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부업무보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부업무보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강제성을 지니지 않아 지자체의 참여도를 이끌어내기 어렵단 분석이 대두됐다. 지역 주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조례 제정은 더디고, 권고가 아닌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미세먼지 법안 역시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환경부·행정안전부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의하면 국회에 계류 중인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만 모두 54건으로 집계된다.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이 안의 대부분은 미세먼지 저감이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정확한 대기오염도 측정을 위해 측정망 설치 장소를 선정하는 근거를 두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은 환경부 장관과 각 시·도지사에게 대기오염 실태 파악을 위한 측정망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설치 장소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대기오염 측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어린이집 등 영유아·어린이 이용시설에 인접한 지역과 주거지역 중 인구 밀집지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은 보다 강화된 배출 허용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현재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의 허가를 하면서 따로 유효기간을 두지 않는 현행법을 뜯어고치는 법안 역시 국회에 석 달째 계류 상태에 머물고 있다. 배출시설 허가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시설 노후화 등으로 허가 시점보다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사회재난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포함시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대응을 가능하도록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3건도 통과되지 못한 상황이다. 법안이 제정돼야만 재난에 준해 보다 강도 높고 강제력이 있는 비상저감조치가 가능해진다. 

조 장관이 전날(4일)에 이어 이틀 연속 시·도 부단체장들을 불러 모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 기인한다. 특히 5일에는 공식 업무나 미세먼지 현장 대응에 앞서 재차 경고를 주기 위해 이른 시각인 오전 8시께 회의를 열었다. 

조 장관은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응해 중앙정부와 시도가 비상저감조치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좀처럼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면서 "고농도 미세먼지 장기화에 따라 자칫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성찰하고 총력대응태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회의에서(도) 고농도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식하고 각 시도에 빈틈없는 대응을 요청했는데, 시도 단체장들이 고농도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식하는 (정부와) 같은 생각인지 걱정이 앞선다. 거듭 말하지만 미세먼지는 국민이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로 인식하는 현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미세먼지 대책에 모든 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단기간 미세먼지를 완전 해소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솔선수범을 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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