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부의 끝판왕‘ ’내체남블’ 비판받는 文 정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당시만 해도 많은 시민들과 청년들은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며 지지했다. 하지만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으로, 평등하고 공정할 것이라던 기회는 각종 비리로 얼룩져 버렸다. 게다가 경제 또한 좀처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많은 기업, 소상공인, 청년들이 실의에 빠졌다. 하지만 당·정이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현 상황이 장기 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태경 “촛불정권이 아니라 적폐 3기 정권”

여론조사기관 “현 정부 정책 공정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문재인 정부가 처한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 터가 tbs 의뢰로 지난 25~27 일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1명을 상대로 조사 해 지난 28일 공개한 2월 4주 차 주중집계(95% 신뢰 수 준·표본오차 ±2.5%p·응답 률 6.4%)에 따르면 전체 응답 자의 50.1%가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부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0.1%p 오른 44.2%(매우 잘못함 29.2%, 잘못하는 편 15%)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5.7%로 집계됐다. 긍정·부정 평가 간 격차는 오차범위(± 2.0%p) 밖인 5.9%p로 집계됐다.

 

‘아픈 손가락’ 20~30대

“공정하지 않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평화 이슈 소식이 전해진 와 중이었음에도 20대와 학생층 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 를 기록했다.

20대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2.7%p 하락한 42%를 기록했다. 또 직업별로 학생층 지지율은 전주 대비 4.2%p 대폭 하락한 35.7%를 찍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 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 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과거 70%대에 육박했던 수 치는 이미 옛날이야기다. 그나마 50.1% 수치도 간신히 회복했다. 정권 초반 핵심 지지층이었 던 20대와 30대 지지율이 하 락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20대 지지율은 지난해 말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면 30대 지지율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유해 사 이트 차단 인터넷 검열 논란 과 여성가족부의 아이돌 외모 지침 논란 등 단기 이슈의 영 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공정성’을 둘러싼 문제의식 이 20대의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20대 지지율은 정권 출범 당시 핵심 지지층이었지만 이제는 ‘아픈 손가락’이 된 것 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근 본적 원인에 대해 공통적으로 ‘공정성 결여’를 지적한다.

20대 지지율이 개인적 이해에 따라 변동성이 높다고는 하지 만, 현 정부 정책에서 공정하 지 않다고 느꼈던 문제점들이 누적돼 분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지난 정부에서 금수저, 헬조선 등의 용어가 나오면서 청년세대가 좌절했고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촛불 시위에 뛰어나갔지만,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커지고 반발이 일어나는 것” 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대 남성 계층의 지지하락세와 관련해선 크게 젠더와 취업난 문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 실장은 “본인의 문제로 인식 하기보다 타인의 문제, 정부 의 문제로 인식하고 역차별에 대한 반감 등이 축적돼 온 것 으로 보인다”며 “현 정부의 여성 정책에 대해 옳고 그른 것과 별개로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 다.

또 “기본적으로 취업도 어 렵다 보니 그에 대한 피해의 식도 내재돼 있어, 현 정부의 정책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뉴시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뉴시스]

하태경 의원

“표적감사 모든 부처에”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가 처한 상황에 대해 ‘적폐청산 역풍’이라고 표현한다. 문 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각 부처를 비롯 정치, 경제, 사 회, 문화 등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 적폐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전 정부에서 이뤄진 잘못된 관행 등 적폐를 청산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을 보면 내로남불 의 전형이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청와 대 특별감찰반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을 주장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폭로 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 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 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 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한국당도‘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문건을 제시하며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민정수 석실에 보고됐다는 의혹을 제 기했다.

해당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기관 8곳의 이사장과 사장, 원장, 이사 등 임원들의 임기 와 사표 제출 여부뿐 아니라 ‘현정부 임명’, ‘새누리당 출 신’등 거취가 담겨 있는 것 으로 파악됐다. 청와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민정수석실에서 보고받 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환경부는 청와대 인사수석실 과 인사에 관해 논의했던 것 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당 측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김 전 장관과 박천규 환경부 차관 등 5명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검찰 조사가 실제 청와대 윗선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관 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환경부의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한 감사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 라고 반박하며 블랙리스트가 아닌 체크리스트라고 밝혔다.

아울러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하는 일은 환경부를 비롯 한 부처가 하는 공공기관의 인사 방향에 대해 보고를 받고 합의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장관의 임명권 행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일상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너무나도 정상적인 업무 절차”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말장난만 늘어놓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로남불’이 아니라 ‘내체남블’(내가 하면 체크리 스트,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 이라는 새로운 닉네임 이야기도 나온다”라며 “권위주의 정 부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김태우 전 수사관이 660여 명 블랙리스트가 있다 고 했는데 사실일 개연성이 커진 것”이라며 “문재인 정권 은 촛불정권이 아니라 이명 박, 박근혜에 이어 적폐 3기 정권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와대 오더를 받고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관계자 진술에 지극히 정상적 업무라고 반박했는데, 표적감사가 모든 부처에도 있었다고 스스로 고백한 것”이 라고 말했다.

 

칭찬할 때는 언제고

사법적폐 세력의 보복?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 사 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특별위원회는 국회에서 기 자간담회를 열고 인터넷 댓글 여론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법률 전문가의 분석을 토대로 김 지 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법부 의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른바 ‘왕의 남자’로 불리는 김 지사가 법정구속되자 당이 나선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해당 재판에 대해‘양승 태 사법적폐 세력의 보복’이 라고 규정하고 법관 탄핵을 거론하며 재판 불복 움직임까 지 보였었다.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재판부에 반기를 든 것이다.

김 지사 구속을 촉발한 일 명 드루킹 댓글 사건은 문재 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형량이 최종 확정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권 탄생에 흠결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 지 사 구속 이후 야당에서 문재 인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 는 이유다.

민주당은 김 지사가 구속되 자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 를‘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 서 출신’이라고 지목하며 강 하게 반발했다. 이른바 사법 적폐로 몰린 양 정 대법원장의 비서인 성 부장판사의 재 판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 다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성 부장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 동비 수수 및 공천개입 등 혐 의 1심 재판을 맡아 징역 8년 의 실형을 선고했을 때는 ‘지극히 예상 가능한 결정’이라고 반긴 바 있다.

성 부장판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김 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 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김현 대변인은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선고 또한 지극히 예상 가능한 결정” 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이번 김 지사 판결에 대해 이재정 대변인은 “정해놓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증거 가 부족한 억지논리를 스스로 사법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인정해 최악의 판결을 내렸다”며 “그 양승태 사법부의 비서실 판사이던, 그 재판장의 공정성을 의심하던 시선이 마침내는 거둬질 수 있길 지금도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자신들이 원하는 판결에는 칭찬을, 원하지 않는 판결에 는 비판을 하는 이중적인 모 습을 보이고 있다. 야권의 한 정치인은 “문재인 정부의 양면적인 모습은 국민들로 하여금 실망감이 들 게 만들었다”며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잘못된 관행 등의 구태와 악습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지만 내로남 불식 적폐청산은 진정 국민이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