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정말 다이내믹한 나라다. 삼 일만 한국을 비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못 견디겠더라” 십여 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 의장이 하던 말이다. 5.18 관련 발언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한유총 사태 해결을 통해 잠시 정부여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는 듯하더니 북미대화의 파국에 따른 후폭풍과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의 혼미함 속에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길을 헤매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연일 빛의 속도로 롤러코스트처럼 급변하는 외적 상황변화 속에서도 20대의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일관되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든 야든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는 청년 민심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실제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1년 사이에 15% 정도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때 최대 우군이었던 그들은 왜 빛의 속도로 돌아서고 있는가?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20대 남성이 문재인 대통령·민주당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20대가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는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근본 고민은커녕 오히려 20대를 탓하는 듯한 태도는 곧바로 온 국민의 반발로 이어졌다.

민주당 수석대변인 홍익표 의원은, 2000년대 한나라당의 급격한 우경화의 원인으로 교육을 꼽으면서, 정의로운 역사에 대한 교육 문제, 민주주의 교육, 평화 인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젊은 층의 극우 세력화를 막기 쉽지 않다는 식의 ‘20대 비하’ 발언을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성세대로서 안타깝고 미안하다고도 사과하며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나섰지만, 오히려 홍익표 의원은 원내대표의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낮은 편이지만, 다른 당은 더 형편없는 수준이라 민주당 지지율이 여야 정당 중에 가장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비단 20대만 등을 돌리고 있을까. “성인이 성인물 보는 게 죄냐”며 최근 https 차단에 “개인의 자유 침해”를 들고 일어선 이들은 30대도 많다. 이미 청와대 규제 반대 청원에는 20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참여하고 있고 대통령이 집권하자 돌변했다며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20대의 절망감과 상실감을 정치가 포용하지 못했다면서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위해 원내에 ‘청년미래기획단’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청년 문제의 전담 창구였던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마저도 집권하자마자 해체한 상황에서 오만함이 술술 묻어나는 구설이 반복될수록 그 진정성에 대한 의심도 ‘더불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과연 반공 교육이 젊은이들을 극우로 만들었으며, 오로지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부족만이 젊은이들이 문재인 정부 지지를 철회하게 만들었을까.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으로 촉발된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에 대한 젊은이들의 합리적 의심은 이후 정확한 해법 제시조차 없는 공허한 메아리에 대한 절망으로 이어졌고, 그들을 ‘공정세대’라는 확실한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과 직결되는 불공정에는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또한 ‘금수저’ ‘흙수저’ 논란조차 뒤로한 채, 절망의 긴 터널 속에서 큰 성공에 대한 갈망보다는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사람을 사귀거나 평가할 때도 ‘가성비’를 따지는 세대가 된 것이다.

젊은이들은 말과 행동으로 ‘공정성’을 외치고 있는데도 정부여당은 그들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 ‘유권자’를 대하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철없이 남 탓만 하는 ‘요즘 애들’이라고 치부하며 분노의 원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가르치려 드는 소위 ‘꼰대 기성 정치인’처럼 보인다. ‘내로남불’도 결국 ‘꼰대스러움’과 ‘오만함’의 산물일 것이다. 그들이 적폐세력으로 몰고 있는 기존의 자유한국당이 권력에 심취한 오만함으로 인해 급전직하 추락했던 모습을 온 국민이 목도한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 꼰대스러운 내로남불 기성 정치인들의 가성비! 이젠 계급장 떼고 ‘공정세대’의 새 저울로 한번 달아보자. <서원대 교수 /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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