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 전 한반도 정세의 교훈
1300년 전 한반도 정세의 교훈
  •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 입력 2019-03-07 15:43
  • 승인 2019.03.07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북한 비핵화는 별개의 문제이다. 연합훈련은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매우 중요한 훈련이다. 키리졸브는 1976년부터, 독수리훈련은 196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튼튼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미 국방장관이 덜렁 전화 한 통으로 양국의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독수리훈련(FE)을 중단하기로 합의하고 말았다.

한·미는 KR연습을 ‘동맹’으로 명칭을 바꾸고, 훈련기간을 2주에서 1주일로 축소키로 했다. FE는 대대급 이하 소규모로 실시한다. 지난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중단한 적이 있는데, 즉흥적으로 이뤄진 이 같은 연합훈련 중단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전투력이 약해지고,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훈련을 할 수 없으면 동맹을 해체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골프선수가 연습을 하지 않고 시합에 나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된 마당에 우리 스스로 안보시스템을 무장해제한 꼴이 됐다.

안보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장 복구가 사실이라면 김정은에게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요 언론은 문 대통령의 영변 핵 폐기안 긍정평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국제공조 대열 이탈 조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으며, 문 대통령이 미국이 아닌 “북한 측 주장을 지지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으로 어물거리다가는 한·미간에 불화가 발생할 수 있고 동맹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 역사상 7세기는 한반도판 춘추전국시대였다. 삼국통일전쟁은 세계대전이었다. 고구려·백제·신라뿐만 아니라 중국(당)과 일본(왜)이 직접 참전했으며, 돌궐·철륵(鐵勒)·해(奚) 등 북아시아 유목국가들이 당군의 일원으로 동원됐다. 거란족과 말갈족은 일부는 고구려에, 일부는 당에 가담해 전투에 참여했다.

몽골고원의 유목민 국가인 설연타(薛延陀)는 645년 안시성 전투 때에 고구려 연개소문의 요청에 의해 오로도스 방면에서 당과 전쟁을 벌여 당군이 안시성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왜국은 668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고구려 평양성이 함락되기 직전에 신라와 국교를 재개하였다. 이는 나당연합군이 고구려를 멸하고 난 후 왜국을 침략할 것에 대비한 외교적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한 토번(吐蕃: 티베트)은 670년 나당전쟁에서 신라가 당나라를 선제공격할 때에 실크로드 패권을 놓고 서역 대비천(大非川) 전투에서 당군을 패퇴시켰다. 토번은 신라와 군사동맹을 맺은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당7년전쟁’에서 신라를 간접 지원한 결과가 되었다.

1천300년 전, 신라는 고구려·백제·왜 등의 포위 공격에서 살아남아 당을 끌어들여 삼한일통을 했고, 동북아 국제정세를 이용해 당을 한반도에서 몰아냈다. ‘나당전쟁’에서 당대(當代) 세계 최강대국을 꺾은 신라는 강소국(强小國)의 역사적 모델이었으며, 대한민국이 본받아야 점을 많이 갖고 있다.

칼과 칼이, 창과 창이 맞부딪히는 위급한 형세는 1천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당나라의 후예인 중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악랄한 김정은 독재체제의 강력한 후원국이다. 동맹은 이념이 같아야 하며, 민족은 역사관을 공유해야 한다. 좌파 독재가 횡횡하는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천하가 비록 편안해도 전쟁을 잊어버리면 반드시 위기가 오는 법이다. 안보는 100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좌파 언론은 김정은을 미화하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

현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폐지했다. 방위력을 약화시키는 연합훈련 축소·중단은 우리 안보에 필시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수소폭탄 수십 개를 손에 쥐고 흔들고 있는 북한은 비핵화할 의지가 없다. 이것은 두 차례에 걸친 미·북 정상회담에서 명명백백하게 확인되었다.

미 하원은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이지 말라”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북한 비핵화가 불가역적인 단계가 되는 것”이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의 안보는 누가 지킬 것이며, 어떻게 지킬 것인지 묻고 싶다. 문 정부는 남북경협이 아닌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는 데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