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0여 년 전의 일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공연장에서 일하면서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야만 했다. 업무상 마시는 술인 데다가 체질상 술이 잘 받지 않아 기분 좋은 자리는 아니었는데 3년을 그렇게 마시니 몸에 탈이 나기 시작했다.

위장에 통증이 심해져 약을 먹어야만 겨우 잠을 잘 수 있었고, 소화가 안 돼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했다. 특히 무릎이 쑤셔 걷기가 힘들었으며 만사가 귀찮고 짜증스러웠다.

처음에는 관절염인 줄 알고 정형외과를 찾았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다. 결국 위내시경 검사와 위장 전문 한의원에서 받은 진찰을 통해 무릎을 포함한 모든 병의 원인이 위장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돈을 들여 한약을 먹고 특별 치료를 받으면서 몸이 회복되어 가던 어느 날, 서점에서 자연치유책을 접하고 건강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단식과 생명에너지에 관한 것이었다.

필자는 그동안 밤이건 새벽이건 무조건 배부르게 먹는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생활해 왔는데 그런 습관이 위장에 독소를 채우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필자의 병은 가공식과 밀가루, 술 등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자주 먹어서 벌어진 것이었다. 

한마디로 자연의 에너지 흐름을 벗어나서 생긴 병이었다. 그때부터 식습관을 채식과 자연식으로 바꾼 것은 물론 매일 단식을 했다. 아침식사를 가볍게 하고 점심은 사과나 복숭아 등 제철과일로 대신한 후 저녁을 7시 전에 먹고 잠들기 전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는 회사의 옥상공원에서 맨발로 지압하고 근력운동을 했다. 그렇게 한 달쯤 점심을 먹지 않은 채 지압과 운동을 하자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배고픔이 밀려오면서 상쾌함과 생동감이 솟구쳤다. 

몸이 좋아지는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신체의 감각들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몸의 독소는 배고픔의 공복 상태에서 배출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후 식단관리와 단식, 운동을 병행하면서 현재까지 병원 한 번 가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가 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체험한 몸과 감정의 변화 그리고 다양한 에너지 관련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우주에는 몸과 마음, 영혼을 치유하는 생명에너지가 가득하며, 그 에너지는 느낌과 감정을 타고 우리에게 흘러 들어온다는 것이다. 

필자가 단식과 지압, 운동을 통해 느꼈던 좋은 기분은 필자의 몸으로 생명에너지가 원활하게 흘러 들어오고 있으며, 그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느낌과 감정은 생명에너지가 자신에게 흘러 들어오고 있는지, 그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안내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느낌과 긍정적인 감정은 생명에너지가 자신에게 흘러 들어오고 있고, 그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고, 나쁜 느낌과 부정적인 감정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사실 우리는 위와 같은 경험을 일상 속에서 자주 한다. 

기분 좋은 상태에서 고요하게 산책할 때 가슴에서 무언가 충만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껴봤을 것이다. 혹은 편안한 상태에서 어떤 일에 몰입할 때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발상이 떠올랐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태를 보통 영감을 느끼는 상태라고 하는데, 생명에너지가 내면에 가득 차면서 생기는 일들이다. 이것이 바로 느낌과 감정에 따라 에너지의 흐름이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세계적인 심신 의학자 디팩 초프라는 그의 저서 <마음의 기적>에서 건강과 질병도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하며 “행복한 느낌은 뇌에서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몸의 생리에 심오하고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한다.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 BWV 988의 아리아를 들으며 기분 좋은 느낌과 감정을 깨워 자연스럽게 맥동 치는 생명에너지를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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