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대형 가맹점과 마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카드업계가 최근 잇달아 카드사를 쥐어짜는 정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조치하면서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인상 갈등이 불거졌다. 현대·기아차는 수수료율 인상에 강력 반발하며 일부 카드사에 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하는 초강수를 뒀다. 역설적으로 정부의 이런 정책은 소비자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카드 소득 공제 축소까지 언급하면서 ‘사실상 증세’라는 카드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수수료 인상에 뿔난 현대·기아차, 5개 카드사에 “계약 해지”
카드 소득공제 축소 발언에 “사실상 증세”라며 이용자 반발

금융당국은 최근 핀테크 결제사업자에게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해 줬다. 사실상 카드업 진입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핀테크 결제사업자에게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라이선스가 있어야 후불결제 서비스를 할 수 있었는데, 이 라이선스는 자기자본 200억 원 이상을 확보한 기업들에게만 주어졌다. 

이 때문에 자본이 부족한 핀테크 결제사업자들은 후불식 대중교통 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없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권익과 금융시장 안정성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일정 범위 내 시범 테스트를 우선 허용하고, 향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소액후불결제업’ 제도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A카드 관계자는 “안 그래도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지시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시장까지 내어주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는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를 낮출 것을 요구하자 카드사들은 출구 전략으로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추진했다.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는 수수료율 개편 문제로 이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4일 신한·삼성·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5개사에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카드사들이 지난 1일부터 현대차 구매 고객에 대해 기존 1.8%보다 0.1%포인트 높은 1.9%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계약해지로 응수한 것이다. 

갑자기 수수료가 오른 대형가맹점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지만, 역설적으로 엉뚱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협상이 결렬돼 가맹점 계약이 해지되면 현대차 구입 고객은 5개사의 카드로는 자동차를 살 수 없다. 

카드 이용 보편화됐는데…

심지어는 카드 소득공제 축소까지 언급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A카드 관계자는 “카드 소득공제가 축소되면 이용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이렇게 카드 사용이 보편화 된 상황에서 대책 없이 공제를 축소하면 결국 모든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바로 표출됐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증세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연맹은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를 넘어 주요 선진국의 3배에 이른다. 자영업자들의 과표양성화를 위해 도입한 애초 취지가 거의 달성됐다는 정부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2018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800만 명 중 968만 명이 22조 원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자들이 연말정산으로 환급받은 금액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연맹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증세하는 것으로서 근로자가 이에 동의하려면 근로자의 담세능력뿐 아니라 공정한 과세,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사용된다는 정부신뢰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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