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 북한으로 기운 “북한 우선주의”로 간다. 그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이어 장거리탄도마사일(ICBM)을 완성하자, 2017년 11월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도리어 북한 안보나 걱정해 주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맙다고 할 만한 문 대통령의 “북한 우선주의” 표출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판문점 회담 전 대북 특사단의 보고를 받고는 김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성급히 단정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 등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블룸버그 통신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이 ‘북한 우선주의’를 넘어 김의 ‘수석 대변인’으로 등극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 공사가 대북 제재에 위반되자 기반시설 조사와 착공은 저촉되지 않는다며 강행한다. 미국은 대북제재 고삐를 죄는데 한국은 제재 뒷문을 열어주는 격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작년 12월 임기를 마치면서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북한과 김정은밖에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 머릿속에는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은 없고 아들 뻘 되는 애숭이 김정은 한 사람만 있는 것 같다.

트럼프·김정은의 2월27~28일 하노이 회담 결렬은 김이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미국의 모든 핵심 대북제재를 풀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이 핵시설을 다른 비밀 장소로 옮겨놔 쓸모없게 된 고철 덩어리와 같다. 하노이 결렬은 북한이 지난 25년 동안 비핵화한다며 여러 차례 합의해 놓고 속이며 보상만 챙기다가 합의를 폐기한 김일성·김정일식 기만술수를 트럼프가 거부한 데 기인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다음 날 엉뚱하게도 미국과의 대북 제재 해제 협의에 나서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하루 만인 3월1일 미국과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선언했다는 데서 그렇다. 트럼프의 대북제재 요구를 못마땅히 여기며 김정은의 대북제재 해제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문 대통령이 “외세(미국) 눈치 보며 제재에 매달리지 말라”는 북한 측 주장대로 따라간 느낌이다. 여기에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처럼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미 국무부의 전 고위관리는 하노이 담판 실패가 한·중의 대북 제재 면제 촉구와 국제적 결속 붕괴에 연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북한 우선주의’가 북핵폐기에 걸림돌이 되며 한·미동맹 공조마저 해친다는 미국 측 경고들이었다.

문 대통령은 작년 8월 “남북관계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고 했다. ‘선 남북관계 개선 - 후 북핵 폐기’ 등식이다. “북한에 주면 변한다”는 김대중·노무현의 햇볕정책 복창이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북한에 퍼주었지만 북은 변하지 않았다. 도리어 20~60개 핵무기를 만들어 이 순간에도 5000만 한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

한국 정전협정 협상에 대표로 참석했던 미국의 씨 터너 조이 해군 제독의 회고록에 따르면, 공산주의자들은 상대의 양보를 약세의 표출로 간주하며 되로 주고 말로 받으려한다고 했다. 김정은도 ‘북한 우선주의’에 갇힌 문 대통령의 양보를 약세의 표출로 간주, 핵 폐기 대신 대북제재나 풀려 한다. 문 대통령의 ‘북한 우선주의’로는 북핵을 폐기할 수 없으며 도리어 한·미동맹마저 해친다. 문 대통령은 ‘북한 우선주의’를 접고 제재와 압박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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