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편집위원]정치신인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입당한 지 43일 만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당대표에 올랐다. 그 배경에는 입당 초부터 ‘러브콜’을 보낸 신주류 인사들이 한몫했다. 중진급 의원들로 구성된 신주류 6인방이 막후에서 입당과 당대표 출마, 당선, 나아가 당직인선에 보이지 않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신주류 중에서도 친황계로 등장한 초재선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도 황 대표가 당에 안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최근 단행된 당직인선에서 황 대표가 친황계 의원을 대거 중용한 배경이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신주류로 등장한 친황계와 신주류 인사들 면면을 알아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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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朴 정부·성대 출신 막후 ‘영향력’ 행사
- 당내 최대 우군 ‘통합과 전진’소속 20여 명… '친황계'로 부상

3월 4일 ‘황교안 호’의 주요 당직인선이 단행됐다. 당대표 선거에서 “계파가 없다”던 황교안 신임 당대표의 일성이 무색할 정도로 신주류 인사들로 채웠다. 황 대표는 한선교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지명한 데 이어 역시 친황계로 부상한 이헌승, 추경호, 민경욱·전희경 의원을 각각 비서실장, 전략기획본부장, 당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황 대표는 계파와 무관하게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설명했지만 여의도연구원장에 개혁 성향의 김세연 의원을 내정한 것을 제외하면 기타 당직에도 자기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면면을 보면 ▲중앙연수원장 정종섭 의원 ▲ 신(新)정치혁신특별위원장 신상진 의원 ▲인재영입위원장 이명수 의원 ▲중앙여성위원장 송희경 의원 ▲중앙청년위원장(당연직) 신보라 의원 ▲ 디지털정당위원장 김성태(비례) 의원 ▲대외협력위원장 이은재 의원 ▲노동위원장 임이자 의원 ▲상임특보단장 이진복 의원 등 다수를 친황계로 채웠다.

당안팎에서는 당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황 대표로선 자신을 지지한 인사들을 중용해 ‘안정’을 취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비주류를 대거 등용할 경우 자신을 지지한 세력의 한국당 이탈을 불러와 취임 초부터 당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고육지책이라는 관측이다.

친황계 ‘요직’ 중용…비주류 ‘들러리’ 전락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입당 전부터 신주류와 친황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이에 당대표 출마, 당선에 이르기까지 최대 우군인 이들을 이번 당직인선에서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유기준 의원을 비롯해 초재선 모임인 ‘통합과 전진’ 회원들은 입당에서부터 출마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 인사들이다. 특히 ‘친황계’로 부상한 초재선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추경호, 박완수, 민경욱, 윤상직, 박대출 의원 등은 ‘통합과 전진’내 회원 중에서도 ‘성골’로 불릴 정도로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추경호, 민경욱 의원은 황 대표가 ‘당 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할 당시 직접 참석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추 의원의 경우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과 총리 재직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국무조정실장은 중앙행정기관의 지휘 감독 정책조정 등과 관련해 총리를 보좌하는 만큼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박 의원의 경우 황 대표가 2009년 창원 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 창원시장을 지낸 것이, 민 의원은 2014년~2015년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면서 국정에 관여한 것이 인연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 3인방은 당내 초재선 회원들이 속한 ‘통합과 전진’ 회원이면서 친황계로 부상한 모임 내에서도 성골로 대접받고 있다. 박완수 의원은 주요 당직에 들지 못했지만 조만간 요직에 기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무엇보다 ‘통합과 전진’은 황 대표의 명실상부한 당내 최대 우군으로 부상하면서 ‘신주류’로 주목받고 있다. 이 모임은 추경호, 박완수, 민경욱 의원을 포함해 김기선·김도읍·박대출.박맹우·이완영·정용기 등 재선 의원과 강석진·김정재·박완수·백승주·송언석·송희경·이은권 등 초선 의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황 대표가 당선된 이후 참여를 원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지만 모임 성격상 철저한 선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임이 커지면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워 ‘회원 전원 동의’가 있어야 신규 회원이 될 수 있어 당내 신주류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통합과 전진’ 회원 전원, 동의 ‘선별' 절차 꼼꼼

통합과 전진 모임이 황 대표에게 신임을 받게 된 배경에는 신주류 인사들이 다수라는 점과 그동안 당이 분열하고 갈등할 때 쓴소리를 꾸준하게 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당의 ‘통합과 혁신’을 기치로 출범했지만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는 “비대위가 비대위답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한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를 겨냥해서는 “당내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 지금까지 존재감을 살리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올해 전당대회에서도 ‘사당화 반대’, ‘화합 전대’를 주장하며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당선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이런 탓에 이들중 상당수가 당내 핵심 요직을 차지하게 됐다.

또한 통합과 전진 모임은 황 전 총리가 입당식이 있었던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당내 안착 등 지원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참석했던 의원들로는 추경호, 박완수, 민경욱, 박대출, 김기선 의원을 비롯한 7~8명이 모임을 가졌다.

이처럼 초재선 의원이 황 대표 만들기 전면에 나서 지원했다면 황교안 체제에서 신주류로 부상한 6인방은 막후에서 황 대표가 빠르게 당을 장악하고 안정화시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주류 6인방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홍문종, 이완구, 허태열, 김재원, 정종섭, 이헌승 의원 등이다.

정종섭(초선), 이헌승(재선, 대표 비서실장) 의원을 제외한 4인방은 3선 이상 전현직 중진의원들로 보이지 않게 황 대표에게 정무적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당직에서 친황계 위주로 인사를 단행하는 데에도 이들 6인방이 한몫했다는 후문이다.홍 의원은 ‘5.18 폄훼발언’을 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에 대한 징계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기 사람을 황 대표 캠프에 파견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총리까지 지낸 이완구 전 총리는 황교안 체제에 대해 조언자 역할을 대놓고 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전대가 끝난 직후 “국회의원들과 5~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간파할 수 있어야 하는데 황교안 대표가 이런 부분에서는 경험이 부족하다”며 “당의 색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보수의 가치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는 경험이 많은 당원들이 도와야 한다. 나도 한국당이 국민적 신임을 받을 수 있도록 조언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성대 선후배지간이다. 또한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성대 선후배지간이다. 허 전 실장은 황 대표가 ‘청년에게 묻다’라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때부터 황 대표를 돕기 시작했다. 허 전 실장(45년생)이 최고 선배이고 다음이 이 전 총리(50년생)다. 황 대표(57년생)는 까마득한 대학 후배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실세’로 불렸던 성대 3인방인 셈이다.

그들과 같은 검사 출신 김재원 의원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정무수석을 지낸 바 있다. 정종섭 의원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황 대표가 자문을 받는 6인방의 면면을 보면 성대 선후배지간이거나 박근혜 정부 시절 복무했던 인사들이 다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김재원, 정종섭 의원의 경우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선거구 조직위원장 공모 대상에서 배제된 바 있다. 정 의원은 중앙연수원장에 임명돼 황교안 체제 1기 ‘당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6인中 이완구·허태열 ‘黃대표와 성대 선후배’

정 의원 지역구인 동갑은 비대위에서 공개오디션을 거쳐 류성걸 전 의원을 새 조직위원장으로 선출했지만, 대구 시당이 류 전 의원의 입당을 불허하면서 임명이 무산됐고 이에 류 전 의원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김 의원의 경우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에는 박영문 위원장이 있다. 하지만 황교안 체제에서 친황계가 주요 당직에 포진한 이상 김 의원과 정 의원이 지역위원장 자리를 다시 꿰찰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이름을 올린 이헌승 의원이 눈에 띈다. 재선의 이 의원은 부산진구을이 지역구다. 김무성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치를 때 수행실장을 맡아 부산의  대표적인 친황계로 부상한 인물이다.

한편 황 대표와 총리실에서 한솥밥을 먹던 관료 출신들도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총리실 인맥’의 핵심은 심오택 전 총리 비서실장이다. 그는 2015년 7월 황 전 총리 취임 당시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함께 일했다. 민자당 지방자치국장과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을 거친 이태용 전 총리실 민정실장도 황 전 총리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2013~2017년 총리실 민정실장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초기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낸 오균 전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도 정책메시지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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