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대표장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뉴시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표장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11일 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 3인의 두 차례 보이콧으로 본위원회 의결 없이 ‘논의 경과’를 국회에 넘기는 방안을 택했다.

경사노위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제3차 본위원회을 열어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 등을 의결하려 했지만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심의 안건 의결에 실패했다.

경사노위 문성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사노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노사정 기본인식과 정책과제에 관한 기본 합의안,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 의결이 미뤄졌다”며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문은 일단 논의 경과를 국회에 보내고 오늘 의결 예정이었던 안건은 본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특히 “국회에는 경사노위 의제별위원회와 운영위원회 합의 결과를 존중해 입법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는 두 차례나 본위원회 의결이 무산돼 더 이상 본위원회를 열어 의결한다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제별위원회 합의 결과를 존중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키로 한 것도 사실상 본위원회 의결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사노위 박태주 상임위원은 “법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협의 기구로 성격이 규정 돼 있고 의제별위원회 의결 절차가 반드시 본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항은 없다”며 “관례에 의해 의제개발조정위원회, 의제별위원회, 운영위원회, 본위원회 상하 관계를 거쳐 왔는데 꼭 이것이 법 체계로 인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경사노위 가운데 노동계 위원으로 유일하게 제2차, 제3차 본위원회에 참여해 경사노위가 소모적인 합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이성경 사무총장은 “경사노위 구조가 이원화가 돼 있기 때문에 합의를 두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합의를 해서 올렸는데 또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경사노위가 본위원회 의결이 아닌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 경과’를 국회로 전달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경사노위 측은 “입법 가능성을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경사노위의 ‘의제별위원회 합의’를 존중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5일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기로 합의했었다.

정의당이 지난달 19일 브리핑에서 “시대와 국정목표를 거스르는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석이 1석인데다, 법안 소위원회인 고용노동소위원회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총 16석이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7석, 자유한국당 6석, 바른미래당 2석, 정의당 1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탄력근로제 합의안에 대해 존중한다고l,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경사노위 합의안 그대로 입법화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본위원회 의결 없이 탄력근로제 합의안이 넘어온 만큼 국회가 법으로 만든 경사노위 설립 목적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란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는 사회적 합의를 중심으로 두고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협상을 해 온 만큼 사회적 합의 절차를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의제별위원회에서 본위원회에 준하는 분들이 오셔서 그 자리에서 추인을 했다”며 “본위원회에서 의결을 하면 좀 더 힘이 실릴 수는 있겠으나 내용적으로 보면 이미 합의한 것과 다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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