애 의원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조국 수석이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올 수 있다. 정세균 의원에게도 패한 오 전 시장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황 대표의 보완재, 대체재로서 분명한 역할이 있다. 오 전 시장이 감정에 휩싸여 판단을 할 때가 아니다. 왜 필자가 오 전 시장을 황 대표의 대체재라 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