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2월 27~28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핵 담판이 결렬되었다. 두 사람은 28일 오후 예정되었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을 갖고 결렬 이유를 밝혔다.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나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고철 덩어리로 쓸모없게 된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 내걸고 그에 대한 대가로 전면적인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였다고 한다.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영변 외의 비밀핵시설과 핵물질 목록 제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금지, 핵탄두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완전 폐기 등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당돌하게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한 데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김은 트럼프가 노벨상 수상을 위해선 대화 성공이 절실하고 대화 지속을 위해선 자신의 무리한 요구도 받아들일 것으로 계산하였다. 또한 김은 트럼프가 국내 문제로 궁지에 몰린 터이므로 외교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급박한 상황임을 간파, 터무니없는 요구도 받아들일 것으로 오판했다. 김은 트럼프를 “노망든 노인”이라고 했다. 이 “노망든 노인”이 노망끼로 자기의 요구를 수락할 것으로 믿었는지 모른다.

트럼프·김정은의 회담 결렬은 트럼프를 속이려던 김정은의 기만책동과 북한으로 기울던 문재인의 대북 유화책이 트럼프에 의해 차단되었음을 반영한다. 김의 속임수는 일단 작년 6월의 1차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회동에선 먹혀들 수 있었다. 김은 싱가포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해 주었다. 그 대가로 김은 트럼프로 부터 60년간 변함없이 실시해 온 한·미연합군사 훈련의 중단을 얻어냈다. 김의 속임수가 작동한 것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김정은이 약속한 ‘완전한 비핵화’란 것이 기만이었음을 간파했다. 김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핵 만이 아니라 주한미군의 비핵화도 요구한 것이었다. 김은 싱가포르 회동 후에도 핵을 계속 개발하고 있음이 여러 미국의 정보기관들을 통해 확인되었다. 여기에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에선 구체적으로 핵시설·핵물질 목록과 핵탄두·미사일 폐기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김의 속임수가 트럼프에 의해 막히고 만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북 유화책 일환으로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며 북에 대한 대화 문턱을 낮춰달라고 설득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4월 김정은과의 판문점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핵의 완전한 비핵화로 착각했거나, 아니면 속임수인 줄 알면서도 비핵화 의지 표출이라며 트럼프를 안심시키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거듭하면서 북핵 문제는 뒤로 제쳐놓고 대북 경제협력 방안만 앞세운다.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적인 공조 동력을 떨어트리는 짓이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북핵 폐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문 정권에 의해 “세기의 담판”이라며 요란하게 홍보되었던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결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정권은 미·북간의 “빠른 시일 내 협상 재개 희망”이 보였다며 미·북 정상회담 추진에 계속 매달린다.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마당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길은 분명해졌다.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회담을 구걸했던 건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김이 핵폐기에 나서도록 몰아붙일 수 있는 대안도 대북 제재 압박 밖에 없다. “평화 구축”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한가로운 구호가 아니다. 문재인과 트럼프는 김이 손들고 핵폐기에 나설 때까지 대북 제재와 압박의 끈을 죄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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