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폭발사고 유가족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4일 대전 한화 공장 폭발사고로 3명의 노동자들이 죽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유가족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4일 대전 한화 공장 폭발사고로 3명의 노동자들이 죽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 유가족이 한화 방산 대전공장을 규탄하고 한화그룹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8일 희생자 유가족들은 서울 중구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빌딩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며 “5살의 딸을 둔 31세의 가장과 입사한지 채 1년이 되지 않는, 심지어 한 달 근무한 24살 청년들의 목숨과 꿈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한화가 젊은 청년들의 반복되는 억울한 죽음 앞에서 부실한 사고대응과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은 “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억울하고 비참한 심정”이라며 “연이어 발생한 폭발사고는 한화방산이 지난해 5명의 노동자 사망이라는 큰 아픔을 겪고도 안일하게 위험을 방치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9개월 전의 사고 이후 제대로 된 원인파악과 안전대책 마련을 하지 않아 발생한 기업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이다. 같은 사고의 반복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예방 가능한 사고, 즉 인재에 해당하므로 모든 책임이 회사에 있기에 한화는 사고 수습을 위한 무한대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유가족과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부 관계기관 및 회사,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참여하는 연1회의 합동위험환경평가 실시, 생산 현장 작업자들의 위험요인발굴서 공유, 작업중지명령의 해제 조건 강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유족들은 한화가 이러한 유가족 및 관계기관의 노력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은 “위험요인발굴서 작성 등 현장 작업자의 작업장 위험 요인 개선 요구를 묵살하고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없이 일하도록 만들더니 이제 와서는 작업표준절차서를 조작해 이번 사고를 작업자의 잘못으로 몰아가려 하는 등 대기업이라고 믿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아들을 평화롭게 보내고 싶다. 하지만 회사는 사고 발생 23일이 경과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장례절차에 대한 논의과정에서도 유족들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회사의 입장만을 주장하며 희생자에 대한 모독적인 언행과 유족에게 무성의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국가방위사업체이며 대한민국에서 손꼽힌다는 대기업인 한화에서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며 “회사의 이익 앞에서 노동자의 생명 따위는 무시돼도 좋다는 것이 오너의 메시지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김승연 한화 회장과 금춘수 부회장이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뒤 유가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조속하고 정중한 장례 절차가 진행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14일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한화 대전공장 사고는 연소관 내부의 봉을 분리하는 준비 작업 도중 폭발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이 사고와 관련해 사업장 전반에 대한 특별감독을 지난달 18일부터 진행해 전기위험, 특별관리물질 관리, 밀폐공간 작업절차 위반 등 안전·보건상 조치 위반, 공정안전보고서 절차 미준수 등 24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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