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쿠데타 vs 정치개혁’ 연동형비례대표제 운명은?
‘입법 쿠데타 vs 정치개혁’ 연동형비례대표제 운명은?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9-03-15 08:44
  • 승인 2019.03.15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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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총선을 1년여 앞두고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의원정수 300명 중 비례대표 75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자는 의견 접근을 보았다. 민주당은 당초 비례대표제를 늘리는데 망설였지만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주장에 따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야3당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5.18왜곡 처벌법 등을 함께 패스트트랙 처리하려는 속내로 읽힌다. 선거제는 게임의 룰이다. 때문에 한국 정치사에 어느 한 정파가 특정 정파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바꾼 전례가 없다. 그럼에도 여야 4당은 제1야당이 내놓은 안을 철저히 무시하고 국민 여론조사도 하지 않은 채 선거제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결국 선거제 개혁마저 자당의 이익을 위해 날치기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배경이다. 

 

- 제1야당 ‘왕따’ 시키고 여론 수렴도 없이 ‘패스트트랙’... “원포인트 날치기” 
- “초과의석 억제 장치 없이 개혁 당위성만 강조... 국민 설득 못 한다”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연계할 개혁 법안을 구체화하면서 ‘패스트트랙’ 처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센 만큼 제1야당을 배제하고 패스트트랙을 강행할 경우 3월 임시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파행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젠 ‘디테일’...
정당득표율 반영 비율 ‘이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회동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단일안’ 협상을 이어갔다. 이들은 21대 총선 적용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을 마무리 짓고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공직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울 법안을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등으로 압축했다. 

애초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안과 패스트트랙으로 묶을 ‘꾸러미 법안’으로 총 10개를 야 3당에 제시했으나, 이를 선거제 개편 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으로 압축했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 여부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이견을 좁히고 있다. 여야 4당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수를 225명 대 75명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의석수 배분을 결정할 정당득표율의 반영 비율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 원칙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정당이 확보한 전체 의석수 대비 의석비율이 당 지지율과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초과의석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야3당과 민주당이 부딪히는 부분이 바로 정원 300석이 넘지 않도록 비례대표 75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전체 정당득표율의 절반을 의석으로 보장하는 ‘준연동형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3당은 ‘순수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왔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하고, 이에 미치지 못한 정당을 위해 비례대표 75석을 보정하는 식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100%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면 초과의석이 발생해 정원 300석을 넘게 된다. 의원정수 300명 유지를 제1원칙으로 삼으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처리 문제는 ‘디테일’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역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은 여야 4당 차원의 단일안이기 때문에 의원정수 확대를 포함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의원정수 300명에 225(지역) 대 75(비례)로 조정하는 안에 동의했다”라며 “연동형 방식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준연동형에 대한 합의는 아직 없었다. 다만 의원수 300명에 권역별 배분으로는 100% 연동형이 불가능한 만큼, 야3당 안과 민주당 준연동형안 사이 격차는 충분히 협상할 수 있는 범위로 판단한다”고 했다.

여론은? ‘의원 정수 축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다만 일각에서는 여야 4당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철저히 고립시킨 채 선거제 개혁을 진행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당은 국회의원 현 300명의 정수를 10% 줄이되 47석인 비례대표 의원을 뽑지 말고 지역구 의원을 23석을 늘려 국회의원 수를 270명으로 하자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하는 4당의 주장과 완전히 대치된다.

국민 10명 중 6명은 국회의원 특권을 축소한다고 해도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해 11월 7일 성인 502명에게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목적과 국회의원 세비·특권 대폭 감축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59.9%로 집계됐다.  

이번조사는 전국 성인 7329명에게 접촉, 응답률 6.8%를 나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이다. 조사방식은 유무선 병행 임의 전화 걸기 자동응답 방식이 사용됐다. 보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아시아투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3월 둘째 주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서 전체 응답자의 46.8%가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34.5%, ‘잘 모름’은 18.8%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8~10일 사흘간 전국 만 19살 이상 성인 남녀 1103명(가중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6%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다. 자세한 사항은 알앤써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근거는 여론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론은 ‘의원 정수 축소’·‘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귀결된다. 결국 한국당이 주장하는 ‘의원정수 축소’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절히 조화된 합의안이 도출돼야 비로소 여론을 수렴한 결과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심각한 불균형성을 내포하고 있는 기존의 선거 제도를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하는 일도 필요하다”라면서도 “초과의석을 억제하기 위한 정교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지 않은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당위성만을 강조할 경우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