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되면 지역경제 '막강 권력'…'억대 연봉'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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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선거를 막기 위해 선관위에 위탁해 조합장을 뽑는 동시 선거가 2회째를 맞이하지만 금권 선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단 당선만 되면 선거비용 이상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불법 선거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대체 조합장이 무엇이길래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이 일을 하려하는지 일요서울이 추적해봤다.  


정치권과 결탁하거나 영향력 발휘...신분상승 효과도
지역 발판삼아 정계 진출...무자격조합원 `친위대`도 문제



오는 13일 실시되는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되는 조합장 임기는 4년이다.  이 기간 동안 조합의 대표권, 업무 집행권, 직원 임면권 등을 행사한다. 굴리는 돈과 직원 수만 놓고 보면 조합은 기업과 다를 바 없고, 조합장은 곧 최고경영자(CEO)다.

조합장이 되면 농산물 판매와 하나로마트 운영에도 관여한다. 이 때문에 한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1122개 농·축협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77조6316억원이다. 조합당 평균 3366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농·축협 조합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울축협으로 지난해 말 기준 3조30778억원에 달하며, 예금·대출금 규모는 각각 3조475억원, 2조4008억원이다. 

대출 같은 신용사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조합장 전결로 금리와 대출 한도를 정할 수 있다. 또 군부대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군납도 경제 사업이다. 

조합장이 뭐길래 

연봉은 대기업 간부가 부럽지 않다. 조합의 규모 등에 따라 조합장의 월급이 결정되는데 적게는 50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까지 책정된다.  여기에 판공비, 업무추진비 등은 별도로 지급된다. 

또 단위조합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대부분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진다. 사업결정의 권한을 조합장이 갖고 있기 때문에 뒤로 받는 리베이트가 엄청나다고 알려진다. 다만 교묘하게 하다보니 뒷거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조합의 인사권과 사업권을 틀어쥐고 있다보니 민원해결사 역할도 가능하다. 

조합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력이 강해진데다 지역 유대도 끈끈하다 보니, 이 조합장 자리를 자치단체장으로 가는 디딤돌로 삼는 경우가 태반이다. 
재해·수송비 지원, 현장 견학과는 별도로 경조사비, 자녀 장학금, 각종 모임 지원, 홍보·선전 지원에도 수십억~수백억 원이 매년 사용되는데 이 예산을 지역 조합원 대상 복지사업에 쓰다 보면 지방의회 등 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정치권에서도 조합장 선거결과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의 향배가 점쳐지기 때문에 총선 출마예상자들이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조합장이 국회의원 선거 등에 암암리에 개입해 온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조합장을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선거를 하나마나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그 밖에 중앙회 대의원이 되면 중앙회장 선출 등 활동이 가능하다. 수협도 마찬가지다. 수협 조합장이 되면 수협중앙회장을 선출할 수 있게 되고, 수협중앙회장이 될 수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조합장과 대의원 활동경력을 토대로 시?도의회나 구?시?군의회 의의원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평범한 서민이나 농어민에서 조합장만 되면 신분이 바뀔수도 있따. 그러다보니 조합장이 되기 위해 후보들 간경쟁이 치열하고 말 그대로 물 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조합장에게 집중된 과도한 권한과 혜택에 비해 견제할 수단이 부족하다. 조합장 중에는 자격이 안 되는 농업인을 조합원으로 받아 `친위대`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조합경영 망칠수도

전문가들은 농·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사고로 무장한 조합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한 전문가는 "돈으로 당선된 조합장은 조합을 투명하게 운영할 리 없다. 술 마시고 돈 봉투 받을 떼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임기동안 부정부패에 연루되고 조합돈을 요리조리 빼돌릴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다보면) 조합 재정에 구멍이 나고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배당금이 적어지거나 심지어 조합이 파산할 수도 있다"며 "돈으로 당선된 조합장은 결국 선거비용을 뽑으려고 '돈 인사' '이권개입' 등에 나설 것이고 조합경영을 망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조합장의 과도한 권한 축소, 조합원의 경영 참여 확대, 투명 경영, 비리 조합장 입후보 제한 같은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며 "무자격 조합원 문제도 조합 발전을 저해하고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조속히 척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일선 조합의 무자격 조합원 정비에 대한 특별점검을 강도 높게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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