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ㆍ호남 쟁탈전...총선 선물 논란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에 집중된 금융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켜 기능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부산과 전북 의원들이 앞다퉈 개정안을 내며 지방 이전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여론몰이가 거세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지적이다.


연초 잠잠해진 지방이전說, 개정안 내며  이전 시도
균형발전 위해 필요 vs 해당 은행·금융 당국은 신중론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부산 연제구) 주최로 '부산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한 산은·수은 이전효과 토론회'가 열렸다.

김 의원은 "부산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이전을 통해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은 수도권·남부권의 경제 두축이 성장해야 지속가능하다. 부산이 두 은행의 이전을 통해 금융중심지로 자리잡으면, 동남권 경제와 남부권 경제 전반은 활력을 띨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간 힘겨루기 양상도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배근호 동의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서울 여의도를 보완하는 특화금융중심지로 부산을 육성하기 위해 동북아 해양·파생 금융 특화 허브 육성을 지향했다. 산은과 수은은 해양금융과의 연계성이 높다"며 "수은과 산은은 전국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본사를 서울에 둘 이유가 없다"면서 부산으로의 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전북 전주시갑)은 지난달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본사를 전북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한국산업은행법과 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북에서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무게감있는 금융 공공기관을 이전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 문제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위한 국회차원의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균형발전 방안의 일환으로 122개 공공기관의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다. 이에 지난해 11월엔 김두관 의원이 산은·수은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 연초에는 금융당국이 ‘제3금융중심지’를 놓고 검토에 착수할 조짐을 보이면서 두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다시 제기됐다. 대통령의 공약대로 전북을 새로운 금융중심지로 선정할 경우 이들이 옮겨갈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범여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울산·경남(PK)과 호남에 결정되지도 않은 선심성 선물 보따리를 줄줄이 푸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전북의 금융중심지 선정과 맞물려 산업은행이 전주로, 해양금융에 강점을 지닌 수출입은행은 기존 금융중심지인 부산으로 옮길 것이란 시나리오까지도 흘러나온 상태다.

다만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들은 지방 이전 움직임을 두고 말을 아끼고 있다. 지방으로 옮길 경우 자칫 업무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게 이들의 판단이다.

앞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은 행장은 "수출입은해 순이익 60%가 해외에서 발생하는데 해외 바이어나 외국 정부 관계자와 접촉하려면 서울이 가장 영업에 도움이 돌 것"이라며 "이외에도 여러 기업과 소통해야하는점에서는 서울 근교에 있는게 편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이기주의 행태" 지적

노조 또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 4차산업혁명 등 금융 생태계를 주도하는 핵심 공기업들이 지방으로 흩어진다면 금융정책 이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은 노조는 공식 성명을 통해  “외국계 금융사의 한국지사와 사무소가 서울에 있는 데는 이유가 존재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 남북경협, 벤처기업 육성 등 금융생태계를 주도하는 핵심 금융공기업을 지방 각지로 흩뿌리자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동걸 회장은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산은 지방이전의 허구와 문제점을 분명히 알리고 전 경영진은 사표를 품고 지방이전을 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설사들, '무늬만 본사' 지방에 놔두는 까닭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에 본사(본점), 수도권에 핵심 부서를 두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시공능력평가'에서 상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대형 건설사 중에도 지방에 본사를 둔 곳이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무늬만 본사'인 이들 일부 건설사들이 주된 기능을 하지 못하자 핵심부서가 있는 수도권으로 옮겨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각 회사들은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전과 관련해 법인세를 받는 지방국세청과 법인소득세를 받는 관할도청의 반대가 심하다는 것.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20~50%를 법인 소득 관련 세금으로 낸다. 본점 소재지를 타 지역으로 옮기면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가 대폭 줄 수밖에 없어 반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법인세가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본사 이전을 적극적으로 말릴 수밖에 없다 "면서 "그래서 지방자치단체가 법인세 감면 및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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