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촉발된 소위 ‘유치원 3법’. 정부 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 갈등으로 시작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정부의 갈등이 급기야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되었다. 한유총은 “법 테두리 안에서 사립유치원의 생존과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해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마녀사냥’ 한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한유총은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은 수용한다면서도, 정부의 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을 거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한유총 주장대로 전체 회원 가운데 60% 이상인 유치원 1800여 곳이 일제히 개학을 연기할 경우 ‘보육 대란’은 불보듯 뻔하다. 이에 정부는 유치원 개학 무기 연기를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 삼아 단체의 사적 이익만을 얻고자 하는 초유의 행동으로, 사실상 집단 휴업과 같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했던가. 유치원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잡고 벌이는 개학 연기가 ‘준법투쟁’이라니. 또 누가 누구에 대한 ‘마녀사냥’이란 말인가. 한유총 일부 지회장을 포함한 회원들이 단체 SNS에 특정 국회의원의 계좌번호를 제시하고 ‘정치자금법상 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후원해 달라’고 독려하며 ‘유치원 3법’ 개정 저지를 위해 여야 의원들에게 로비를 펼친 의혹은 무엇인가.

‘복지전달체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간접지원을 악용하거나, 교육의 공공성 및 공적 책임에 기반한 사유재산임을 망각하고 오로지 사유재산 보호만을 강조하며 마치 ‘보수 대 진보’의 이념대결인 양 몰고 가는 양태는 또 무엇인가. 교육도 오로지 비즈니스 논리만 남았단 말인가. 교육계는 기존에도 정치적 득실이나 진영논리에 따른 이념 갈등, 표심만 따라다니는 포퓰리즘 앞에 갈등과 부작용에 시달려 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가 된 지 오래다.

교육학자 존 듀이가 말한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명언이 아니더라도 유아교육은 그 자체가 국가의 미래이자 모든 가정의 희망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유아교육은 유아기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교육당국은 물론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 등 모든 교육주체들이 세심하게 신경써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립유치원이 유아교육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보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재정지원과 함께 공공성과 회계투명성을 갖춘 공영형 사립유치원 모델 구축은 시대 흐름에 비추어 피해갈 수 없는 모델이자 갈등 해소의 대안일 것이다.

학부모들의 선호가 높은 국공립 유치원을 증설해 OECD 평균인 68%에 비해 24%로 현저히 낮은 국공립 유치원 이용 비율을 오는 2022년까지 40%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면서도 각종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채 급하게 에듀파인을 수용하고 학습권을 보호하는 사립유치원 단체와만 간담회를 열어 발전계획을 협의하겠다는 교육당국의 무사안일과 무능에 대한 피해 학부모들의 비난도 피하기는 어렵다.

정도무우!(正道無憂) ‘바른 길로 가면 근심이 없다’는 말이다. 유아의 입장에서 유아를 위한 교육, 정치적 진영논리보다는 교육 근본에 충실한 정책 방향, 충분한 현장 여론 수렴을 통한 정책 시행 등이 유아교육의 정도를 담보한다는 것을 교육 주체 모두가 새겨야 될 것이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닌 그저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우리의 교육열과 현실을 반영하듯 숱한 화제를 남긴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명대사이다. 전적으로 믿고 맡길 이시대의 교육기관과 ‘쓰앵님’들은 진정 어디에 있단 말인가. <서원대학교 교수 / 前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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