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심판 시작됐다...” 암운 드리운 민주당
“PK 심판 시작됐다...” 암운 드리운 민주당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9-03-08 15:46
  • 승인 2019.03.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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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정치권은 PK 민심을 ‘롤러코스터’로 표현한다. PK는 전통적으로 보수 세(勢)가 강한 지역이지만 TK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심 변화가 유동적이다. 여권이 PK를 동진(東進)의 교두보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PK의 민심 이반이 심상찮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바탕으로 PK 입지를 강화해 가던 중 ‘대통령의 사람’으로 자타가 공인하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에 발목이 잡혀 구속된 것이 가장 큰 타격이다. 여당에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PK 달래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때 정부·여당에 지지를 보냈던 PK가 이제 현 정권에 대한 ‘심판자’가 됐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그 시작은 4월 재보선이다.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지도부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지도부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남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예산 퍼주고, 정책 뒤집고... 여권의 안하무인(眼下無人) ‘PK 달래기’
- PK 내년 총선, 친문·친박 세 번째 ‘진검 승부’ 가능성...

2016년 4월 총선 당시 PK에서 새누리당은 27석, 더불어민주당은 8석을 차지했다. 정의당 고(故) 노회찬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서 당선된 창원 성산구 1석을 합치면 진보 진영에서 9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셈이다. 진보 성향 무소속 당선자들도 있었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보수당의 승리였지만, 보수 세가 강한 PK에서 진보의 약진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서 PK의 성적표가 36(새누리당) 대 2(민주당)였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남동진(南東進)은 놀랄 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PK에서 민주당은 부·울·경 3곳의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고 부산 기초단체장 16석 중 3석, 울산 5석 전석, 경남 18석 중 7석을 차지했다. 이번 4월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구가 포함된 창원시장, 통영시장과 고성군수 역시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차지였다.

경제 위기·김경수 구속
與, 동남권 약진 ‘적신호’

그런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영남권 교두보를 착실히 다져 오던 여권에 최근 적신호가 켜졌다. PK지역 민심이 다시 한국당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류는 지난해 연말부터 관측됐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6.13 지방선거 직후인 6월 3주 차(18~22일) PK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0%에 육박했다. 한국당은 25%에 불과했다.

하지만 5개월이 지난 같은 해 11월 4주 차(26~30일) 민주당의 PK 지지율은 31%, 한국당 지지율은 35%를 기록하면서 역전했다. 이후 한국당은 꾸준히 PK지역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보여 왔다.

민심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 악화다. PK지역의 가장 큰 산업인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등 제조업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3분기 전국 실업률이 3.8%였는데 부산은 4.1%, 울산은 4.9%로 전국 실업률을 넘어섰을 정도였다. 이때가 현 정권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기 시작한 기점으로 풀이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PK지역민들의 배신감은 더욱 커졌다. 이를 방증하듯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3월 첫째 주(3월 4~6일) 실시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PK지역에서의 한국당 지지율은 42.9%로 지난주 대비 7.2%p 급등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부정 평가도 58.9%에 달했다. 반면 긍정 평가는 37.3%로 지난주보다 6.5%p 급감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경남 창원 도청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경남지역 정책과 예산에 당력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예산정책협의회가 사실상 PK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자리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예상치 못한 김경수 지사의 구속으로 경남도정에 공백이 생길 것 같아 민주당이 행정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 줘야겠다 싶어 오늘 자리에 왔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한 사업구상을 잘 말씀해주시면 최선을 다해 뒷받침 하겠다”고 했다.

예산 싸들고 대통령까지
‘구애’해 보지만..

PK에 대한 민주당의 전폭적인 예산 지원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고려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이날 예산정책협의회를 두고도 사실상 특혜와 다름없어 일각에선 ‘예산을 통한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남도는 이날 협의회에서 남부내륙고속철도 등 SOC 구축을 위해 국비 1조 778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내년도 국비 확보를 5조 4,090억 원으로 설정하고 정부·여당의 전폭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경남 경제를 위해 고용 위기 지역과 산업 위기 지역의 지정기간을 각각 1년과 2년 연장해 달라고도 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언급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추진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총선 준비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6년 정부는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난 결정을 번복하며 PK 민심 달래기에 뛰어든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가 살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만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라며 “현재 경기도와 충남, 대전, 세종을 제외한 모든 광역단체에 1개 이상의 공항이 있고, 이 중 10개가 만성 적자 상태다. 더욱이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성도 높지는 않다. 2016년 6월 발표된 동남권 신공항 용역 결과에서 가덕도 공항은 635점(활주로 1개)과 581점(활주로 2개)을 받았다. 김해공항 확장안(818점)에 비해 점수가 훨씬 낮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 논쟁까지 유발한 예비타당성(예타) 면제와 맞물려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PK 지역의 예산 투입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공항’이라는 또 다른 선물을 PK에 안겨주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지난달 발표된 예타 면제 사업 발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경남권을 지나는 남부내륙철도(4조 7000억 원),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8000억 원) 등 PK 지역에만 4개 사업(6조 7000억 원)을 배정했다. 전체 예타 면제 사업 예산의 27.8%. 반면 대전 충남 충북은 3조 1000억 원, 광주 전남 전북은 2조 5000억 원, TK(대구 경북)는 1조 5000억 원 규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 정권에서 결론이 난 신공항 문제를 재차 검토하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 보기엔 특혜로 비칠 수 있다”며 “청와대가 각종 지역 현안에 대해 너무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광역시도별 숙원사업을 취합해 결정한 것이지 특정 지역을 배려한 것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PK 달래기는 총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게 PK는 2020 총선의 핵심 승부처다. PK에서 승리해야 여소야대를 넘어서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고 2022 대선 가도도 활짝 펼쳐진다. 당장의 논란을 감수하고라도 PK 민심 회복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한편 PK가 내년 21대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가운데 이 지역에서 친문계와 친박계의 세 번째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장차관급을 역임하면서 중량감이 훨씬 커진 민주당 친문 인사들이 총선 준비를 위해 지역으로 복귀하면서다.

총선 최대 승부처 PK
4.3 재보선의 ‘가늠자’

당장 조국 민정수석은 본인의 거듭된 불출마 입장에도 부산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은 그의 연고지라는 점에서다. 그는 민주당에겐 험지인 부산에서 제2의 문재인 바람을 일으킬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김영배 현 정책조정비서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이름이 거론된다. 배재정 전 총리 비서실장·전 의원도 일찌감치 표밭갈이 중이다.

또 이번에 여의도에 복귀한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도 PK 지역에서 낙동강 벨트 공략에 나서는 당의 교두보 역할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이번 주 당직인선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PK 친박계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4.3 재보선이 모두 PK 지역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재보선 결과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재보선 결과가 작게는 내년 4월 총선에 앞서 경남 민심을, 크게는 문재인 정부의 중반기 국민의 지지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 성산에는 현재까지 권민호 민주당 후보, 강기윤 한국당 후보,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 여영국 정의당 후보, 손석형 민중당 후보가 확정됐다. 현재 강 후보와 여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결국 여권 성향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