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지영(29)씨에게 USB메모리나 외장 하드디스크는 필요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업무용 파일들이 실시간 자동으로 인터넷 클라우드에 저장이 돼 집에서도 쉽게 자료를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폰 및 아이패드에도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파일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부서원들과의 자료 공유도 한층 간편해졌다. 기존에는 메일로 보내주거나 부서 게시판에 올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 '부서공유' 폴더에 저장하기만 하면 곧바로 부서원들과 공유가 가능하다. USB를 분실하거나 노트북이 고장나 데이터를 분실할 우려가 사라진 것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동안 뜬구름 잡기에 불과했던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했던 클라우드 서비스가 지난 6일 애플의 '아이클라우드(iCloud)' 공개 이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 각종 IT 자원을 인터넷에 접속해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아이클라우드 역시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 맥북 등에 저장된 음악이나 영화 등의 파일을 가상 공간에서 공유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실제, 음원을 한번만 구매하면 별도로 파일을 옮기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아이폰과 아이팟 등 모든 애플의 기기들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의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대중화가 급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지금은 PC와 태블릿PC, 휴대전화 등 모든 기기들이 음악, 사진을 갖고 있고 이들 기기를 동기화하는 것은 성가신 일"이라며 "앞으로 디지털 생활의 허브는 클라우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통신사들도 일찌감치 클라우드 시장 선점에 나섰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로 국내에서 가장 먼저 활성화된 서비스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네트워크 저장 공간 제공 서비스로 2009년 처음 선보인 NHN의 N드라이브와 지난해 KT에서 선보인 유클라우드홈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중 유클라우드홈은 출시 1년만에 70만 명의 가입자가 사용중이며 현재까지 활용 중인 데이터 용량은 5PB, 30억 개 파일이 사용되고 있다. 또 최근 아이패드2 출시와 함께 기본으로 제공하는 저장공간을 기존 20GB에서 50GB로 확대하면서 일일가입자가 5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KT는 홈기반 네트워크나 특정단말을 통해 N스크린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어떠한 단말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유클라우드홈 앱을 이용해 저장된 자료를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다른 앱으로 연동해 열어볼수 있는 '오픈 인(open in)' 기능도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설치된 별도의 앱을 이용해 자료의 수정도 가능하다.

SK텔레콤도 지난달 초 클라우드 기반 콘텐츠 저장공간인 'T백 플러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휴대폰 데이터 보관 서비스 'T백'의 무료 보관 용량을 기존 10MB에서 10GB로 대폭 늘리고, 기기간 무선 파일공유를 지원하는 '심플싱크' 서비스를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다. 휴대폰 데이터는 물론 대용량 동영상, 음악, 문서 등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 파일을 자유롭게 보관할 수 있다.

또 PC, 디지털액자 등으로 지원 단말이 확대됐고, 심플싱크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별도의 케이블 없이도 휴대폰과 PC, 휴대폰과 휴대폰 등 다양한 단말끼리 콘텐츠 파일을 손쉽게 주고 받는 기능도 지원한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8월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내놓은 N스크린 서비스인 'U+ 박스' 서비스도 순항 중이다. 이 서비스는 PC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업로드한 사진이나 음악, 동영상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인터넷 기기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U+박스는 지난 2월 저장용량과 요금제 개편 이후 한 달만에 10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벌써 50만명 이상을 끌어모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는 다양한 단말기에서 활용할 수 있고 아이클라우드보다 기본 제공하는 저장용량이 월등히 많아 한국 사용자들에게 더욱 적합하다"며 "또 국내 기업들도 이미 클라우드 시대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기 때문에 이번 애플의 발표는 위협보다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디바이스와 운영체제(iOS), 2억명 이상의 아이튠스 사용자 등 애플이 그간 구축해 놓은 스마트 생태계는 아이클라우드를 보다 막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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