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하게 견제하되, 구태의연한 방식 탈피해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현 정권을 향해서도, 구(舊)보수집단을 향해서도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의 길을 가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다. 이러한 고강도 발언 뒤에는 ‘개인의 자유’를 큰 가치로 여기는 그의 철학이 숨어있다. 


“보수, 과거 권위주의 우파에 머물러선 시대 수요 따라갈 수 없어” 

 

일요서울이 지난 5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을 만나 ‘자유주의 보수’로 명명한 신(新)보수주의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난민, 사법부, 방송법(https), 북핵 문제, 미세먼지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정부와 반(反)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중 가장 관심 갖는 사안이 있다면.

▲경제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 것이냐’ 하는 문제, 즉 미래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다. 최저임금이나 ‘소득주도성장’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사회주의 경제정책에 대해 굉장한 심각함을 느끼고 있다. 당시에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결국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노동의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기 때문에 노동의 수요가 줄고, 일자리가 감소한다. 시장에서 국가는 가격을 건드리면 안 된다. 시장이 굴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과 물량은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가격과 물량을 강제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산주의 국가다. 근로 시간은 생산 요소인 노동의 물량이고, 임금은 그것의 가격이다. 이 두 개를 국가가 건드려서 시장과 노동시장이 파괴됐다. 한번 파괴된 노동시장은 살아나지 않는다. 이를 수습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부에게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과도한 우클릭’이라며 지적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우클릭’하는 게 맞다. 현실과 괴리되고 이상을 좇는 ‘좌클릭’은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힘든 여건을 가지고 있고, 경쟁 구도 속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필요로 하는 위정자의 유형은 철저히 현실 중심적이고, 냉철하고, 책임 있는 이들이다. 그것이 우파일 수도 있다. 보수의 특징은 책임, 현실, 사실, 논리, 합리성, 이성 등이다. 

-보수의 특징 중 하나로 ‘합리성’을 꼽았는데.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합리적인 보수’는 뭔가.
▲합리성은 기본적으로 서구 문명에 바탕을 둔 보수의 미덕이다. ‘합리적인 보수’라는 발언은 잘못됐다. 보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서양 기독교 정신,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기반을 둔다. 

사실 보수는 인간에게 타고난 자율성과 권리가 있고, 우리(위정자)가 신이 아닌 이상 그들의 자유를 망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로부터 약속에 의해 일을 ‘맡김’을 받은 것이고, 이것이 위정자의 소명이 되는 것이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할 뿐이지 이를 가지고 인간을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구(舊)보수 세력은 권위주의 보수였다. 엄밀히 말하면 그동안 우리나라에 보수 세력이나 우파 세력은 있었지만, 서양 기독교 정신을 이어받은 보수주의자들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전까지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세력이 자유주의 세력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에 보수 세력이라 명명됐지만, 그들이 자유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나 자유를 위해 싸운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철학적 혼돈상태였던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혼란스러우니 ‘합리적 보수’라는 말을 만들어 낸것 인데, 보수는 원래 합리적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 대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는데. 이에 관한 의견은.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다 보니 모든 정치적 전선이 ‘여 대 야’로 갈린다. 여러 개의 당이 있지만 야당(성향)이나 여당(성향)으로 평가될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보수 대통합은 야당성(性)을 가지고 있는 당과의 통합 또는 현재 정치권에 진입해 있지 않고 바깥에 분열돼 있는 보수 세력들을 부합하자는 것이 아닐까. 여 대 야 구도 속에서 야성을 가진 사람들이 합심할 필요는 있다. 민주주의 원리의 가장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연정, 책임정치를 비롯한 대화와 타협은 내각제의 미덕이다. 

대통령제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운영된다. 대통령제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야당의 견제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야당의 세력이 약하고 분열돼 견제가 잘 안 된다. 이에 야성이 있는 정당이나 야성을 지닌 외부인들이 규합된다면 대통령을 더욱 잘 견제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보수) 통합이나 연대의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다. 

-‘보수 대통합’ 속 바른미래당은 무엇을 하고 있나.
▲당초 바른미래당은 보수혁신세력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창당했다. 하지만 우리의 부족함으로 인해 지난 지방선거 때 심판을 받았다. 사실 유권자의 수요는 정부 견제를 확실하게 하되, 구(舊)보수는 혁신이 안 됐으니 혁신된 견제 세력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서 당이 노력하고 있지도, (당 방향성을) 선명하게 가거나 혁신을 하고 있지도 않다. 이런 상태로 지속되면 당의 정체성 등이 불분명해져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한 타개책이 있다면.
▲창당 당시 참여도 많이 했고, 방향성을 많이 제시했다. 이 방향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당 안에서 이를 끌고 갈 만한 권한이 없어 실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국회의원 이언주’라는 개인의 자격으로 스스로 ‘선명하게 견제하되,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닌’이라는 방향성을 맞추며 가고 있다. 

지금의 정치 구도는 당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모든 당이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정치인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시대다. 당을 뛰어넘어 정치인들 간의 연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현역이 아니더라도, 정치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수는 과거 권위주의 우파 상태에 머물러 있어서는 시대의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자유우파가 집권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자유에 대한 감수성이 있고, 자유 경쟁을 통해 경제발전을 할 수 있는 안목을 갖고 있는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일종의 신(新)보수주의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책임이 있는 국정 운영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치 시민운동을 하고, 국민들이 참여하게끔 해야 한다. 보수 성향의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않고 살아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행동해야 한다. 다만 이 행동이 ‘광화문’으로 나가는 것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보수주의의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 기본에서부터 성찰해야 한다. 진정한 자유우파정권을 만들어 내자는 생각이다. 

그래서 ‘행동하는 자유시민(freedom fighters)’이라는 정치 시민운동체를 구상 중에 있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 등과 함께하려 한다. 그동안의 자유우파 세력은 반공만을 강조했다. 반공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일상에서의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투쟁을 해야 한다.

국가로부터의 혜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은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 하에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개인과 완성체로서 시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우리 스스로 깨닫고  우리 자유를 스스로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정치 시민운동체를) 만들었다. 이전까지 자유를 얘기하는 우파들은 행동하지 않았고, 기득권 세력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기존의 기득권으로 분류되지 않고 현장과 민생 속에서 사람들의 자유를 지키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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