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서해 미사일 시험 발사시설을 "신속하게 재건"하고 있다고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5일(현지시간) 밝혔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와 미국의 소리방송(VOA)도 위성사진을 분석해 움직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SIS의 북한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위와 같이 밝히고 "하노이 정상회담 이틀 뒤 이뤄진 새로운 활동이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해제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거절한 뒤 단호함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CSIS는 상업위성 디지털글로브가 지난 2일 촬영한 서해발사장 사진에 "수직 발사대와 로켓 이동 구조물에 부착된 발사대에 변화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특히 닫혀 있던 발사대 위의 불룩한 덮개가 열려 있어서 발사대가 보인다고 CSIS는 덧붙였다. 

보고서 저자 중 한 사람인 빅터 차는 "북한이 아직 미사일을 발사대로 옮기지 않고 있으나 이 활동은 시험 발사를 준비하는 활동과 일치한다"고 미 NBC 방송에 말했다. 

빅터 차는 "지상의 움직임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중임을 넘어 프로토타입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이미 몇차례 시험 발사를 했으며 또 한차례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러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보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북한은 서해 발사장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분석가들은 "서해 발사장이 지난해 8월 이후 움직임이 없었으며 최근 활동은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같은 사진을 분석해 국가정보원이 5일 국회에 보고한 북한 동창리 서해발사장의 재건 움직임은 지난 2월 16일부터 지난 2일 사이에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38노스는 철로 위에 설치된 이동 건물이 다시 조립되고 있는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건물에는 2개의 지지용 크레인과 벽이 설치되고 지붕도 씌워져 있다. 건물 벽은 이전의 건물보다 1단이 더 높으며 새로운 트러스가 설치돼 있다. 지난 몇달 동안 발사대 위에 놓여있던 물건들은 치워졌다. 

엔진시험장에는 엔진 지지구조물이 다시 조립되고 있다. 2대의 크레인이 보이며 앞에 건축 재료들이 놓여져 있다. 산소 및 연료 저장건물에 새 지붕이 설치되고 트레일러로 보이는 물체가 앞에 있다.

미국의 소리방송(VOA)도 이날 2월 중순부터 서해발사장에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VOA는 일일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서해 발사장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2월 21일 동창리 발사장 미사일 조립건물 바로 앞에 쌓여 있던 건물자재들이 다음 날인 22일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23일에는 조립건물의 서쪽에 대형 하얀색 물체가 놓여진 모습이 포착됐는데, 이 물체는 26일 위성사진에선 사라졌다. 

2월 28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선 남쪽 일대에 하얀색 물체가 놓여 있었고 3월 1일 위성사진에서도 재확인됐다가, 2일 사진에서 다시 사라졌다. 5일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서훈 국정원장은 "(동창리 일부 시설에) 지붕과 문짝을 (다시) 달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 성공할 경우 미사일 발사장 폐기로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과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 시설을 다시 미사일 발사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7월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해체 작업을 시작하면서, 발사장 동쪽에 붙어있던 미사일 조립건물을 중심부 쪽으로 옮긴 바 있다. 이후 조립건물의 지붕과 외벽 일부가 해체된 모습이 관측됐지만,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8월 해체작업이 중단됐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