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년 만에 ‘군대 영창’ 사라진다···과연 시민들의 반응은?
123년 만에 ‘군대 영창’ 사라진다···과연 시민들의 반응은?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9-03-07 23:49
  • 승인 2019.03.08 08:56
  • 호수 1297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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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기강 해이‧부작용 속출할 것”
군인 장병들이 미세먼지 영향으로 인해 마스크를 쓴 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군인 장병들이 미세먼지 영향으로 인해 마스크를 쓴 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방부가 123년 만에 영창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영창 제도는 군 복무 중 규율을 어긴 장병에게 내리는 징벌로 헌병대 시설에 길게는 보름간 구금하는 방식이다. 국방부가 영장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이유는 재판 없이 지휘관과 자체 징벌위원회 의결만으로 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창 제도 폐지가 병사들을 통제하기 힘들어져 군 기강이 해이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 과연 시민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영창 제도 위헌” vs “영창 외에는 실효성 있는 징계 없다

최근 국방부는 인권 친화적인 병영문화 정착을 위해 ‘2019~2023 국방 인권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국방 인권정책 종합계획은 국방 인권정책의 기본방향과 정책과제를 정리한 지침서로 5년 마다 작성한다. 지난 2006년 국방부 인권과 신설 이후 인권 실태조사, 상담, 교육 등 인권업무를 추진했지만 군 인권수준 향상을 위해 2011년부터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하고 있다.

5개년 계획은 기존 종합계획과 비교해 군내 인권보호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인권보호 제도 전반을 정비하고,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립됐다.

종합계획에 다르면 인권보호 관련 전담기구와 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인권보호관과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방부는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군 인권보호관 신설을 위해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인권 피해관련 전문적인 법률 지원을 강화하고,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사단급 이상 부대에 최소 1명씩 총 100여 명의 자문변호사를 위촉한다.

군 성범죄 근절을 위해 국방부 국방여성가족정책과에 3명의 전담인력을 보강했으며 향후 성폭력 예방대응과신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목이 집중되는 사항은 병사 징계 벌목에서 영창제도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강등, 영창, 휴가제한, 근신으로 구분했던 병사 징계 벌목을 다양화 해 영창 대신 군기교육을 신설하고, 감봉과 견책을 새롭게 포함했다.

영창 제도가 처음 등장한 건 조선시대인 1896년 고종이 내린 칙령의 육군 징벌령이다. 규율을 어긴 병사를 가두는 징벌로 이후 일제 육군의 영창 제도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영창 제도는 병사를 헌병대 시설에 길게는 보름간 구금하는 방식이다. 인신을 구속당하는 만큼 병사들에게는 무시무시한 징계 중 하나다. 그만큼 효율성이 높아 지휘관들이 병사를 통제하는 수단규율을 어긴 병사가 반성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자주 사용돼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병사의 26.7%에 달하는 7906명이 영창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로 영창 제도는 123년 만에 완전히 폐지되는 것이다.

찬반양론 극명

영창제도 폐지를 놓고 찬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영창 제도의 위헌성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헌법 제12조에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고,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적법절차의 원리를 선언하고 있다. 영창 제도는 재판 없이 지휘관과 자체 징벌위원회 의결만으로 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징계 여부가 지휘관 판단에 따라 결정되다보니 동일한 사안을 놓고도 결과가 제각각이라는 지적도 많은 상황. 경우에 따라서는 기소돼야 할 범죄가 형벌이 아닌 영창처분에 그칠 수 도 있는 것이다. 부차적으로는 군내에서 영창 등의 징계에 대한 항고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행사되기도 어려워 인권보호에 취약하다는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영창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영창이 병사들의 규율을 통제하는 실효성 있는 징계 수단이라는 점을 꼽는다. 영창 외에 휴가제한이나 근신, 감봉 등의 조치는 병들에게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휴가 제한은 15일 이내, 복무기간 중 15일 이내에서만 제한이 가능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영내 대기나 외출 금지를 의미하는 근신은 애초 영내 생활을 하는 병사들에게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체 징계방안 글쎄

영창 제도 폐지에 대해 과연 시민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A(27육군 병사 출신)씨는 안 그래도 편해진 군대에서 영창 제도까지 사라지면 군 기강이 해이해질 것이라고 본다. 영창 제도 폐지로 인해 병사들끼리 싸우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B(29육군 부사관 출신)씨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선임이 후임을 때린 뒤 감봉당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로 후임도 하극상을 일으키기 쉬울 것이다. 나름 군대 안에서의 유치장 같은 곳이라 경각심이 유지되는데 없어지면 통제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C(32육군 병사 출신)씨는 “(감봉 조치를 받을 경우) 돈이야 밖에서(부모님 등) 받아 메우면 되고 군기 교육을 해봤자 군 생활이랑 마찬가지일 텐데 영창을 폐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영창 제도가 있어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없으면 더 큰 일이 발생할 것이다. 영창을 안가니 병사들이 막나갈 것 같다. 실질적으로 봤을 때 당장에 음주운전 처벌을 없앤다고 하면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폭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D(28육군 병사 출신)씨는 이럴 거면 왜 계급이 있고 존댓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영창 제도 폐지는) 결국 군내 규율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다. 이제 병사들이 뭐가 무서워서 말을 듣겠는가. 일 끝나면 휴대폰을 하고 경각심도 없고 병영캠프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39육군 장교 출신)영창 제도가 사라지고 군기교육과 감봉이 있다 할지라도 죄에 대한 경각심은 무뎌지는 경향이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 잘못했다고 교육을 받는 것과 소년원에 갔다 오는 개념은 다르지 않은가라며 신체적 자유를 보장 받으려면 군법이 정한 법률안에서 그릇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군기교육을 받는다면 그 시간만큼 군 복무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반성이나 경각심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만나본 시민들은 영창 제도 폐지에 대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모두 병사부사관장교 등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군 복무를 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한편 여전한 논란은 군기교육 기간을 복무기간에 산입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국회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군기 교육제도의 내용과 명칭을 인권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군기 교육을 받더라도 병사의 신분상 변동은 없는 만큼 그 기간 역시 군 복무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자가 만나본 시민들은 영창 제도가 사라진 만큼 군기교육 기간은 절대적으로 복무기간에 산입하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규율을 어기지 않게 하기 위한 일말의 방지책은 존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영창 제도 폐지와 더불어 실효성 있는 대체 징계방안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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