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광역수사대, 수사 속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버닝썬 입구 앞 모습. [뉴시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버닝썬 입구 앞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인터넷 커뮤니티의 한 게시글에서 시작된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폭행 사건이 마약 유통 의혹’, ‘경찰과 클럽 간 유착 의혹등으로 번지면서 논란이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경찰 수사 과정에서 강남경찰서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정황 등 새로운 사실이 나오고, 마약 투약 양성 반응 수사로 버닝썬 이문호 대표 자택 압수수색 등이 진행되면서 일부 의혹이 사실에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 버닝썬 수사폭행마약유착성폭력으로 압축

- 지구대 유착 의혹 주목단발성 아닌 장기적 유착일까

- 광역수사대, 강남경찰서역삼지구대 경찰관 계좌 추적 중

- ‘VIP 화장실유사성행위 영상도 함께 수사

일부 의혹이 사실에 가까워지는 가운데 버닝썬 클럽 이사직을 맡은 바 있는 유명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는 성접대 및 마약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7일 오후 9시경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이하 광역수사대)에 전격 자진 출석했다. 승리는 28일 오전 530분경까지 약 8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수사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역삼지구대와 버닝썬의 유착 의혹’, ‘버닝썬 차원의 마약 유통 여부’, ‘물뽕 성폭행 의혹이 그것이다.

폭력 사건이

여러 의혹으로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수사를 맡고 있는 광역수사대는 강남경찰서와 역삼지구대 등 경찰과 버닝썬 간 유착 의혹을 규명하는 것을 수사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모(28)씨가 버닝썬 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경찰이 편파수사를 하고 오히려 자신을 폭행까지 했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유착을 주장해 각종 버닝썬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만일 김 씨의 주장이 사실로 조사된다면 지구대 경찰의 신고 현장 대응이 클럽과 유착에 기인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또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에 이 사건까지 더해질 경우 경찰의 단발성 비위가 아닌 장기적 유착이 이어진 것 아니냐는 시선에 무게감이 실릴 수 있다.

광역수사대는 강남경찰서뿐만 아니라 역삼지구대 경찰관들의 계좌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문호 대표 양성

승리 음성

경찰은 최근 버닝썬 직원을 구속하는 등 마약 유통 경로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버닝썬 MD로 활동한 중국인 여성(일명 애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성분을 알 수 없는 액체와 흰색 가루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18일에는 버닝썬 직원 조모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버닝썬 사태가 불거진 후 첫 구속 사례다.

또 경찰은 버닝썬 이문호 대표의 모발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모발 감정을 맡겼으며 지난달 26일 이 대표의 자택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28일 국과수에서 이 대표의 모발을 감정한 결과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양성 반응은 피검체의 확인 성분이 기준치 이상의 수치를 보인다는 뜻이다. 반면 음성반응은 피검체의 확인 성분이 기준치 이하라는 것이다. , 마약검사에서 양성 반응은 마약 등의 약물을 복용했다’, 음성 반응은 마약 등의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의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면 같은 날 승리 측 변호인은 승리에 대한 경찰의 마약 1차 시약 조사 결과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승리 측 변호인은 경찰에 따르면 현장 1차 조사 결과 문제가 없는 음성이 나왔다면서 모발에서는 2~3년 전 기록까지 나온다고 했다. 국과수에 넘겨졌으니 1~2주 뒤 결과가 나오면 경찰 발표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클럽 관계자들이 인터넷 등 개인적 구매를 통해 마약을 투약하는 것과 강남 대형 클럽이 마약을 유통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그러나 버닝썬 차원의 마약 유통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수사 내용이 없는 상황이다.

손님들을 상대로 한 물뽕 성폭행의혹 규명, 그리고 사실이라면 버닝썬이 관여했는지 혹은 묵인방조가 있었는지의 문제 역시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물뽕(GHBGamma-Hydroxy Butrate)’은 졸음과 환각, 현기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로 불리며 범죄에 악용돼 지난 2000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한국은 지난 2001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다른 공동대표도

경찰 재출석

버닝썬 법인등기부에 등록된 공동대표 이 모 전 르메르디앙 호텔 등기이사가 지난달 28일 경찰에 다시 출석했다. 버닝썬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이 씨는 이문호 대표와 같은 공동대표다.

이 씨는 이날 오후 1252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 도착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갔다.

이 씨는 경찰관에게 2000만 원을 준 혐의를 인정하느냐’, ‘아직도 계속 부인하는 것이냐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지난달 25일 첫 출석했을 당시에도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당시 이 씨는 오전 945분경 도착해 약 13시간 35분 동안 조사를 받았으며 나올 때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씨는 화장품 업체 A사 임원을 맡고 있는 전직 강남경찰서 경찰 출신 강모씨를 통해 현직 경찰관에게 뇌물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강 씨를 소환조사한 뒤 증거인멸을 우려해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반려했다.

검찰은 돈이 오간 사건이기 때문에 받은 사람에 대한 영장을 신청하려면 준 사람에 대한 조사가 기본이지만, 이게 돼 있지 않았다면서 수수 명목 등에 대해서도 소명이 안 돼 보완 지휘를 했다고 당시 설명했다.

김무성 사위

버닝썬 직원과 마약 투약

최근 마약 혐의로 구속된 버닝썬 직원이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사위에게 마약을 제공하고 함께 투약까지 했던 사이로 확인됐다.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지난 20152월 김 의원 사위인 이모(42)씨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류 위반 혐의(마약)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이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당시 이 씨는 201112월부터 20146월까지 코카인과 대마, 필로폰 등을 총 15차례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2014622일에 지인 김모씨가 강남 논현동 소재 아레나 클럽에서 조 씨로부터 구매한 필로폰을 넘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김 씨와 함께 조 씨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하기로 공모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여기서 조 씨는 광역수사대가 지난달 16일 마약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18일 영장이 발부된 버닝썬 직원이다.

이 씨가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하거나 투약한 장소로는 리조트나 자택 외 강남 소재 클럽도 다수이며, 조 씨와 함께 코카인을 흡입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당시 재판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에서는 이 씨가 지난 20145월 강남 소재 매그넘 클럽 화장실에서 코카인을 흡입할 때 조 씨도 함께였던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 씨는 15차례나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고 매매했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검찰은 이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 및 동종 전과가 없는 점, 이 씨의 나이와 가족관계 등을 고려해 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씨의 마약 투약 사건이 재거론되자 김무성 의원은 지난달 27일 입장문을 내고 제 사위는 딸과 교제하기 전에 큰 실수를 저질러 이미 처벌을 받았고 이젠 세 자녀의 아버지로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반 국민이라며 그러나 단지 정치인의 사위라는 이유로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악성기사의 대상이 돼 전 국민 앞에서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공인이라는 이유로 수시로 악성기사에 이름이 등장하며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면서 정작 당사자들의 이름은 익명인데 사건과 무관한 정치인 김무성의 이름은 실명으로 쓰는 황당한 일을 몇 년째 당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김 의원은 단지 일반 대중의 관심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제 이름을 의도적으로 악용한 것이라면 이는 언론인의 도리에 심히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과 무관한 일로 계속해서 명예를 훼손당하고 있는 공인의 입장과, 지난날을 반성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의 어린 자녀들의 입장을 부디 헤아려 기사 작성에 신중을 기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경찰청 전담팀은 마약과 성범죄, 경찰 유착 등으로 번진 버닝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최근 버닝썬 VIP룸 화장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성행위 영상의 촬영자를 특정하기 위해 클럽 임원 1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영상 속 장소가 버닝썬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영상 업로드 날짜 및 유포 경위 등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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