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일요서울 | 이도영 기자] 대법원은 국립대가 전업(專業) 여부에 따라 시간강사료를 차등 지급한 것은 차별적 대우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뿐만 아니라 근로내용과 무관한 사정으로 불합리한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새롭게 세운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5일, 시간강사 한모씨가 지방의 한 국립대 총장을 상대로 낸 시간강사료 반환 처분 등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국립대가 전업과 비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다르게 지급한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차별적 대우로 잘못됐다고 밝혔다.

헌법상 평등원칙에 기초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균등대우 원칙’과 성별에 상관없이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한다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업이 해당 학교에 전속돼 일해야 한다는 뜻인지, 시간강사 외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인지, 강사료 외 다른 소득이 없어야 한다는 뜻인지 불명확하다”며 “근로내용과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 측의 재정적 상황은 시간강사의 근로내용과 무관한 것이므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며 “근로계약에 전업과 비전업을 구분해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균등대우 원칙 등에 위배돼 근로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 2014년 지방의 한 국립대 시간강사로 계약했다. 당시 강의료는 ‘전업 시간강사는 시간당 8만원, 비전업 시간강사는 시간당 3만원’이었고, 학교는 그에 관련된 확인서를 받았다.

한씨는 자신이 전업 시간강사라고 학교에 고지했고, 전업을 기준으로 강사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해당 대학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한씨가 부동산임대사업자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별도 수입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대학 측은 비전업 시간강사에 해당한다며 한씨에게 이미 지급한 강사료 중 차액을 돌려달라고 통보했고, 이후 비전업 시간강사료를 지급하도록 처분했다.

이에 한씨는 대학 측 처분이 무효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전업과 비전업의 구분이 불명확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고, 근로계약에 그 내용이 포함돼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예산문제로 전업과 비전업 시간강사의 차등을 두되 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대폭 인상해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